나의 등에 업은 것

참선수첩(禪帖) p.8

by 분촌

두 스님이 물가에 이르러 물을 건너려고 보니, 한 여인이 물을 건너지 못해 쩔쩔 매고 있었다.

스님(1)은 여인을 자신의 등에 업고 물을 건넜다.

물을 건넌 후 스님(1)은 여인을 내려주었고, 두 스님은 다시 길을 떠났다.

길을 떠나며 스님(2)가 스님(1)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수행자로서 어찌 여인의 몸을 업을 수가 있는가?"

그러자 스님(1)은 말했다.

"나는 그 여인을 물가에 내려두고 왔는데 자네는 아직도 그 여인을 업고 있구먼."


이 일화에 함부로 입을 대긴 두렵지만 나 혼자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스님(2)가 업고 있던 것은 여인이 아니라 스님(2) 자신이었을 것이라고.

학교와 부모님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인이 된 후, 삶의 무게가 어떤 건지, 세상이 어떤 건지 알기도 전에 내가 스스로 감당해야만 하는 사건 사고들을 겪으면서, 내 삶에 개입해서 나에게 피해를 초래한 누군가들을 오래오래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이치적으로 따지자면 도저히 나 자신을 탓할 수 없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라는 종교적 가르침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해가 안 되면 실천하지 못하는 꼴통 기질이 다분한 나는 이해가 될 때까지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대끼며 개겼다.


내가 대단한 깨달음 같은 걸 얻은 건 아니지만 꺾어지지 않는 나무 둥치를 억지로 휘고 숙여서 본질을 들여다 보니 '내 탓이오.'란 말이 나오기는 하더라......

세상 모든 경우에 다 해당된다고는 말하지 못하겠고, 적어도 나의 인생에서는 그랬다.

탐심과 욕심, 나의 에고가 들어가지 않은 일이 하나라도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을 때, 답은 '없었다.'였다.

마음이 넓어서도 아니고, 착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가만 들여다보면, 내 삶 정도에서 일어난 그 정도의 일들은 합리적, 논리적, 이치적으로 '내 탓'이 맞았다.

평생 안 될 것 같았던 '내 탓이오.' 하나를 성취한 나 자신이 한심스럽게도 참 대견스럽다.


진실로 '나'는 최후까지 걸러지지 않고 남는 무거운 쇠구슬 하나.

내 등에 업은 쇠구슬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지,

아니면 점점 가벼워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