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이별

by 분촌

오두막집 마당에는 열 명의 무사들이 남아 미설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었다. 미설이 언제 도술을 부려 집 채 만 한 호랑이로 변할지 모른다고 여긴 그들은 모두 바짝 긴장을 하고 있었다.

“저 늙은이가 도술을 부리기 전에 어서 오랏줄로 묶어라!”

검은 비단 포를 입은 상급 무사가 소리쳤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하급 무사 한 명이 누구보다 재빨리 앞으로 나아갔다. 무사는 미설에게 달려들어 오랏줄로 묶기 시작했다. 무사는 서둘러 묶는 척을 하며 미설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할아버지, 양질입니다.”

미설은 아무 말 없이 가볍게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는 눈짓으로 옷섶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부적을 가져가게.”

양질은 미설의 저고리 밑에서 부적 한 장을 빼내어 자신의 소맷자락에 재빠르게 숨겼다.

오랏줄을 다 묶은 양질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미설에게서 물러났다. 상급 무사가 다시 명령했다.

“모두 저 자에게서 눈을 떼지 마라! 한눈을 팔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곤 신선과 나무를 맡은 하인들에게도 소리쳤다.

“서둘러라!”

신선과 나무는 이미 뿌리째 뽑혀 있었다. 하인들은 커다란 가죽 주머니에 흙과 함께 뿌리를 넣었다. 그리곤 밧줄로 주머니를 단단히 감아 묶었다. 하인들은 신선과 나무를 어깨에 둘러메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무사들이 미설을 일으켜 세웠다. 상급 무사는 손에 횃불을 들고 기다리는 하인 두 명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하인들이 오두막으로 다가가 지붕을 덮은 이엉이며 울타리에 불을 붙였다. 불은 금세 활활 타올랐다. 상급 무사는 불길이 번지는 것을 바라보더니 마당을 나섰다. 미설을 끌고 가는 무사들이 그 뒤를 따르고, 신선과 나무를 운반하는 하인들은 맨 마지막에 섰다.

양질은 미설의 뒤를 걷다가, 환검 안개를 틈타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달모시가 달려간 계곡 쪽으로 바람 보다 빨리 달리기 시작하였다.

환검 안개를 빠져나온 미설의 눈앞에는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달모시에게 젖을 먹여 준 산양, 달모시의 단짝 친구였던 잿빛 토끼, 뜀박질로 곧잘 달모시에게 장난을 걸곤 했던 노루……. 미설이 집을 비울 때마다 달모시를 지켜주던 호랑이 두 마리도 화살과 칼을 맞고 죽어 있었다.

미설은 가족과도 같았던 동물들을 한 마리 한 마리 내려다보며 끌려갔다. 마음이 칼로 베이는 듯 아팠다. 미설은 달모시를 생각했다. 달모시는 어디쯤에 있을까? 쏟아지는 화살들을 잘 피해가고 있을까? 다치진 않았을까? 무지개가 뒤쫓아 가고 있으니 머지않아 소식을 가져오겠지…….

달못을 지날 때 미설은 상급 무사에게 부탁했다.

“달님을 한 번 뵙고 갈 수 있게 해주겠소?”

상급 무사는 허락을 해주었고, 미설은 달못으로 이끌려갔다.

“미안합니다, 달님.”

미설이 달에게 말했다.

“미설을 탓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미설과 달모시가 다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달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맑고 고요했다. 미설이 달을 향해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어보이자, 달도 희미하게 빛을 내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