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월급날이었다. 한달 중 가장 기분이 좋아야 하는 하루였지만 별로 그러지 못했다. 급여명세서를 보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찍힌 금액은 너무나 적었다. 내가 버는 돈이 이렇게 조금이었네. 계속 들여다본다고 지급액란에 쓰인 숫자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나는 새삼스럽게 낯선 사실을 발견한 사람처럼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월급을 얼마나 받아야 많이 번다고 느낄 수 있을지를 궁리했다. 그러나 그건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문제였다. 같은 금액이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월급이 다음 날엔 한없이 초라해질 수 있다. 하필 어제는 특히 초라하고 슬픈 하루였다.
최근에는 돈 생각을 자주 한다. 가계부를 꾸준히 쓰며 한달 동안 버는 돈이 어떻게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지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다. 알뜰하고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버스 대신 자전거를 타게 하고 식당 대신 편의점을 찾게 하지만 그렇게 해서 큰돈이 모이는 건 아니다. 다만 자존심을 지키거나 진심을 전달하고 싶은 순간에 조금이나마 덜 불행하게 소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절약의 목표가 이렇게 순간순간을 연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나는 가끔 힘이 빠진다.
오늘은 로또를 샀다. 고작해야 며칠 뒤면 휴지통으로 들어갈 부질없는 희망이지만, 단 며칠만이라도 나에게 기대할 행복을 주고 싶었다. 지금으로선 다른 뾰족한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사람들이 1등 당첨 판매대 앞에 토요일마다 줄을 서는 이유를. 나는 소박한 행복을 위해 복권을 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복권은 삶에서 건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희망에 가까웠다. 작은 종이 한 장에 무심히 적힌 숫자들은 적어도 잠시 동안은 결코 초라하지도 슬프지도 않으므로.
- 2018년 7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