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공녀>의 미소(이솜 배우)는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 한솔(안재홍 배우) 셋이 인생의 낙이자 전부인 캐릭터다.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번 돈을 월세와 삶의 세 가지 해방구에 알뜰하게 쓰는 그녀는 빚 없는 삶을 살겠다는 신념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담뱃값이 올라 생활비가 늘어나자 미소는 살던 집을 정리하고 떠돌이가 되어 대학 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을 찾아나선다.
미소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저마다 다른 형편과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들은 모두 밴드를 하던 지난 날처럼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지키기 위해 집을 포기한 미소는 삶의 안정을 선택한 친구들이 그 대가로 포기한 다른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가 매력적인 이유는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사는 친구들 앞에서 섣불리 부끄러움이나 측은함 또는 분노를 표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소는 그들에게 당당하고 동등한 친구로서 도움을 받고 또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몫을 돌려준다. 영화는 어딘가 조금씩 병들어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담뱃값이 올랐음에도 담배를 끊지 않고 집을 나오며 고단하고 불안정한 일을 하면서도 매일 저녁 위스키 한 잔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미소의 삶이 과연 얼마나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 아파트와 대출이자, 결혼과 가사노동, 육아와 효도라는 굴레 속에서 '스탠다드'하게 살아가는 이들은 단 한번도 미소처럼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짓지 못한다. 반면, 미소의 눈빛은 잠시 그늘이 스칠지언정 결코 공허해지지 않는다. 어쩌면 행복이란 그녀처럼 담배와 위스키, 남자친구처럼 작은 기쁨으로 충만한 삶에 깃들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