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 인터뷰
몇 달 전, 페이스북에 <I♥NY 독립서점>이라는 디지털 리포트의 포스터를 보고 당장 아버지의 카드를 긁어버렸다. 2학년 때부터 여러 동네책방들을 돌아다니며 책방에 대한 관심을 갖고는 있었지만, '뉴욕'이라는 다른 공간에서의 책방 풍경, 그리고 그 느낌들을 이야기한다는 소재가 정말 참신했던 것 같다. 우연이었지만, 그렇게 퍼블리(PUBLY)를 알게 되었고 학교 진로 선생님인 김주현 선생님을 통해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님과 연락할 수 있었다.
오늘의 스페셜 게스트인 주현쌤과 함께 Publy가 있는 '마루 180'으로 향했다. 주현쌤이 해주시는 다양한 스타트업 코워킹 스페이스(협업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마루 180 로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만난 이우 3기 졸업생 차새날 선배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영어로 된 콘텐츠는 많지만,
한글 콘텐츠는 극소수에 불과해요
Q0.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퍼블리에서 웹 서비스를 관리하고 디자인하는 차새날 이라고 합니다. (직업으로 따지자면)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링을 맡고 있어요.
Q1. 퍼블리는 어떤 회사인가요?
퍼블리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한국의 '지적 콘텐츠'를 새롭게 만드는 일을 하는 '플랫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기존의 출판사에서는 종이로 책을 내는 반면에 저희는 인터넷에 접속해서 읽을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예요. 기존의 전자책과도 다소 다르다고 볼 수 있죠. 디지털 리포트에서만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행사를 열어 저자와 독자들이 만나는 이벤트를 열기도 해요.
저희는 총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콘텐츠 팀, 제품 팀으로요. 제품 팀에서는 주로 퍼블리의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고요 콘텐츠 팀은 그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맡고 있어요. 제품 팀에서 5명, 그리고 콘텐츠 팀에서 8명이 있어서 현재 총 13명이에요.
Q2. 주로 어떤 사람들이 많이 보시나요?
퍼블리를 주로 사용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자신의 일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데 거리감이 없는 분들인 것 같아요. 자신의 업무 능력을 향상한다거나 새로운 지식을 얻는 데 열려 있는 분들도 굉장히 많아요. 저희가 직접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주로 저자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하거나 저희가 저자를 발굴해서 프로젝트를 제안해요.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오프라인 행사를 열기도 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나가요.
Q3. 퍼블리만의 모토가 있다면요?
인터넷을 보면, 영어로 된 콘텐츠는 정말 많아요. 반면에 한글로 된 콘텐츠는 극소수에 불과하죠. 때문에 한국 독자들에게는 새롭고 선진적인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비교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신흥국가와 제 3세계 국가들도 자국의 지적 시장이 굉장히 좁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영어 콘텐츠를 번역하기도 하고, 국내에서 새로운 기준의 책을 출판하려는 저자들을 새롭게 발굴해 지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Q4. 퍼블리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제가 만들지는 않아서 잘 몰라요 ㅎㅎ 다만, 저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알려드리자면, 제가 입사한 작년 12월에는 예약 판매를 통해 펀딩 목표를 달성하면 그 프로젝트가 콘텐츠로 나오는 형태가 전부였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넷플릭스처럼 퍼블리 콘텐츠 전체를 전부 구독할 수 있는 멤버십을 새롭게 만들었어요. 정기구독 모델인 거죠. 이제는 펀딩하는 사업 모델과 멤버심을 이용한 사업 모델이 공존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해서 구축해 나가고 있어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저자와의 소통은 필수적이에요
Q5. 퍼블리의 디지털 리포트가 어떤 과정을 통해 발행되는지 궁금해요.
우선은 저자 지원을 받고 있어요. 아이디어가 있는, 혹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하려는 계획을 저자가 퍼블리로 보내주시면, 저희가 성공 가능성과 가치 등 다양한 판단기준을 세워 검토에 들어가요. 그 이후에 프로젝트를 런칭하게 되죠. 이 과정은 저자 혼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에요. (회사 내 근무자인) 프로젝트 매니저분들과 저자분들이 함께 계획을 세워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독자층, 금액 등을 기획하고, 이후 펀딩 과정을 거쳐 목표 금액에 도달하면 독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요. 물론, 저희가 가지고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저자를 찾기도 해요. 직접 찾아가서 섭외를 하기도 하고요. 이런 두 가지의 방식이 있는 것 같아요.
(에디터 분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인가요?)
내부에서 프로젝트 매니저가 소통을 맡고 런칭을 하게 되면 에디터와 저자가 서로 이야기를 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죠. 에디터도 다양해요. 내부에는 책임 에디터님이, 외부에도 객원 에디터 님이 계세요. 객원 에디터 분들 중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신 분들도 많아요. 객원 에디터에서 (퍼블리로) 들어오신 분들도 계시고요.
Q6. 어떻게 퍼블리의 작가가 될 수 있나요?
제가 프로젝트 매니저는 아니지만, 먼저 펀딩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야 할 것 같아요. ㅎㅎ 퍼블리 콘텐츠의 결과도 잘 맞는 사람이어야 하고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거나 나쁜 콘텐츠를 만들어도 안되겠죠. 저자와 프로젝트를 종료해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해요. 실제로 그렇게 저희와 여러 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분들도 있으세요.
책은 무겁잖아요?
Q7. 뉴 미디어가 떠오르는 요즘 디지털 환경과 다르게, 퍼블리의 콘텐츠는 대부분 '글'인 것 같아요.
분명히 저희 퍼블리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어요. 퍼블리 만들어진 이후부터 유지하고 있는 철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말씀하셨듯이 글이라는 것의 가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세상에서 글의 가치를 높이려는 사명감이 작용하는 거 같아요. 영상/카드 뉴스와 같은 것들을 통해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일 수도 있겠지만, 본래 '긴 글'만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고요. 책과는 다른, 디지털 환경에서 적합한 방식의 에디팅이랄까요?
책은 무거워요. 들고 다니기도 힘들고요. 디지털 리포트는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으니까 좋죠. 가볍기도 하고요 ㅎㅎ 매체가 어떻게 다르냐도 중요한 차이지만,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도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책을 위해서 출판사, 서점, 그리고 저자라는 세 가지 축이 있어요. 퍼블리는 이 세 축 전체에 관여하는 거예요. '생산과 유통' 전체를 전담하는 거죠. 물론, 출판도 조만간 진행할 것 같아요. 기존에 퍼블리에서 성공했던 프로젝트들을 재편집해서 책 형식으로 내보내는 형식이 될 것 같아요. 저자분들도 그렇고 책을 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Q8. 퍼블리는 어떻게 수익을 이끌어내나요?
예약 구매를 통해 발생한 매출이 있고 멤버십을 통해 이뤄지는 매출이 있어요. 그 매출을 수익 분배율에 따라 저자와 퍼블리가 나눠가지는 형태예요. 보통 출판사에서는 저자에게 (책 한 권당 매출의) 약 10%를 지급해요. 하지만 저희 퍼블리는 30% 정도 저자에게 수익을 분배하고 있어요. 저자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자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Q9. 일을 하시면서 특별히 좋은 점, 혹은 힘든 점이 있으시다면요?
저한테 가장 좋은 점은 '자율 출퇴근'이에요. 늦잠이 엄청 많거든요. 학교 다닐 때도 지각을 정말 많이 했는데 늦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아요. 개개인의 책임감을 믿고, 자유를 존중하는 것도 좋고요. '퍼블리만의 방식'이 권위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판단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힘든 점도 물론 많아요. 우선 저희와 같은 스타트업에서 채용 기준이 많이 까다로워요.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채용을 하고요. 스타트업일수록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일의 양이 만만찮은 것 같아요.
스타트업에서, 개개인의 영향력은 굉장히 커요
Q10. 향후 퍼블리의 계획은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런칭해야죠! 지금도 프로젝트가 쌓여있는데, 이것들을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해나갈 거예요. 저도 계속해서 홈페이지와 제품들을 잘 디자인해나가야겠죠. 사람들이 사용하는데 편하게, 잘 읽을 수 있게요. 제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부자 회사 되야죠!
Q11. 이 글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마디?
군대에서도, 그리고 그 이후로도 여러 가지 삶의 방식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그렇지만 자기가 행복하기만 하다면 다 좋은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대학이나 대학원 학위나, 특수한 작위가 필요하다면 얻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남들이 어떻게 살든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퍼블리는 다르다
인터뷰를 다녀온 이후 퍼블리의 콘텐츠들을 보며 생각했던 말이었다.
퍼블리에서 만드는 콘텐츠들의 결은, 분명히 우리가 지금까지 SNS에서 스쳐가듯 소비했던 것들과는 달랐다. 누구나 궁금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퍼블리와 저자가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퍼블리의 콘텐츠들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또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호기심'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상을 핑계로 잠시 잊었던 세상에 대한 질문들을, 퍼블리는 계속 붙잡고 답을 찾아가고 있다. 편의점, 이메일 등의 일상의 것들부터 노벨상, 독립서점 등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지만 궁금해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말이다.
(아, <I♥NY 독립서점> 리포트는 정말 최고였다. 이 글을 빌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주신 퍼블리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차새날 선배가 졸업한 후 10년이 흘렀다. 13기의 내가 열아홉이 되었다. 스물 이후의 나도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을 찾기 위해 도전하고 싶지만, 당장 내년이 막막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였으려나, 스스로의 호기심에 이끌려 계속해서 도전해왔다는 새날 선배의 말이 내게 정말 고마운 위로로 다가왔다.
내 브런치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답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좀 더 유명해져서, 퍼블리의 작가로서 퍼블리와 함께 고민해보고도 싶다.(물론! 아직은 멀었겠지만...)
당신의 공(空)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요?
새날 : 저의 공은 '궁금증'이에요. 궁금한 것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거예요.
2017년 10월 31일, 늦은 밤
오늘 나는 호기심과 도전의 플랫폼, 퍼블리를 만났다.
사서함
boosw1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