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게_ '퍼블리(publy)' 프로덕트 디자이너 차새날씨
이름에게_ '퍼블리(publy)' 프로덕트 디자이너 차새날씨
이름에게
1
누가 봐도 겨울이야, 지금.
오늘 난 참 좋아하는 친구랑 시간을 같이 보냈어.
오전엔 기말고사를 봤고
오후엔 텅 빈 교실에서 영화를 한 편 보았지.
저녁은 거르러다가 집에 오는 길에 김밥을 한 줄 사 먹었어.
2
요즘 나는 사실 생각이 많은 듯하면서도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어.
하나, 하나 정리하는 기분이야.
오래전 좋아하던 노래를 꺼내 들었고
소설책을 한 권 빌렸어.
일기장을 새로 마련했고
체육 수행평가에 한숨 쉬었지.
나의 열아홉이 서른세 밤 남았대.
너의 올해도 딱, 그만큼 남아 있을 테지.
어때, 잘 살아가고 있니?
3
음,
이런 요즘의 나- 중에서
생각이 많았던 하루에 대해 들려줄게.
그날 난 지적 컨텐츠 플랫폼, '퍼블리' 사무실에 찾아갔어.
그곳에서 우리 학교를 졸업한 차새날 선배를 만났지.
선배의 삶과, '퍼블리'라는 스타트업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 나누었어.
4
기존 출판사가 종이로 책을 내는 것과는 다르게
퍼블리는 인터넷에 접속해서 읽을 수 있는, 디지털 컨텐츠를 만드는 회사라고 해.
기존의 전자책과도 조금 다른 부분이
디지털 리포트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 행사를 열어 저자와 독자들 간의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는 거지.
이곳에서 새날 선배는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해.
직업으로 따지자면 (조금 어렵지만) 프론트 앤드 디자인과
프로덕트 디자인을 맡고 있다네!
5
퍼블리의 리포트는,
아이디어가 있는, 혹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지
계획이 있는 사람이 '저자 지원'을 함으로써 시작돼.
그의 아이디어를 성공 가능성과 가치 등, 다양한 기준에서 판단한 후
프로젝트를 런칭하는 거지.
아, 퍼블리에서 직접 '저자 섭외'를 하기도 한대.
프로젝트에 일정 금액 이상 펀딩이 성공하면
정식으로 리포트 발행을 하고, 저자와의 오프라인 만남 등과 같은 행사도
추진되는 거야.
6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이,
'글의 가치'-라는 말이었어.
뉴 미디어가 떠오르는 시대에서
'긴 글'만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퍼블리의 철학이래.
책과는 또 다른, 디지털 환경에서 적합한 방식의 에디팅인 거야.
맞다, 실제 종이 출판도 조만간 진행한다 하더라고.
그동안 퍼블리에서 성공했던 프로젝트들을 재편집한 형태로 말이야.
7
한창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물었어.
선배 이 일 행복하세요?
"IT업계로 오니까 배우는 게 굉장히 많아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프로그래밍을 전공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려웠지만,
(이곳은)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지원해주거든요.
업무시간과 비업무시간을 보장해주고 원하는 걸 지원받게 해 주고,
성장하는 걸 독려해줘요. 그런 게 되게 좋았어요.
개인과 조직의 성장이 병행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새날 씨
8
선배한테 이 일이 어떤 의미냐고 물었을 때
선배는 이렇게 대답했어.
돈을 버는 게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 버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어떻게 하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물어보았을 때
선배는 이렇게 대답했어.
좋은 대학에 가는 거요-
한국에서의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는데
그때 학벌을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투자 기준에 대한 판단이 아직 미진한 거죠-
9
돈, 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어.
나는 돈-을 혐오하고 있던 걸까.
돈을 버는 것, 이 행복하다며 웃는 선배 얼굴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어.
행복하게 돈을 버는 법, 은 뭘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먹고 살아가기 위해
선배는 '좋은 대학'이라는 답을 찾았는데-
그렇다면 나의 답은 무엇일까.
내가 찾아야 하는 답은 뭘까-
10
그날도 역시나, 마지막으로 물었어.
당신의 공(空)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요?
'저는 되게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아요.
궁금함-
계속 궁금한 걸 해소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더라고요.'
-새날 씨
11
'긴 글의 가치'를 믿으며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지적 컨텐츠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은
참 부럽고 또 멋있는 것 같아.
그 뜨거움으로 무엇이든 할 것 같아,
이곳 사람들.
12
그날 난 생각이 참 많아졌어.
선배의 열정. 그리고 선배의 '답'.
나의 열정, 그리고 나의 답-에 대해 고민해야겠지.
오늘의 편지는
그저 내 생각 한 귀퉁이를 조금 떼어다가
건네는 것뿐이네.
너에게도
어느 생각 많은 날이 찾아온다면,
널 휘어감은
그 생각의 귀퉁이-를 들려주겠니.
안-녕
타인이 아닌 자신만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로 삶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空)의 반란, 시-작
공(空)의 반란 프로젝트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전달합니다.
모든 글은 '이름에게' 전하는 편지입니다.
여기서 이름은 불특정 다수를 칭합니다.
결국 나는, 나에게. 너에게.
'이야기'를 가진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내가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꾸-욱 눌러써 보냅니다.
사서함
pt00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