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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우 Jan 07. 2018

공장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

171212 단골공장 인터뷰 with 혜림이와 은교

 얼마 전, 마을 북카페 우주소년에서 'the table setter'의 참관식이 열렸다. 직접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직접 강연을 진행한 혜림이와 은교의 강력 추천으로 '단골공장'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고,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단골공장은 팩토리얼이라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플랫폼 서비스로서 겉보기에는 여러 공산품들을 판매하는 곳 같았지만, 텀블벅과 같이 제품에 대한 소개를 통해 펀딩을 받는 시스템을 갖춘 서비스였다.

©단골공장 홈페이지

 단골공장이 있는 개포동역에 도착해 홍한종 씨를 만났다. 처음 만났지만, '혜림이와 은교'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시며 직접 음료와 귤을 갖다 주셨다. 처음 받아보는 역대급(?) 대우 속에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Q0.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소비자와 공장을 잇는 유통 플랫폼 서비스, 단골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홍한종이라고 해요. 저희 서비스 내에서는 이름보다 ‘공장장’으로 불리고 있어요.

닉네임이 왜 공장장이세요..?

 독자적인 플랫폼을 열기 전까지는 텀블벅(크라우드펀딩 서비스)에서 2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 친숙한 이름을 사용하고 싶었고, 그때 제 이름을 공장과 소비자가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아 ‘공장장’으로 정했죠.. 다른 멤버들도 차례차례 이름이 붙었어요.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제작을 맡는 ‘모르스’, 그리고 공장과 제조사들을 만나며 제휴를 맺는 ‘심마니’, 그리고 당시 디자이너였던 ‘RGB’가 저희 팀원이었어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벽


Q1. 단골공장은 어떤 곳인가요?
인터뷰를 진행한 '공장장', 홍한종 씨

 단골공장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물건을 잘 만드는 제조공장을 찾아 소비자들에게 연결해주는 플랫폼이에요. 그동안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는 수많은 복잡한 채널들이 존재했고, 그 유통과정을 단순화하고자 (단골공장을) 시작했어요. 단골공장의 구조는 심플해요. 기존에 물건을 생산하던 공장이 있고, 저희를 통해 고객들이 크라우드 펀딩과 직거래 형식으로 공장과 연결되는 거죠.


Q2. 공장들은 어떻게 찾아내나요?

 저희가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제품 조사와 시장조사를 거치고 탐색해요. 초기에는 생활용품의 범주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이러한 공산품의 카테고리를 직접 분류하고 어떤 브랜드와 어떤 제조사가 있는지를 찾아보는 식으로 조사했어요. 시작할 당시에는 50개 정도의 제품군을 나눠 제조사의 리스트를 쭉 정리해 뽑았던 것 같아요. 물론 그때 작성한 리스트 외에도 개별로 찾거나 기사 등을 통해 새로운 공장들을 찾고 있어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올해(2017년) 5월이었어요. 처음에는 이러한 공장들에서 저희를 물건 받아가려는 장사꾼으로 생각해서 아예 만나 주지를 않았어요. 당시 연락드렸던 10곳의 업체에서 대부분 고배를 마시기도 했고요. 서비스를 정식으로 론칭하기 전에 텀블벅을 했던 이유도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어요. 그 이후 현재까지 섬유탈취제, 우산 등 11곳 정도의 공장을 만나고 있어요. 요즘은 (제조공장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해요. ㅎㅎ


인터뷰를 진행중이에요


Q3. 공장의 이야기를 중요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어떤 방식으로 고객을 연결하느냐를 먼저 대답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플랫폼은 크라우드 펀딩(기획단공)과 커머스(바로단공)가 함께 있는 시스템이에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한 번에 많은 양을 생산해야 하는 기존의 공장식 생산 방식을 만족시키고, 기존 생산량보다 조금 더 생산해서 바로 구매를 원하시는 소비자분들의 수요를 맞춰드리죠.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의 참여였어요. 제품이 좋다고 해서 그것을 소비자들이 꼭 사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 해답이 바로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다양한 형식으로 일반 쇼핑몰과의 차별점을 둘 수도 있지만, 제품의 생산 과정을 궁금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전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려지는 제조공장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공장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없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지는 않아요. 업체를 만나고 온 심마니가 가끔 “여기 이야기가 있어요”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실제로 몇십 년에 걸쳐 운영한 제조사이기 때문에 그분들만의 이야기가 쌓여있는 거죠. 모루스와 심마니는 실제로 직접 가서 인터뷰를 해요. 공장의 운영자분이 살아온 이력과 삶을 듣는 거예요.


여기, 이야기가 있어요


Q4. 단골공장의 '단골'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처음 텀블벅에서 시작했을 때, 저희도 이 사업이 잘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ㅎㅎ 그 당시 고객분들이 현재 플랫폼의 토대가 되신 것 같아요. 주로 20~30대 여성분들이 많아요. 딱히 타겟층을 설정했다기보다는 그냥 그 세대분들이 많이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고객층의 폭을 더 넓히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더 넓은 고객층을 가지고 있어야 더 즐거운 일들을 제조사들과 함께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5. 가장 기억에 남는 공장은 어떤 곳이었나요?
인터뷰를 진행중이에요

 맨 처음 갔던 태원산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태원산업은 주방세제와 탈취제, 섬유유연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제조사예요. 모든 공장에서 퇴짜를 맞았던 저희를 도와주셨던 곳이었어요. 대표님과는 이전 사업부터 인연을 맺었던 사이였어요. 그분으로부터 섬유탈취제 이야기를 들었는데, 제품은 좋지만 시장에서 팔기가 어려워서 시제품으로만 쓰고 있다고 하셨어요. 이 제품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었죠. 창고나 다름없던 옛 사무실에서 사업 구상과 섬유탈취제 용기를 디자인해 보여드렸는데, 놀랍게도 그 자리에서 바로 수락하시고 최소 수량 또한 낮춰주셨어요. 원래 공장은 대량주문이 들어와야 물건을 제조하는데 저희의 취지에 공감해주시며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많이 놀랐던 것 같아요.


Q6. 단골공장을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별로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저는 약 5년 동안 상사에 일했어요. 무역이나 상사업을 배울 수는 있었지만 그게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 사직서를 냈고, 신나게 놀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했어요. 대책 없이 회사를 나왔지만 제가 뭘 좋아하는지 그때서야 알 수 있었어요.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다른 스타트업에서 반년 정도 일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었고, 지금의 심마니가 한국 제품을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고 제안했어요. 그 과정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공장들을 몇 곳 만날 수 있었는데 한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들이 해외에서 다른 이름과 다른 가격의 제품들이 되어가는 모습이 되게 신기했어요. 저를 또 놀라게 했던 건 천차만별의 납품 가격이었어요. 순간, 공장과 사람이 연결되면 공장과 사람들 둘 다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제조공장들을 모아 소비자들과 연결해보자는 생각이 단골공장의 시작이었어요.


소비자와 생산자의 선순환


Q7. 앞으로 단골공장의 행보는 어떻게 되나요?

 최근에 저희 서비스를 ‘실력 있는 제조공장을 잘 만든 콘텐츠에 담아 소비자들과 연결하는 유통 플랫폼’으로 새롭게 규정해보았어요. 처음에는 공장과 소비자를 잇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선순환을 만드려고 해요. 생산자라는 말이 굉장히 넓잖아요. 현재는 우선 제조공장과 소비자를 연결하고자 하지만, 제조공장 외의 생산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식으로 제품군과 사람들을 점점 넓혀나가고 싶어요. 나중에는 해외로 나갈 수도 있고요.     


Q8. 단골공장을 운영하시면서 특별히 좋은 점, 혹은 힘든 점이 있다면요?

 힘든 게 많죠. 저희 세 명 중에 제가 가장 다크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도 있어요. 처음 시도하는 게 많아서 계속 부딪치면서 하고 있어요. 제가 총괄도 맡고 있지만 때로는 디자이너로서, 때로는 마케터로서 일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모두 새롭고 잘 하고 싶은 일인 것 같아요. 다른 서비스가 어떠한지 따라 해 보기도 하면서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재밌다는 것 같아요. 플랫폼을 한다는 것, 새로운 것, 기존의 것과는 다른 것을 한다는 게 즐거워요. 제조업이지만 제조사와 관련된 제품을 온라인으로 다루는 것도 재밌어요. 팀원 간의 호흡도 잘 맞는 것 같아요. 긍정적이고 매너 있는 심마니는 제조사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모르스는 콘텐츠에 관심이 많고 분석적이고요. 저는 새로운 것에 계속해서 시도하고 싶어 하니까 함께 시너지를 내는 것 같아요.


단골공장 사무실


Q9.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소통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으세요?

 생산자 쪽과는 소통이 활발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크게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세 명 다 익숙한 일이기도 하고요. 소비자와의 관계를 계속해서 고민 중이에요. 생산자 중심의 제품을 넘어 소비자 중심의 제품도 함께 생각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잇다’라는 말속에 피드백의 과정을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소비자와 호흡하며 업데이트해나가고 싶어요. 제품을 펀딩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용후기가 올라오고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아 그리고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제품에 반영되도록 하고 싶어요. 텀블벅에서 섬유탈취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개선하기도 했어요. 피드백이 쌓이고 소비자가 쌓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품의 구성에 이르기까지 제조사와 대화하며 솔류션을 찾아가는 거죠. 많이 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존의 유통에서는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해보라는 한 마디


Q10. 공장 사업은 현재 어떤 추세인가요?

 어려운 곳이 꽤 있는 것으로 알아요. 현재 국내 제조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확연하게 나눠져 있고 그 제조업 자체도 중국에 많이 몰려 있다는 것, 그리고 중국이 그걸 잘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죠. 그게 많이 느껴져요. 대구에 있던 수많은 우산공장은 이미 사라졌어요. 스스로의 브랜드를 내기가 어려운 제조공장들도 많아요. 그나마 저희가 그런 것들을 미약하게나마 체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만난 제조공장이 13곳인데, 내년이 되면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요?


Q11. 이 글을 읽을 독자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다양한 경험을 하시면 좋겠어요. 원래 제 전공은 사범대였어요. 원래는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이 됐을 거예요. 제 친구들도 다 교사가 됐고요. 대학 시절 한 친구가 저를 굉장히 위로해주면서 했던 말 중 하나가 “그냥 해”라는 말이었어요. 평소 고민만 많이 하다가 아예 하지 못했던 제게, 그 말이 굉장한 위로가 됐던 것 같아요. 그냥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지레 겁먹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 시기의 저에게는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혜림이랑 은교랑 맨날 하는 질문이 있다. "도대체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하는 거지?"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어디선가 주워 들었던 많은 단어들이 머리에 떠오르곤 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가치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창의', '융합', '블루오션' 등등 너무나 많은 것들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사업과 삶을 세워나가야 한다니. 하지만, 정말 세상을 변화시키고 설득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적어도 내가 만난 곳들에 한해) 그런 어려운 개념 하나하나를 고려하며 살아가기 이전에 자신의 고민을 거친 사업들이었던 것 같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찾고 싶었던 홍한종 씨는 그 과정 속에서 가려지고 있는 공장들을 만났고, 단골공장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요즘 세대에게는 다소 낯선 단어인 '공장'의 가치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냈다.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선순환'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꿈을 줄여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에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새롭게 꿈꾸는 홍한종 씨의 살아갈 '힘'은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딱 일주일 전, 나는 스무 살이 됐다. 처음에는 '열아홉 석우'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브런치도 그냥 '석우'라는 간판만을 남겼다. 2018년의 첫 브런치가 단골공장이어서 다행이다.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가는 단골공장처럼, 내 이십 대와 브런치를 채워가고 싶다.


당신의 공(空)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요?
한종 : 저의 공은 '새로움'이에요.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식상하고 뻔한 것이어도 제게 새로운 일이라면 즐거워요.
단골공장의 모토가 적힌 칠판. 그리고 선물로 받은 핫팩.


사서함

boosw1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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