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게_ '단골 공장' 대표 홍한종(공장장) 씨
이름에게_ '단골 공장' 대표 홍한종(공장장) 씨
이름에게
1
이것 봐,
나 스무 살 사아람-이 되었어.
이제는 내 손으로 술도 사 먹을 수 있지!
벌써 일월이 절반을 향해 가고 있네.
넌 무언가 힘차고 신나는 일들을 궁리 중이니?
어떻게 하면 올해를 재미나게 살 수 있을까-고민 중일까?
2
음,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게
예전에는 정말 기대되는 일이었는데
요즘엔 그냥 무서워!
어른이 된다는 건 꽤 무서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다 자유로워지는 만큼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아주 많이 뒤따르지.
그리고 세상에나,
요즘 나와 만나는 친구사람들은
자주 돈 얘기를 해.
나도 마찬가지야.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네 다들.
3
오늘은, 언제나 새로움을 고민하는
눈빛이 초롱초롱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볼이 시리던 십이월의 어느 하루에
우리는 '단골 공장'의 대표 홍한종 씨를 만났어.
'the table setter(더 테이블 세터)' 창립총회에서 처음 뵈었는데
그때의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어서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
홍한종 씨께서 우리를 얼마나 반겨주셨는지 몰라.
귤이랑 커피도 주셨어:)
4
단골 공장을 시작하기 전, 홍한종 씨는
5년 정도 무역회사에서 일을 했어.
무역이나 상사업을 배울 수는 있었지만 그게 너무 답답했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대.
그래서 사직서를 내고 신나게 놀면서 하고 싶은 것을 생각했지.
대책 없이 회사를 나왔지만, '내가' 뭘 좋아하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고 해.
'단골 공장'은 물건을 잘 만드는 '제조공장'을 찾아
소비자들에게 바로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야.
그동안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너무나 많은 벽이 존재했대.
복잡한 유통과정을 단순화하고자 이 프로젝트(단골 공장)를 시작했다고.
단골 공장의 구조는 심플해.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과 손님들을 크라우드 펀딩과 직거래 형식으로 연결하는 거야.
단공 공장의 팀원은
닉네임이 '공장장'인 대표 홍한종 씨,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제작을 맡는
'모르스', 그리고
공장과 제조사들을 만나고 재휴를 맺는 '심마니'
이렇게 총 세 명이야!
5
'단골 공장' 플랫폼은 크라우드 펀딩과 쇼핑몰이 함께 있는 시스템이야.
홍한종 씨는 공장과 소비자 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인데
제품이 좋다고 해서 그것을 소비자들이 꼭 사는 것은 아니라며
그 해답이 바로 ‘이야기’라고 했어.
제품의 생산 과정을 궁금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전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대.
가려지는 공장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러기 위해 공장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해.
"없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지는 않아요.
심마니가 업체를 만나고 오면 가끔 “여기 이야기가 있어요”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공장장분들이 실제로 몇십 년에 걸쳐 운영한 공장들이기 때문에
그분들만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거죠."
- 홍한종 씨
6
홍한종 씨와 우린
기억에 남는 공장은
'태원 산업'과 '두세 칸'이라는 우산공장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힘든 게 많지만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나는 문득,
행복하세요?라고 물었어.
"왔다 갔다 해요. 저는(팀에서) 다크함을 맡고 있기 때문에.(웃음)
행복해요. 행복한 것 같아요. 중간중간 힘들지만.. 근데 행복한 것 같아요."
- 홍한종 씨
7
"저는 고3 때 수능만 보고 살았거든요.
저희 아버지가 교사이신데, 딱 점수 맞춰서 대학에 갔어요.
근데 1학년 때 “아 내가 뭘 좋아하지?”라는 생각에 휩싸인 것 같아요.
그때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돌아보면 그렇게 해봤던 경험이 좋았던 것 같아요.
시험 잘 못 보고 울기도 하고... 그런 실패의 과정 속에서
제가 좋아하는 게 뭘까라는 고민도 좀 해봤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응원해요. (더테이블세터 총회에서) '혜림이와 은교'의 발표를 보면서
회사를 그만뒀을 때의 제 마음이 떠올랐어요. 저는 그날 좀 자극을 받았어요.
저라면 고3 때 대학을 간다 안 간다 정도만 생각했을 텐데 말이죠."
- 홍한종 씨
8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냐는 우리의 질문에 홍한종 씨는
지금까지처럼 유연하게, 새롭게 생각하고 싶다고 했어.
새로운 일, 새로운 비즈니스를 계속해서 해 나가고 싶다고.
대화가 막바지로 다다랐을 즈음,
홍한종 씨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그러니까 이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어.
"너무 지레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학교 때 한 친구가 저를 굉장히 위로해주면서 했던 말 중 하나가
'그냥 해!'라는 말이었어요.
저는 보통 고민을 많이 하다가 아예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말이 굉장히 위로가 됐던 것 같아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그냥 한다는 것, 그냥 해 본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굉장히 큰 의미였어요."
9
그리고 우리는 역시나 마지막으로, 물었어.
당신의 공(空)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요?
"새로움이요.
저는 새로운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대해 감탄을 잘해요, 제가."
- 홍한종 씨
10
날이 점점 추워지네.
더 추워지네!
나는 나의 스무 살을 어떻게 하면 재미나게 살 수 있을지
매일매일 고민하며 살아.
그러다 문득 답을 모르겠어서 우울해졌다가
또다시 조금 즐거워졌다가-
이상한 하루 하루야.
스무 살의 나는
친구들과 쉐어하우스-를 마련할 거야.
이곳에서 우리는 딱 일 년을,
같이 살아보기로 했어.
너의 올해는 어떠할지 궁금하다.
11
홍한종 씨와 나누었던 대화에서
그냥 해, 라는 말에 내가 왜
꽂혔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좋다.
'그냥 해!'
'그냥 해 봐!'
너도 올해
네가 생각한 무엇을
그냥 해 봐!
일단 그냥, 해 봐-
12
오늘도 좋은 밤-
내가, 네가 문득 지치는 어느 날에
다시 편지할게.
새해 인사가 늦었어.
해피뉴이어-
:)
타인이 아닌 자신만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로 삶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空)의 반란, 계-속
공(空)의 반란 프로젝트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전달합니다.
모든 글은 '이름에게' 전하는 편지입니다.
여기서 이름은 불특정 다수를 칭합니다.
결국 나는, 나에게. 너에게.
'이야기'를 가진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내가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꾸-욱 눌러써 보냅니다.
사서함
pt00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