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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Feb 01. 2019

도박으로부터 시작된 퀀트 투자

  퀀트 투자는 주식과 금융 시장의 패턴을 분석해 일정한 공식을 일종의 빅데이터화 하여, 주식 등의 투자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퀀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드워드 O. 소프는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큰돈을 벌었던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블랙잭을 분석한 자료를 컴퓨터로 처리한 후 마침내 딜러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이 연구 결과를 ‘행운의 공식 - 블랙잭 필승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수학 협회에 기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그의 이론이 옳다는 것을 입증함과 동시에 큰돈을 벌게 되었다.


  그의 이론 덕분에 큰돈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 카지노는 이론의 핵심인 카드 카운팅을 원천적으로 막아낼 방법을 강구해냈고, 애드워드 O. 소프는 더 이상 블랙잭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불가능해 졌다. 그 이후, 그가 눈을 돌린 곳은 주식 시장이었다.     


  도박을 통해 주식 투자에 눈을 뜨게 된 경험을 가진 나로서는 애드워드 O. 소프의 일대기에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고, 그가 도박을 그만두고 ‘최초의 퀀트’로서 주식 투자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나의 도박 경험이 주식 투자로 이어졌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애드워드 O. 소프는 1968년 워런 버핏을 만났던 것이 큰 행운이었다고 말하며, 1982년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에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트폴리오의 100%를 투자했다. 그리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가 가치주 지수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애드워드 O. 소프는 나에게 주식 투자의 분석 방법을 제시해 줌과 동시에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이 퀀트의 개념과 잘 어울린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외친 그 유명한 대사 ‘왼손은 거들 뿐...’은 결국 골을 넣는 것은 오른손이라는 얘기다. 언뜻 보면 두 손으로 공을 던지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아 보이지만 두 손의 균형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오른손만으로 공의 방향과 힘을 집중하고 왼손으로는 말 그대로 ‘거드는 역할’만 해야 좋은 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퀀트 역시 ‘거드는 역할’로서 꼭 필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절대로 그것이 오른손의 역할을 대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치 투자를 전제로 하는 투자 철학 없이는 퀀트는 물론 그 어떤 주식 평가 지표도 쓸모없는 숫자일 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퀀트는 크게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 두 가지의 데이터로서 활용이 가능하다. 기술적 분석의 대표적인 지표라 할 수 있는 차트 분석이 과거의 발자국을 토대로 미래의 발자국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퀀트를 기술적 분석의 지표로 사용하게 되면 비슷한 우를 범할 수 있다.


  퀀트를 단타 매매의 로봇으로 활용할 경우, 투자 주체별 수급이나 일시적인 매매 패턴에 따라 주식을 거래하게 된다. 이 또한 주식 차트 분석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가치 투자를 위한 기본적 분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퀀트를 기술적 분석에 활용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신 기본적 분석에 퀀트의 개념을 접목하는 것은 ‘거드는 역할’을 확실히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 자산 운용사에서 한국의 주식 시장에서 ‘저 PER + 저 PBR' 순으로 20개의 종목을 매수해서 한 달 마다 리벨런싱만 했을 경우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실험했던 적이 있었다. 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기초적인 퀀트의 마법 공식중 하나이기도 하며, 과연 한국의 주식 시장에서도 통하는지를 실험한 것이다. 그 결과 2년간 53%의 수익률을 달성해 같은 기간의 시장 수익률을 크게 앞서게 되는 성적표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투자 방식을 과거 17년간 지속했을 경우를 살펴보면 무려 14만 퍼센트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게 된다는 결과가 도출 되었다고 한다.


  퀀트 투자를 위한 데이터 중 PER과 PBR에 집중했다는 것은 투자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비교적’ 가치 있는 기업에 투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2년 동안 지속했다는 것은 장기 투자에 대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지향하는 퀀트 투자의 개념은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들을 대상으로 한다. PER과 PBR은 물론이고 ROE, 매출 증감률, 영업이익 증감률 등 다양한 과거 지표를 통해 그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한 회사인지의 여부에 초점을 둔다.     


  퀀트에 대한 개념을 알게 된 나는, 이를 실제 주식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동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복잡한 알고리즘의 로봇 같은 것을 개발할 능력은 당연히 없었기 때문에 가치주를 발굴하는데 퀀트의 개념을 활용할 또 다른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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