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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Jan 30. 2019

나는 정말 분산 투자하고 있는 것일까?

  발 디딜 틈 조차 없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딜러와 1대 1 대결을 펼치는 일이다.


  블랙잭 게임은 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함께 게임을 하는 동반 플레이어들의 실력도 게임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블랙잭 게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 패의 합을 21에 가깝게 만드는 전략과 함께 딜러의 카드 패 합을 21 이상으로 만들어 일명 ‘버스터’를 당하게 하는 전략을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


  동반 플레이들과 힘을 합쳐 딜러를 패하게 하는 전략이 성공할 경우 그 승리의 기쁨은 혼자서 이겼을 때 보다 더 크다. 이 전략은 보통 딜러의 ‘업(up) 카드’, 즉 오픈된 카드가 6이나 5일 경우 펼쳐지는데, 다른 카드들에 비해 8 이상의 카드가 숫자적으로 더 많다는 점을 이용해 딜러에게 추가 카드 두 장을 받게 해 버스트 시키는 방식이다. 여기서 동반 플레이어들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추가 카드를 더 받을지 덜 받을지를 플레이어들 각자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플레이어들이 추가로 받은 카드들에 8 이하의 숫자들이 많이 보일 경우, 다음에 등장할 카드가 8 이상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카드를 받아야 더 유리한 플레이어 조차 추가 카드를 받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그 전략이 완성된다.


  이러한 까닭에 블랙잭 게임은 개인 실력과는 관계없이 실력 없는 동반 플레이어를 만나기만 하더라도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폭락장에서 공포에 질려 이유 없는 뇌동매매를 하는 동반 개미 투자자들이 흔들리지 않는 개미 고수 투자자들에게 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과 매우 닮아 있다. 


  이렇게 강원랜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해외에 있는 카지노에서는 딜러와 1:1 대결을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가끔 분신술을 펼치기도 한다. 블랙잭 게임은 보통 하나의 게임 테이블에 플레이어를 위한 6개의 의자가 놓여 있는데, 이는 곧 배팅을 할 수 있는 배팅구도 6개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분신술이라 함은 이 6개의 배팅구에 모두 배팅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일종의 분산 투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을 분산하려는 목적보다는 다른 동반 플레이어가 게임에 참여해 나와 딜러의 1대 1 대결을 방해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이 더 강하다. 이러한 경우 6개로 나뉜 똑같은 실력, 똑같은 전략을 갖춘 플레이어는 한 마음 한 뜻으로 딜러를 공격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승률이 높아질 것임은 당연하다.


  주식 투자를 함에 있어서도 분산 투자를 할 것이냐, 집중 투자를 할 것이냐는 중요한 선택이 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말도 있지만 보다 큰 수익을 위해서는 잠재 수익률이 높은 ‘집중 투자’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기업의 성장 가치에 초점을 둔 가치 투자를 함에 있어서는 투자한 기업의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로 분산 투자보다는 집중 투자가 더 효율적일 법도 하다.


  하지만 나는 많은 고민 끝에 집중 투자보다는 분산 투자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확신을 가질 만한 종목을 고르는 안목이 나에게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었으며, 과거의 성과 지표에 따른 기업의 내재 가치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미래의 성장 가치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정성적이고 주관적인 예측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에 ‘기업에 대한 확신’이라는 것이 결국 객관적이지 못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블랙잭 게임에서 얻은 경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주식 시장은 실력을 갖추지 못한 채 기업의 내재 가치에는 아랑곳없이 투매를 하는 동반 플레이어들이 차고 넘치는 까닭에 주가는 결국 기업의 가치에 수렴한다는 가치 투자의 대전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인내와 기다림’이라는, 투자 메커니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시간’을 불필요하게 허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안전한 투자’를 투자 철학의 근간으로 삼고 있던 나는 집중 투자를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집중 투자가 아니면 분산 투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것 역시 위험한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은 ‘분산해서 집중 투자’를 해 보자는 것이었다. 


  욕심 가득한 ‘몰빵’을 ‘집중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지만, 생각 없이 이 종목 저 종목을 쓸어 담으며 ‘분산 투자’로 착각하는 것 역시 매우 위험한 일이다. 나는 도박은 블랙잭만, 부동산은 아파트만, 환테크는 달러만, 주식 투자는 정량적 가치 투자만 하는 식으로 각 투자 대상별 ‘집중 할 수 있는’ 투자 바운더리를 정해 놓기로 했다.


  그리고 위험성이 큰 투자 대상일수록 투자 자금의 크기 역시 작아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현재 내 투자 자산의 비중은 변동성의 크기에 따른 위험성에 따라 부동산 보다는 달러가, 달러보다는 주식에 그 투자하는 금액이 작게 설정 되어 있다.     


  사실 내가 이 글을 통해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주식 투자시 여러 종목을 나누어 투자해야 한다든지 여러 업종에 걸쳐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는 따위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에는 주식 투자 말고도 시기별로 그리고 상황별로 보다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투자 대상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금리 하락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고, 금리 상승은 채권의 가치 하락을 가져오고, 채권의 가치 하락은 증시 호황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등의 경제 순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 중 거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 하는 것은, 집중 투자를 하든 분산 투자를 하든 똑같이 위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내가 ‘투자’라는 행위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은 이것이다.     


  ‘한 우물만 파면, 결국 하나의 우물만 갖게 될 것이다.’



<돈이 되는 Q&A>   

  

Q1 : 저는 분산 투자보다는 집중 투자할 때가 더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치 투자를 함에 있어서는 집중 투자가 더 효과적인 게 아닐까요?     


A :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영역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이 잘 알고,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투자의 세계에서 포트폴리오 전략을 선택한 투자자가 투자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을 수 있어, 이를 스스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는 의미로 쓴 글이라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피터 린치가 그의 저서를 통해, 가장 안전하고 기초적인 투자 대상으로 주식이 아닌 '실 거주용 부동산'을 추천한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벤자민 그레이엄 역시 주식과 채권 투자의 병행을 늘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주식의 가치 투자자로서 존경받는 분들이라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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