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

by 박성현

원래 부터 K와 J는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학창 시절, 몸이 작고 약했던 K는 일진이었던 J의 빵셔틀 까지 했을 정도였으니, 오히려 앙숙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 합니다.

소가죽으로 가방이며 구두를 만들어 파는 K는 이제 장인의 반열에 오를 만큼 훌륭한 가죽 공예 업자가 되어 있습니다.

J 역시 커다란 목장을 운영하며, 거기에서 나오는 소가죽을 K에게 팔아 큰 돈을 벌고 있었고, 그렇게 둘의 관계는 가까운 듯 멀기도 한 애매한 사이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술을 마시던 두 사람에게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얼큰하게 술에 취한 K는 잠시 이성을 잃고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J에게 사과와 함께 술값을 계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J는 지금까지 돈 잘 벌게 해 준게 누구인데 엉뚱한 소리를 하냐며 화를 내고는 앞으로 K에게는 절대로 소가죽을 팔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그대로 자리를 떠나 버렸습니다.

술값은 결국 K의 몫이 되었고, 더 이상 K는 J로부터 소가죽을 제공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K의 아내는 남편을 위로 하며, 이제 부터라도 송아지를 사서 직접 길러 보자고 제안 했고, 송아지가 크는 동안 시간이 많이 걸릴 것에 대비해 소가죽 대신 양가죽을 사용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위기는 기회가 되어, 사람들은 소가죽 보다 부드러운 재질의 양가죽 제품에 더 열광하게 되었고, K의 사업은 더욱 더 번창하게 되었습니다.

한 편, 소가죽을 더 이상 팔 곳이 없어진 J는 얼마 후, 소 대신 양을 키워 보기로 했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비지니스에 있어 재화의 구매자는 갑이며, 판매자는 을이라는 사실을 학창 시절 공부는 하지 않고 싸움질만 했던 J가 알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J는 갑질이 아니라 을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고, K는 그 동안 갑이면서도 을인줄 알고 지냈던 것입니다.

그날 술자리 다툼만 없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더 간절하기는 하지만, 이미 일어나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부디 현실도 이런 동화 같은 행복한 결말이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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