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8년, 자유를 찾다

by 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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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평일 오후 2시, 베란다 창 가득 시원하게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나와, 막 학교에서 돌아온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벤츠를 타고, 배스킨라빈스 31에 들러 골라 먹는 재미를 누리는 게 일상인 나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노예였다.


그것도 무려 18년이나 말이다.


인공 지능이 바둑 구단을 이기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 요즘에 노예라니... 그것도 18년씩이나... 과장 섞인 표현이긴 하지만 나는 지난 18년간 돈의 노예이자, 월급의 노예였다.


운 좋게도 40대 초반이라는, 남들과 비교해 보면 결코 많지 않은 나이에 노예 생활을 청산하고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수많은 부자 선배들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책으로, 그리고 강연으로, 때론 인터넷을 통해 조금씩 쌓아온 경제적 자유를 위한 지식들과 이를 실천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었을 때, 내가 알게 된 것을 내가 사랑하는 네 명의 아이들에게도 알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이 글을 쓰게 한 첫 번째 이유였다. 돈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 덕분에 자유를 얻어 시간이 많아진 내가 직접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기로 한 것이다.

아직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이 돈에 대한 조기 교육을 통해, 숨바꼭질 대신 은행 놀이를 하고, 장난감 대신 현금을 선호하고, 저축을 위해 서로 자기가 설거지를 하겠다며 다투는 것을 보며, 내 아이들은 적어도 나 보다는 노예생활을 덜 할 수도 있겠다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글은 비단 아이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아직 경제적 미성년자 인체로,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어른들에게도 경제적 자유를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 번은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경제서 한 권을 추천해 준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머리 아픈 책보다는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주는 힐링 에세이 같은 책이 자신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최근 복잡했던 마음을 치유해 준 감동 깊었던 구절 하나도 소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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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운동이나 체중 관리 같은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 반면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들'도 있는데, 사람들은 급한 것들을 먼저 처리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은 그냥 지나치고 산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친구에게 소리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내가 말한 그 책이 ‘급하지만 중요하기 까지 한 것’을 담고 있다니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갑갑한 현실에 지쳐 살다 보면, 체념이라는 감옥에 갇힌 채 마음의 위안을 주는 것들에만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도전보다는 도피가 당장에는 더 편안한 것이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심리다.

하지만 열심히 해도 어차피 안 될 바에는 대충 살고 신나게 즐겨 보기나 하자는 유혹에 빠진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텅 빈 잔고와 늙어 죽기 전까지 일해야 살 수 있는 암울한 미래일 뿐이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지금껏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무지한 채로 열심히만 살았던 것'임을 깨닫는다면, 그 어떤 힐링 에세이를 통해 얻었던 위안보다도 더 가치 있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적은 날 연을 날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열심히 뛰어다니지 않는다면 연은 절대로 하늘 위로 날아오르지 않는다. 어쩌다 휘몰아치는 산들바람에 가끔씩 떠오르는 일도 생기지만 잠시만 한 눈을 팔라 치면 여지없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만다. 올라갈 듯 올라갈 듯 날아오르지 않는 연을 보며 바닥에 주저앉아 그대로 포기하고 집으로 향한다면 그것으로 그냥 끝일뿐이다. 그 누구도 연을 들고 대신 뛰어다녀 주는 일은 없을 것이며, 예상치 못했던 큰 바람이 불어와 저절로 날아오르는 행운이 생기더라도 그 연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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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 정도 높이로 띄워 올려진 연은 더 이상 뛰어다닐 필요도, 더 높은 곳으로 날려 올릴 이유도 없다. 그저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하늘 위로 부는 바람을 손끝으로 느끼며, 여유 있게 즐기기만 하면 될 뿐이다.


나는 부자가 아니다. 이른바 흙수저 출신인 내가 부자를 꿈꾼다는 것은 말 그대로 꿈에 지나지 않았다. 돈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었다는 것이 곧 부자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일하고 싶을 때만 일을 하고, 또 일을 하지 않아도 돈 걱정 없이 사는 것이 내 첫 번째 목표이자 희망 사항이었고 이것이 지금 내가 이룬 전부다.

어마 어마한 부를 이룬 진짜 부자들이 볼 때, 내가 이룬 것들과 내가 전하는 비결들은 가소로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멀기만 하고 뜬 구름 잡는 것 같은 부자 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쳐 나는 요즘, 최소한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그것은 누구에게나 가깝고도 현실적인 목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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