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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Dec 03. 2018

노예 18년, 자유를 찾다


   한가로운 평일 오후 2시, 베란다 창 가득 시원하게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나와, 막 학교에서 돌아온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벤츠를 타고, 배스킨라빈스 31에 들러 골라 먹는 재미를 누리는 게 일상인 나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노예였다.    

   

   그것도 무려 18년이나 말이다.    

   

   인공 지능이 바둑 구단을 이기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 요즘에 노예라니... 그것도 18년씩이나... 과장 섞인 표현이긴 하지만 나는 지난 18년간 돈의 노예이자, 월급의 노예였다.   

   

   운 좋게도 40대 초반이라는, 남들과 비교해 보면 결코 많지 않은 나이에 노예 생활을 청산하고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수많은 부자 선배들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책으로, 그리고 강연으로, 때론 인터넷을 통해 조금씩 쌓아온 경제적 자유를 위한 지식들과 이를 실천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었을 때, 내가 알게 된 것을 내가 사랑하는 네 명의 아이들에게도 알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이 글을 쓰게 한 첫 번째 이유였다. 돈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 덕분에 자유를 얻어 시간이 많아진 내가 직접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기로 한 것이다.    

   아직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이 돈에 대한 조기 교육을 통해, 숨바꼭질 대신 은행 놀이를 하고, 장난감 대신 현금을 선호하고, 저축을 위해 서로 자기가 설거지를 하겠다며 다투는 것을 보며, 내 아이들은 적어도 나 보다는 노예생활을 덜 할 수도 있겠다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글은 비단 아이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아직 경제적 미성년자 인체로,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어른들에게도 경제적 자유를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 번은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경제서 한 권을 추천해 준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머리 아픈 책보다는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주는 힐링 에세이 같은 책이 자신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최근 복잡했던 마음을 치유해 준 감동 깊었던 구절 하나도 소개해 주었다.  


 

  인생에는 운동이나 체중 관리 같은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 반면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들'도 있는데, 사람들은 급한 것들을 먼저 처리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은 그냥 지나치고 산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친구에게 소리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내가 말한 그 책이 ‘급하지만 중요하기 까지 한 것’을 담고 있다니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갑갑한 현실에 지쳐 살다 보면, 체념이라는 감옥에 갇힌 채 마음의 위안을 주는 것들에만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도전보다는 도피가 당장에는 더 편안한 것이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심리다.  

   하지만 열심히 해도 어차피 안 될 바에는 대충 살고 신나게 즐겨 보기나 하자는 유혹에 빠진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텅 빈 잔고와 늙어 죽기 전까지 일해야 살 수 있는 암울한 미래일 뿐이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지금껏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무지한 채로 열심히만 살았던 것'임을 깨닫는다면, 그 어떤 힐링 에세이를 통해 얻었던 위안보다도 더 가치 있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적은 날 연을 날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열심히 뛰어다니지 않는다면 연은 절대로 하늘 위로 날아오르지 않는다. 어쩌다 휘몰아치는 산들바람에 가끔씩 떠오르는 일도 생기지만 잠시만 한 눈을 팔라 치면 여지없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만다.  올라갈 듯 올라갈 듯 날아오르지 않는 연을 보며 바닥에 주저앉아 그대로 포기하고 집으로 향한다면 그것으로 그냥 끝일뿐이다. 그 누구도 연을 들고 대신 뛰어다녀 주는 일은 없을 것이며, 예상치 못했던 큰 바람이 불어와 저절로 날아오르는 행운이 생기더라도 그 연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높이로 띄워 올려진 연은 더 이상 뛰어다닐 필요도, 더 높은 곳으로 날려 올릴 이유도 없다. 그저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하늘 위로 부는 바람을 손끝으로 느끼며, 여유 있게 즐기기만 하면 될 뿐이다.  

   

   나는 부자가 아니다. 이른바 흙수저 출신인 내가 부자를 꿈꾼다는 것은 말 그대로 꿈에 지나지 않았다. 돈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었다는 것이 곧 부자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일하고 싶을 때만 일을 하고, 또 일을 하지 않아도 돈 걱정 없이 사는 것이 내 첫 번째 목표이자 희망 사항이었고 이것이 지금 내가 이룬 전부다.    

   어마 어마한 부를 이룬 진짜 부자들이 볼 때, 내가 이룬 것들과 내가 전하는 비결들은 가소로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멀기만 하고 뜬 구름 잡는 것 같은 부자 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쳐 나는 요즘, 최소한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그것은 누구에게나 가깝고도 현실적인 목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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