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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Dec 17. 2018

초심자의 행운과 본전 생각

 

   재미로, 혹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첫 카지노의 경험은 ‘초심자의 행운’을 ‘비극의 시작’으로 만들어 준다. 아무 생각 없이 배팅했던 만 원이 5만 원이 되고, 10만 원이 되는 순간 ‘나에게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던 재능이 있었던 것일까?’ 하는 착각과 함께 도박의 검은 유혹이 마수를 뻗친다.  

   카지노는 넉넉한 마음으로 ‘초심자의 행운’은 쉽게 허락 하지만, 한 번 걸려든 호구를 순순히 놔주는 일은 없다. 짧은 시간 동안 만 원으로 10만 원을 만드는 기적을 몸소 체험한 호구는 ‘백만 원을 배팅했더라면 천만 원이 되었을 텐데...’라는 평소에는 절대로 가까이하지 않았던 수학의 오묘함에 빠져들게 되고 전 재산은 물론 손모가지까지 도박판에 내어 놓게 된다.  

   이러한 ‘초심자의 행운’은 카지노판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사팀 김대리가 주식으로 천만 원을 벌었대.’라는 말을 듣고 ‘그 어벙해 보이는 김대리가? 그렇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라고 생각하며 개설한 주식 계좌의 첫 투자금은 ‘백만 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10만 원은 너무 적어 보이고 천만 원은 너무 커 보인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나 역시 첫 주식 계좌 개설 후 입금한 금액이 ‘백만 원’이었다. 그것은 ‘처음부터 아무 생각 없이’ 주식에 투자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방증이기도 하다.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의 수익을 얻어야겠다.’라는 투자 전략 따위는 ‘아웃 오브 안중’이었으며, 그저 ‘경험 삼아 한 번 해 보는 투자에 적당한 돈’이었을 뿐이다.  


   투자 행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본’을 아무런 생각 없이 투자한 사람에게 ‘가치 투자’나 ‘기업 분석’ 따위의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도박판에서 그랬던 것처럼 주식 시장 역시 어리바리한 호구들을 두 손, 두발 들어 환영한다. 백만 원이었던 주식 잔고가 백십만 원이 되는 순간 ‘어? 워런 버핏 그 양반, 별거 아니었네?’라는 오싹한 자신감과 함께 ‘아~ 아깝다~ 천만 원을 투자했더라면 백만 원을 벌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추격 매수를 시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비극은 그렇게 시작된다.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그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전 생각’ 때문이다. 도박으로 10억 원을 날린 사람의 목표는 5억 원도 20억 원도 아닌 딱 10억 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도박을 할 거냐고 물어보면 ‘본전을 찾을 때까지’라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부모가 와도 말리지 못한다는 도박이 중단되는 일은 죽거나 도박할 돈이 더 이상 없는 경우일 때가 태반이다.   

   안타깝게도 주식 투자 또한 ‘본전 생각’에 대한 부분까지도 도박과 꼭 닮아 있다. 주식을 도박처럼 하는 사람들에게 주식의 끝은 도박의 끝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카지노에서도 호구가 되지 않았듯 주식 투자에 있어서도 바보가 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이미 한 차례 호구가 되어본 경험이 있었던 나로서는 주식 시장이 건네주는 달콤한 ‘초심자의 행운’ 따위는 처음부터 통하지 않았다.   


   내가 카지노에서 돈을 딸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 중 하나는 ‘절대로 무리한 배팅을 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지켰던 덕분이었다. 좀 더 명확히 말하면 ‘미니멈 배팅’으로만 게임을 운영하는 방법이었다. 카지노 내에서도 가장 적은 돈으로 배팅이 가능한 테이블을 찾았고, 가장 적은 금액만을 배팅했다. 따라서 돈을 땄을 때도 크게 기쁘지 않았지만, 돈을 잃었을 때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투자를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리스크인 ‘멘탈 붕괴’ 자체를 원천에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많이 벌 수 있었는데...’와 ‘본전 생각’은 내 자금 사정과는 무관한 ‘무리한 투자’를 유발시키게 되고, 투자를 투기로 변화시킨다. 성공한 투자가들이 한결 같이 조언하는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라.’라는 말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은 수익에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하며, 어느 정도의 투자 경험이 쌓이기 이전까지는 자신의 경제 사정을 고려한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의 여유 자금만으로 투자해야 한다.  


   나는 한 달 전, 백만 원을 투자한 주식이 만 원의 수익을 냈을 경우에도 매우 만족하는 편이다. 혹자는 백만 원이나 투자해서 만 원의 이익을 낸 것은 투자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실패한 것이라고 얘기하겠지만, 내가 도박으로 터득한 ‘백만 원의 손실보다는 만 원의 수익이 더 가치 있다.’는 개념을 적용하자 작은 수익에도 감사하고 만족할 수 있었다. 백만 원이 년 3%의 1년 만기 정기 예금으로 얻을 수 있는 한 달 수익은 고작 2천 원 정도다. 주식 투자로 정기 예금 수익의 다섯 배의 수익을, 그것도 1년이 아닌 한 달 만에 실현했으니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닐까?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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