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팅할 때 버려야 하는 사소한 것
카지노에서는 도박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흥청망청 돈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걸맞게 다양한 무료 음료수와 함께 화려한 쇼를 구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바글바글한 카지노 테이블과 비교하면 무료로 펼쳐지는 신나는 쇼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도박에 빠져 있는 그들에게는 트와이스나 BTS의 라이브쇼도 관심 밖 무용지물일 것이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재미있어하는 이유는 게임 자체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돈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배당금 없는 경마, 당첨금 없는 복권, 판돈 없는 고스톱처럼 돈과 관계없는 게임은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재미는 곧 돈에 대한 욕망이다. 그 욕망은 너무나도 강해서 그 어떤 유명한 가수도 그 어떤 화려한 쇼도 ‘관심 없는 노잼’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재미에 집착하는 그들에게 카지노는 더더욱 가혹하고 처참한 결과를 가져다준다. 쉬지 않고 게임에 빠져 들다 보면 체력의 한계로 인한 판단력 결핍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마인드 컨트롤이 배팅 성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도박 게임의 특성을 고려해 보면 이는 매우 위험한 행위다.
실제로 생계형 도박사, 즉 도박이 직업인 프로 겜블러들은 오랜 시간 테이블 앞에 앉아 있지도 않으며 카지노의 무료 쇼를 즐기며 휴식을 취해 가며 게임을 한다. 직장인이라면 회사에서 휴식 없이 일을 했을 때와 동료들과의 즐거운 티타임 후 일했을 때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하물며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도박을 휴식 없이 계속해서 한다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임은 당연하다.
주식 투자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소위 시가총액 상위 종목, 즉 대형주들에 투자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고 말한다. 주가 등락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큰돈을 벌 수 없어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미있는 소형주나 테마주를 공략한다. 하한가에서 사서 상한가에서 팔면 단 하루 만에 수익률 85%를 달성할 수도 있다. 단 몇 분 동안에도 주식을 수없이 사고파는 ‘단타 트레이딩’ 역시 주식 투자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꿀잼 요소’다. 변동성 높은 테마주를 단타로 트레이딩 한다면 그 재미는 배가 된다.
도박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도박은 분명 재미있는 행위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나는 도박을 결코 재미로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도박을 한 이유는 오락으로서의 매력 때문이 아닌 수익을 만들어 내기 위한 도구로서의 가치 때문이었다. 도박으로 재미를 느낀다는 것은 그것을 오락의 관점으로 본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에 대한 욕망이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나는 ‘소액 배팅’을 통해 ‘돈을 한 번에 많이 따는 일’ 자체를 아예 차단해 버렸고 이는 신중한 판단력을 게임 내내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비결이 되었다. 도박을 오락 거리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일과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하자 멀리서 들려오는 쇼타임 음악에 이끌릴 수 있었다. 일보다는 쇼에 더 끌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나는 카지노에서의 경험을 주식 투자에도 응용해 보기로 했다. 재미있는 소형 테마주와 짜릿한 단타 트레이딩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재미없는 대형 가치주와 더 재미없는 장기 투자를 하기로 했다. 내가 주식 투자를 하게 된 이유는 ‘재미있고 싶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것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도박을 오락으로 하지 않고 수익에 집중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듯, 주식을 도박처럼 했던 과거와는 달리 주가가 떨어져도 쉽게 동요되지 않았으며, 주가가 올라도 의연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투자보다 백배는 더 재미없는 주식 투자에 대한 공부 과정도 필요했다. 오락을 즐기고 싶다면 놀이공원에 가야 하고, 돈을 벌고 싶다면 재미없는 도서관에 가야 한다. 투자를 함에 있어 ‘재미’와 같은 사소한 것은 헌 신발짝처럼 팽개쳐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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