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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Dec 19. 2018

올인하는 노름꾼, 몰빵 하는 투자가


   많은 사람들이 ‘도박’ 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올인’을 꼽는다. ‘올인’은 도박판에서 가지고 있던 돈을 단 한 판에 전부 거는 것을 말하는데, 그 유명한 드라마 ‘올인’ 덕분에 도박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잘 아는 말이기도 하다.  

   

   위험성이 높은 카지노에서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건다.’는 행위는 ‘돈을 따고 있을 때’에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행위다. 그야말로 돈을 거의 다 잃고 적은 금액의 배팅으로는 더 이상 본전에 이르지 못한다는 판단이 될 무렵 ‘올인’을 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짜 고니가 확신에 차, 전 재산과 손모가지를 걸고 ‘올인’을 외치는 것은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도박판에서는 ‘확신’이라는 것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타짜라는 칭호까지 얻은 겜블러 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홀짝 게임을 하면서 홀만 연속해서 천 번이 나왔다 하더라도 그다음에 짝이 나올 가능성은 확률상 여전히 50% 일뿐이다.  

  

   주식 투자를 할 때도 ‘올인’은 좋은 경우보다는 나쁜 경우에 더 많이 일어난다. 가치주만을 선별해서 여러 개로 분산해 투자한 주식도 얼마 안 가 계좌를 보면 가장 많이 하락한 하나의 주식에 ‘몰빵’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 주식 호구 시절 분산투자를 한답시고 종목을 10개로 나누어 균등하게 투자를 해놓고도 조금 오른 종목은 차익실현을 하고 그 돈으로 많이 떨어진 주식을 사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단 한 개의 종목만 보유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수없이 반복했었다.   

   좋은 회사의 주가는 오르고 실적이 좋지 않거나 미래 가치가 부족한 회사의 주가는 내리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른 주식은 차익 실현을 해 비중이 줄어들고 주가가 내린 주식은 물타기를 통해 더 많이 갖게 되는 비합리적인 현상이 호구들의 계좌를 파랗게 물들인다. 이러한 행위를 ‘꽃을 뽑고 잡초를 심는 일’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세상사도 그러하듯 좋은 일은 또 다른 좋은 일을 부르고, 나쁜 일은 더 좋지 않은 미래를 만들어낸다. ‘올인’에 성공한 노름꾼은 대부분 그 한 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는다. 두 배가 된 자산은 또 다른 ‘올인’을 위한 도박 자금에 불과하다. ‘몰빵’으로 성공한 호구의 주식 잔고 역시 그 말로가 노름꾼의 마지막과 결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올인’을 외치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나는 일단 ‘올인’이라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진 전부를 한꺼번에 거는 행위’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전부’가 ‘단 한 판의 도박판에 걸만큼 적지 않으면 되겠다.’는 아주 단순한 결론에 이르렀다. 즉 배팅에 소요되는 자본금이 내가 가진 전 재산보다 훨씬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억 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에게 백만 원을 정기 예금에 넣어 놓는 행위는 분산 투자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다. 효율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에 있어서는 위험성이 큰 투자 대상에는 적은 금액을, 안정성이 큰 투자 대상에는 큰 금액을 투여해야 한다.   

  

   도박은 매우 위험한 투자 대상이었기 때문에 도박에 배팅하는 자본금이 내가 가진 부동산 자산이나 예금 잔고보다 한참은 많이 적어야 한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도박으로 집문서를 날리는 일이 애초에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심지어 나는 내가 도박에 배팅할 수 있는 자본금을 수치화 해 관리하기까지 했다. 내가 하루 동안 카지노에서 자본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내가 가진 전체 자산의 100분의 1 이하여야 하며, 한 번에 배팅할 수 있는 금액은 내가 카지노에 가져간 총자본금의 100분의 1 이하로 정했다. 즉 내 전 재산이 1천만 원이라면, 내가 카지노에 가져갈 수 있는 돈은 1천만 원의 1%인 10만 원이 최대이며, 최대 배팅 금액은 10만 원의 1%인 천 원 정도다.   

   나는 실제로 강원랜드 블랙잭 테이블에서 남들이 모두 한 번에 10만 원, 20만 원을 배팅하는 판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꿋꿋이 한 번에 천 원만을 배팅했고, 그 테이블에서 돈을 딴 유일한 플레이어가 되었다. 내가 자칫 경찰서행이 될 수도 있는 도박 경험을 스스로 떳떳하게 알릴 수 있는 것은 그 배팅 금액이 법으로 처벌받을 만큼 크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나 역시 주식 호구 시절 여러 개의 회사 주식이 단 하나의 회사로 합병되는 기적과도 같은 ‘몰빵’을 경험했었다. ‘몰빵’은 내가 고른 회사 중 가장 유망하고 가치 있는 회사가 아니라 같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하락한 주식이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는 호구스러움이었다.   

   나는 ‘올인’을 원천에 차단했듯 ‘몰빵’ 또한 원천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박을 할 때 그랬던 것처럼 한 가지 규칙을 세웠다. 그것은 ‘하나의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을 정해 놓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그 금액을 천만 원으로 정해 놓는다면, 처음에 백만 원을 투자한 회사가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저점 매수를 한다거나 반대로 호재로 인해 추격매수를 하게 되더라도 그 상한선은 천만 원 이므로 아무리 낮은 가격 혹은 아무리 좋은 가치가 있더라도 추가 투자는 하지 않는 식이다. 상한 투자액 역시 도박을 할 때 최대 배팅액을 정했던 것처럼 내가 가진 자산의 일정 비율 내에서 정해 놓았기 때문에 웬만한 주가 하락으로는 마인드 컨트롤이 힘들어지는 지경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기 힘든 구조였다.   

  

   이 작은 원칙을 지킨 후 내 주식 계좌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여러 개의 회사에 분산 투자로 시작한 주식 계좌가 몇 달 후 단 한 개가 되는 일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호구 시절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여러 개의 주식 종목이 하나가 된 것은 단 하나의 종목만 빼고 모두 차익 실현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며, 그 수익은 나머지 하나의 주식에 ‘몰빵’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회사의 더 가치 있는 주식에 투자할 대기 자금으로 현금화되어 있었다.   



<돈이 되는 Q&A>  

   

 Q 1 : 저는 한 종목만을 투자하고 있는데, 잘못된 것인가요? 배당주라서 마음은 편한데 손실이 난 상태여서 4년째 홀딩 중입니다.   

  

 A : 주식 투자 고수들은 그들의 경험과 전략에 따라 오히려 '집중투자'를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서론 부분에 '투기를 투자로 알고 하면 더 위험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으로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2 : 저는 주식 투자에 있어 분산 투자가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제가 주로 투자하는 종목은 달러입니다. 금액만으로 놓고 본다면 환테크가 포트폴리오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환투자는 주식 투자와 달리 보다 공격적으로 집중해서 투자 합니다. 주식 중에도 달러만큼 확신이 생기는 종목이 생긴다면 집중 투자하는 게 더 큰 수익을 노릴 수 있을 텐데, 아직 그런 종목을 찾아내지 못해 현재는 그냥 분산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셨듯 분산 투자가 능사는 아닌 게 맞습니다. 집중 투자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더 안전하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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