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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Dec 20. 2018

실패해도 좋은 투자 기회

 

   카지노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은 단 한 번의 배팅에 단 한 번의 결과로 승패가 결정된다. 옳은 결정이든 잘못된 결정이든 딱 한 번의 기회밖에 없다는 얘기다. 도박이 위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심사숙고가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게임인 것도 모자라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하지만 카지노 내의 수많은 게임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선택의 조정’이 가능한 게임이 있다. 바로 블랙잭 게임이다. 카드의 조합으로 ‘21’에 가까운 숫자를 만들면 승리하게 되는 블랙잭은 ‘히트’와 ‘스탠드’ 즉 추가 카드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해 딜러와의 승부에서 승리 확률을 바꿀 수 있다. 또한 ‘서렌더’, ‘스플릿’. ‘더블’, ‘인슈어런스’ 등 다양한 선택을 통해 확률상 불리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이미 배팅한 금액의 50%를 회수할 수도 있고, 반대로 승리할 확률이 커졌을 경우에는 배팅한 금액의 두 배 이상을 추가로 배팅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선택의 조정’은 주식 투자에서도 가능하다. 주식이 도박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이러한 선택의 폭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넓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산 주식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블랙잭의 ‘서렌더’처럼 주식의 일부를 매도하는 ‘손절매’를 할 수도 있고, 상승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면 ‘더블’이나 ‘스플릿’처럼 ‘추가 매수’를 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가 블랙잭 게임보다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 역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훨씬 복잡해서이기도 하다. 제한되지 않은 좋은 선택을 통해 손실을 줄일 수도 수익을 높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한다.   

   이미 매수한 주식은 그 회사가 훌륭한 회사이던 그렇지 않든 간에 ‘나의 기준’ 하에서는 주가가 상승한 주식은 좋은 주식이고, 하락한 주식은 나쁜 주식이다. 회사의 가치는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고려할 사항일 뿐이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 할지라도 주가 변동성은 피할 수 없기에 좋은 회사의 주식이 하락할 때도 나쁜 회사의 주식이 상승할 때도 있는 것이다.   

  

   내가 도박을 그만두고 했던 첫 번째 투자 대상은 ‘미국 달러’였다. 달러를 회사의 주식이라 생각한다면 절대 망하지 않는 주식이라 할 수 있다. 달러는 ‘미국’이라는 강력한 회사가 발행한 주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파산을 한다는 것은 전 세계의 경제 파산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한화로 달러를 사는 행위는 그리 위험한 행위가 아니다. 달러나 엔화를 안전자산이라 부르는 이유 역시 비슷한 이유다. 나는 이토록 안전한 달러의 환율이 변동성을 갖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포착했고, 도박을 통해 배운 배팅의 기술을 이용해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마틴 게일, 파로리, 캘리 배팅 등 다양한 배팅 시스템을 접목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다.  

  

   1달러 당 1,200원일 때 달러를 매수했다는 것은 달러가 1,200원보다 오른다는 확률에 배팅하는 것과 같다. 만약 이것이 도박이었다면 확률 50%의 게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도박과 다를 이유가 없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달러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 게임에 배팅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도박의 경우 달러의 가격이 단 1원이라도 내린다면 배팅한 돈의 100%를 날리게 된다. 하지만 달러 투자의 경우에는 그저 1원의 손해가 발생했을 뿐이다. 혹자는 반대로 단 1원이라도 오른다면 도박의 경우 100%의 수익이 발생했겠지만 달러 투자의 경우에는 그냥 1원의 수익만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크게 먹고 싶은 사람은 주식 투자가 아닌 도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변동성이 지나치게 큰 주식은 도박과도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 살벌한 카지노 도박판에서도 ‘안전제일’을 최고의 전략으로 여겨 성공할 수 있었던 나는 주식 투자에서도 이 전략을 그대로 고수했다. 큰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적은 자본으로 변동성이 큰, 즉 도박과도 같은 위험한 투자를 하든가, 대규모의 자본으로 변동성이 작은 투자를 해야 한다. 나는 ‘큰 수익’이 아닌 ‘그냥 수익’을 원했기에 리스크가 작고 안전한 방향만을 생각했고 적은 자본으로 변동성이 작은 달러에 투자하는 것은 가장 적합한 투자 대상이 되었다.   

  

   달러 투자는 도박과 비교해 보면 극과 극의 안정성을 가지고 있었다. 절대 망하지 않는 회사에서 발행한 주식이라 생각했던 달러는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투자 실패’가 아니었다. 1,20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100원으로 하락하면 그것은 ‘손실’이 아닌 ‘기회’가 되었다. 가치 있는 자산을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가격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또 하락하면 하락하는 대로 투자에 성공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기이한 경험이 시작된 것이다. 



<돈이 되는 Q&A>  

 

 Q 1 : 달러에 투자하는 것과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요?  

  

 A : 도박과 주식의 배팅 방식이 다르듯 달러 투자와 주식 투자를 똑같은 방식으로 투자해서는 안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달러 투자가 안정성이나 햇지 투자 측면에서 주식과 채권 사이 정도에 위치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할 때 현금 비중을 높여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때 저는 한화 현금 대신 달러 현금을 활용해 돈이 잠시라도 일하지 않고 쉬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2 : 유가가 하락했을 때 투자 기회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원자재 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저는 주식 투자도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 상황에서도 버티는 동안의 부가 수익 창출이 가능한 배당주를 주 포트폴리오로 삼고 있습니다. 달러는 특이하게도 그 자체가 현금인지라 환금성 따위는 고려조차 하지 않아도 되고, 단 이틀만 달러 정기 예금에 넣어 놓더라도 제1금융권 은행의 1년짜리 정기 예금 이자율과 비슷한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원자재나 파생상품은 이러한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별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고 있습니다.  


  

 Q 3 : 저도 달러나 엔화에 투자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아직 투자 비중과 시기를 저울질만 하고 있습니다. 과연 언제쯤 투자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A : 참고로 저는 엄청난 레버리지를 수반하는 FX 마진거래는 위험성이 너무 커 권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전자산의 실물 보유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하에서는 방어적인 차원에서라도 필요하니 경험을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부자들이 멀쩡한 은행을 놔두고 금과 달러가 가득한 금고를 가지고 있는 이유가 꼭 세금 탈루 목적뿐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해 보아야 합니다.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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