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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Dec 22. 2018

물타기? 아니 분할 매수!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할 때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 중 하나로 ‘물타기’를 꼽는다. 투자금이 커지면서 위험성도 함께 높아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주식을 살 때는 ‘분할 매수’를 해야 한다는 말도 한다. 물타기와 분할 매수는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요즘은 이른바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처럼 남이 하면 물타기이고 내가 하면 분할 매수인 것일까? ‘주식의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기 위한다는 공통의 목적이 있음이 분명함에도 어떤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고 또 어떤 것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아무리 훌륭한 회사의 좋은 주식이라 할지라도 현재 나에게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는 주식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밉기만 한 쓰레기라 할 수 있다. 그런 쓰레기에 물을 타봤자 그것은 그냥 여전히 쓰레기일 뿐이다. 깨끗한 물은 오염된 물통에 담아서는 안 된다. 물을 타는 순간 먹을 수 없는 더러운 물이 더 많아진 것 밖에 안 되는 것이다.   

   여기서 주식을 '쓰레기'라고 까지 한 표현은 좀 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그 회사의 '가치'가 아니라 그 회사가 가져다주는 '수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샐러리맨들이 말하는 '애사심'이라는 것이, 대부분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기보다는 '회사가 주는 월급에 대한 사랑'인 것처럼 말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드는 '사랑의 매'라는 것이 '좋은 사람이 돼라'라는 뜻이 담겨 있는 가치 있는 교육 행위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가 맞는 것'은 '폭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요즘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인 것을 보았을 때, 나에게 손해를 가져다주는 회사와 그 주식은 내 관점에서는 '쓰레기'처럼 미운 게 사실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라는 성경말씀처럼 추가로 매수하는 주식은 이전에 매수한 주식과는 별개의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물타기와 분할매수의 차이는 ‘살 때’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팔 때’에 있다. 물타기를 한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도를 할 때는 ‘한 방’에 처리한다. 물타기를 통해 ‘평단가’를 낮춰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고 안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분할 매수로 산 주식은 팔 때 역시 분할 매도를 해야 한다. 투자라는 행위는 본전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수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 된다.  

   물타기는 '이따위 쓰레기 같은 종목을 내가 높은 가격에 샀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 더 사서 싸게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분할 매수는 '이런 좋은 주식을 이렇게 싸게 팔다니? 그럼 더 사야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유사하다.   

  

   1만 원일 때 산 100주의 주식이 60%가 하락해 4천 원으로 하락했다고 가정해 보자. 100주를 더 매수한다면 물타기를 한 투자자의 ‘매입 평단가’는 ‘7천 원’이 된다. 하지만 분할 매수를 한 투자자의 평단가는 ‘1만 원’과 ‘4천 원’ 두 개가 된다.   

   시간이 흘러 주가가 7천 원 까지 회복했을 경우, 물타기를 했던 투자자는 가지고 있던 주식 200주를 전량 매도해 손실을 회피할 수 있게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수익 역시 없다. 반면 분할 매수를 한 투자자는 4천 원에 산 주식 100주를 7천 원에 매도해 주당 3천 원, 즉 30만 원의 수익을 얻게 된다. 물론 1만 원에 산 주식 100주가 아직 남아 있지만 ‘아직 팔지 않은 주식은 손실도 수익도 실현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그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는 이후의 상황도 달라지게 한다. 만약 주가의 추가 상승으로 1만 3천 원이 될 경우, 전량 매도를 선택했던 물타기 투자자는 아쉬움에 뒤늦게 고점 추격 매수를 하게 되는 불상사까지 발생하는 극심한 멘탈 붕괴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분할 매매를 한 투자자는 추가로 30만 원의 수익을 더 발생시켜 총 60만 원의 수익으로 투자를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에도 그 양상은 다르다. 물타기를 한 투자자는 모두 팔아 버리길 잘했다고 안도하면서도 매도가보다 더 낮아진 싼 가격에 대한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다시 전량 매수를 하는 대범함을 보이는 일이 허다하다. 이와는 달리 분할 매도를 한 투자자는 이미 30만 원의 수익실현을 한 상태임은 물론 든든한 현금까지 보유하고 있기에 추가 하락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은 유한한 까닭에 하염없이 흘러내리기만 하는 주식에 계속해서 분할 매수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로소 멈추어야 할 때‘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잘 짜여진 전략‘은 투자의 성패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분할 매수가 여러 번 이루어졌다는 것은 투자금이 증가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큰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주가의 폭락은 멘탈의 흔들림을 가져오고 ’전략에 의한 분할 매수‘가 아닌 ’될 대로 돼라!‘라는 투기 가득한 마음의 물타기가 시작된다.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 할지라도 금융위기나 단기적인 실적 악화 앞에서는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으며, 떨어지는 칼날처럼 위험하다. 따라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미리 계획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신규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주가 하락 시 취할 분할 매수의 횟수와 총투자금의 규모, 그리고 그 시점까지도 미리 정해 놓는 방식을 취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휩쓸려 이성적이지 않은 투자를 하지 않기 위함이다.   

   또한 일시적인 반등에 따른 분할 매도도 미리 짜 놓은 전략대로 실행한다. 하지만 매도 시에는 매수 시와는 달리 거래 횟수나 규모, 시점 따위는 모두 무시하고 단 하나의 원칙만을 고수한다. 그것은 ‘단 1원이라도 수익이 발생했을 때만 매도한다.‘는 원칙이다.   

   매수의 경우에는 마치 프로그램 매수처럼 가능하면 정확히 지키려 노력하지만, 매도 시에는 시장 상황과 경제 지표 분석 등 다양한 대외 변수들을 고려해 수익 실현의 유무를 판단한다. 하지만 이 판단이 정확 할리 없기에 수익률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다만 최초에 매수한 주식은 여전히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항상 계좌에 남겨 놓기 때문에 매도 후에 후회하는 일도 없으며, 더 큰 소익에 대한 기대도 남아 있게 된다.   

  

   워런 버핏이 주장한 ‘잃지 않는 투자’, 그리고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라는 어찌 보면 당연하게만 보이는 주식 투자에 대한 조언을 따르는 것은, 원칙을 세우고 그대로 지키기만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돈이 되는 Q&A>  

   

 Q 1 : 저도 분할 매매 방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손절을 하지 않고 홀딩을 하려면 배당주가 안정적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저 역시 보유하고 있는 종목 중 70% 이상이 배당 수익률 3% 이상의 배당주들입니다. 혹시 모를 장기적 주가 하락을 버텨내는데 도움이 되는 든든한 안전마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추가 매수한 물량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 단 0.1%의 수익이 나더라도 매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초 매수한 물량에 대해서는 장기 투자로 보고 홀딩하는 편입니다.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전량 매도 후, 다시 하락하지는 않고 오히려 너무 심하게 올라 버려 해당 주식과 영원히 헤어져야 했던 경험에 기인한 것입니다.  

   추가 매수한 물량으로는 낮은 수익률을, 최초 매수한 물량으로는 장기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이원화 전략을 취해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Q 2 :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추가로 분할 매수를 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오를 경우에도 분할 매수로 주식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최초 매수한 가격과 관계없이 매월 같은 금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도 분할 매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최초 매수가 보다 가격이 높아진 종목을 추가 매수하는 게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 그렇게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차라리 여전히 싸게 팔고 있는 다른 종목을 찾아 사는 게 더 경제적이라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100% 확신하는 회사도 없고, 위험도 분산시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주식은 어느 한 회사의 지분율보다는 투자금이 여러 회사로 나누어져 있다 하더라도 수익률이 더 중요한 가치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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