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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Dec 23. 2018

투자 기술? 그런 거 없어!

 

   1개를 배팅해서 패했을 경우, 그다음에는 앞에서 잃은 1개에 1개를 더한 두 배를 배팅하여 총 2개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패한다면 이미 잃은 2개의 두 배를 또 배팅해 총 4개의 이익을 추구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배팅을 늘리다 보면 어느 순간 단 한 번이라도 승리했을 경우, 이전에 손실되었던 배팅액을 모두 회수하고도 1개의 수익을 얻어낼 수 있다. 만약 배팅액이 무한한 플레이어라면 이 방식을 통해 무조건 승리할 수 있다는 이론적 결과가 도출된다. 이 배팅법을 카지노에서는 ‘마틴 게일 시스템 배팅’이라 부른다.  

   이 ‘마틴 게일 시스템 배팅’ 대로만 배팅을 할 수 있다면, 카지노에서 돈을 잃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프로 도박사들은 하나같이 ‘마틴 게일 시스템 배팅은 파국의 지름길’이라며 ‘카지노에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라 얘기한다. 그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바로 가장 중요한 전제이기도 한 배팅금, 즉 자본이 무한한 플레이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플레이어가 초기 배팅액 10만 원을 가지고 마틴 게일 시스템 배팅 방식으로 도박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플레이어가 첫 번째 배팅에 실패해 두 번째 배팅에 필요한 돈은 20만 원이고, 세 번째 배팅에서는 40만 원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잃은 배팅금액의 두 배씩을 계속해서 배팅해 나간다면 이 불쌍한 플레이어가 20번을 패하고 21번째 배팅해야 하는 돈은 무려 천억 원이 넘으며, 지금까지 잃은 돈의 합 또한 천억 원이 넘는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고작 10만 원을 따기 위해 천억 원을 투자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마틴 게일 시스템 배팅이 그 이론적 완벽함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배팅 방법이라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 마틴 게일 시스템 배팅은 카지노에서 처음 배팅을 하는 초보자들이 흔히 하는 배팅 방식이기도 하다. 배팅 시스템의 명칭을 알지 못할 뿐, 스스로 얼마를 배팅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배팅하면 절대로 돈을 잃는 일은 없겠네? 나는 천재였어!’라고 생각하며 지옥행 특급 열차에 올라타게 되는 것이다.  

  

   주식 투자에도 이와 같이 위험한 투자 방법이 있었으니 이름 하여 ‘물타기’가 바로 그것이다. ‘스케일 트레이딩 (scale trading)'이라고도 부르는 이 '물타기’는 매입한 주식이 하락하면 그 주식을 저가로 추가 매입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투자법‘을 이르는 말이다. 높은 가격에 산 주식을 저가에 매수한 주식으로 ’ 희석시킨다 ‘는 의미에서 ’ 물타기‘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100주의 주식을 주당 만 원에 매수할 경우 총투자금은 백만 원이다. 주가가 하락해 한 주의 가격이 6천 원이 될 경우,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40%가 되므로 손실금은 40만 원이 된다.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린 끝에 주가가 8천 원으로 회복하더라도 그 폭은 줄어들었을지라도 투자 손실이 발생한 상태임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6천 원으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 백만 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면, 즉 물타기를 한다면 평단가는 7천5백 원으로 낮아지게 되고, 주가 회복을 통해 8천 원이 될 경우 주당 5백 원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이 계산대로라면 물타기를 계속할 경우, 마틴 게일 시스템 배팅처럼 주식으로 돈을 잃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만약 물타기를 지속했던 주식이 상장 폐지되어 휴지조각이 된다 하더라도 더 큰 금액을 투자할 또 다른 주식이 존재하는 한 물타기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타기는 마틴 게일 시스템 배팅과 동일하게 가장 중요한 전제인 ‘무한한 자본’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똑같이 위험한 투자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주식투자는 도박과 다르다. 만약 제대로 된 가치 분석을 통해 어느 수준 이하의 가격으로는 도저히 하락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지점을 가늠할 수 있다면 물타기도 효과적인 투자 방식이 될 수 있다.   

  

   나는 물타기와 분할 매수의 차이가 매수 시가 아닌 매도 시에 결정된다고 생각하고 ‘7 분할 계정 매매’라는 일종의 분할 매매 전략까지 세웠었다. 하지만 이는 매매 기술에만 국한된 반쪽짜리 솔루션일 뿐이었다. 주식 투자는 말 그대로 도박이 아니기 때문에 ‘매매 기술’만 가지고는 실패를 조금 더디게 할 뿐 성공의 방향으로는 갈 수 없었다.  

   기업의 가치에 대한 분석도 없이 단지 평단가를 낮추기 위한 ‘분할 매수’는 그저 ‘위험한 물타기’에 불과하며, 회사 가치의 변화가 없음에도 수급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하락한 주식을 ‘물 타는 것’은 ‘현명한 분할 매수’가 될 수도 있다. 내가 개발한 ‘7 분할 계정 매매’는 물론 그 어떠한 훌륭한 매매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가치주’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일 뿐인 것이다.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영화계에서는 ‘좋은 시나리오가 나쁜 영화가 될 수는 있어도, 나쁜 시나리오 좋은 영화가 될 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주식 시장으로 가져와 보면 ‘좋은 종목이 손실을 가져다줄 수는 있어도, 나쁜 종목으로 수익을 얻을 수는 없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유명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실전 전투 경험이 많은 오경필 중사(송강호)는 '총을 빨리 뽑는 기술'을 자랑하는 이수혁 병장(이병헌)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전투 기술? 그런 거 없어! 얼마나 침착한가, 얼마나 빨리 판단하고 대담하게 행동하느냐! 이게 다야!"  

   

   분할 매수, 매매 전략, 분산 투자, 집중 투자 등 그 어떠한 투자 기술도 '투자 대상이 정말 가치가 있는가?'에는 우선할 수 없다.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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