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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Dec 25. 2018

분할 매매를 하는 일곱 개의 투자 자아

  

   성공적인 달러 투자를 통해 물타기가 아닌 분할 매매에 대한 가치를 깨달은 나는 이를 주식 투자에도 활용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주식 투자는 이러한 개념이 생각처럼 쉽게 적용되지 않았다. 분할 매수를 물타기라고 부르는 이유에 걸맞게 추가로 매수한 주식은 최초에 매수했던 주식과 잘 섞여 있어서 절대로 ‘새 주식’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최초 매수 주식과 추가 매수 주식을 구분하는 유일한 방법은 매수 가격과 수량을 기억하고 있거나 엑셀 프로그램 등에 기록해 놓는 방법뿐이었다. 이는 매우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라서 갑작스러운 매도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분할 매도를 할 때에도 주식 트레이딩 시스템상에서는 수익이 아닌 손실로 표시되기 때문에 찜찜하기가 그지없었다. 심지어 3차, 4차 분할 매수까지 한 경우에는 도대체 몇 주를 얼마에 산 것인지 구분조차 하기 힘들어지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나는 엑셀 작업 같은 별도의 기록 없이도 분할 매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고 결국 그것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내가 고안한 주식 분할 매매법은 아주 간단하고도 효과적이었다. 그것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새 주식은 새 계정’에 넣는 방식이었다. 이 방법이라면 추가로 매수한 주식이 이전에 산 주식과 섞이는 일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내 머릿속에는 총 7개의 주식 투자 자아가 각각의 주식 계정을 담당하고 있다. 1번 계정을 담당하는 투자 자아의 수익률은 별로 좋지 않다. 하지만 2번, 3번, 4번, 5번, 6번, 7번 이렇게 다음의 계정을 담당하는 투자 자아들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좋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1번 투자 자아는 항상 비교적 높은 가격에 주식을 샀을 테지만. 시행착오를 겪은 1번 투자 자아 덕분에 2번과 3번 그리고 4번, 5번, 6번, 7번의 투자 자아들은 같은 주식도 훨씬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하는 투자의 고수가 될 수 있었다.  

   각각의 계정에 들어 있는 주식들은 물을 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수익률을 따로 계산하거나 분할 매도를 할 필요가 없다. 수익률이 파란색이면 그냥 놔두면 되고, 빨간색이라면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언제든 전량을 팔아버리더라도 결국은 분할 매도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꽃을 뽑아 잡초를 심는 행위’, 즉 상승한 가치 있는 종목을 팔아 하락한 잡주에 투자하는 일을 차단하는데도 큰 효과가 있었다. 계정에 따라 꽃밭과 잡초밭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어, 1번 계정에는 꽃을 절대로 꺾지 않는, 워런 버핏을 추종하는 장기 투자자가 버티고 있었고, 잡초는 또 다른 계정, 즉 잡초밭에만 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분할 매수 투자법을 ‘7 분할 계정 매매 (7 Split Account Trading)’라 부르기로 했다. 내가 보유한 총 7개의 계정 중 1번 계정은 최초로 매수한 종목들이 모여 있는 계좌이며, 종목별 목표 수익에 달성하기 이전에는 절대로 매도하지 않는 장기 투자용 종목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만약 1번 계정에 속해 있던 종목 중 3% 이상의 하락이 발생한 종목은 2번 계정에서 추가 매수가 진행된다. 같은 방식으로 2번 계정에서도 추가 하락이 발생한 종목은 3번 계정에서 추가 매수가 진행되는 식이다.   

   나는 각 계정마다 추가 매수가 진행되는 하락의 비율을 달리 적용했는데 예를 들면 1번 계정의 매수가 기준으로 각각 3%, 5%, 10%, 20%, 40%, 70%가 하락했을 때마다 총 여섯 번의 추가 매수가 이루어지는 구조다. 즉 마지막 7번 계정에 들어 있는 종목들은 최초 매수가 대비 평균 70% 이상 하락한 종목들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주식 매매 기법은 카지노의 블랙잭 게임에서 그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블랙잭은 같은 숫자, 즉 페어일 경우 스플릿(split)을 통해 안정성과 수익 극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게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딜러가 패할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내 카드가 ‘A(에이스)' 페어일 경우 스플릿을 하게 되면 높은 확률로 두 개의 블랙잭(21)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보통의 카지노 룰에서는 ’A'는 세 번 정도의 스플릿만 가능하지만 주식 투자에는 당연하게도 이러한 룰이 적용될 리는 없기에 원하는 만큼의 스플릿, 즉 계정 분할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정 분할을 7개로 한정 지은 것은 계좌 관리의 편의성을 고려했을 때, 경험상 이 숫자를 넘지 않는 것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야매 개발‘ 주식 투자 매매 기법을 적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1번 계좌에서 최초 매수한 종목은 퀀트 투자에 기반한 가치주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7 분할 계정 매매'는 기업의 성장과 주가가 비례해 우상향으로 가는 종목은 맹목적인 장기 투자보다 훨씬 큰 복리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대로 작동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도박이든 주식 투자든 감정의 변화는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다. 매수한 주식들의 수익률이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비관‘과 더불어 ‘욕심’이라는 악마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확고한 투자 철학도 잘 골라놓은 가치주도 그 지독한 악마들 앞에서는 모두 무방비 상태가 된다. 하지만 ‘7 분할 계정 매매’를 한 이후로는 그 악마의 출현이 현저하게 줄어들다 못해 아예 자취를 감추어 버리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나에게는 수익률이 모두 파란색인 가슴 아픈 계정도 있지만, 수익률이 온통 빨간색인 계정도 있다는 ‘위안’은 ‘비관’을 물리치는 힘이 되었고, 평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더 많이 사야 한다는 ‘욕심’은 계정별로 할당된 투자 상한액으로 ‘절제’ 될 수 있었다.  



<돈이 되는 Q&A>  

   

 Q 1 : 추가 매수 구간은 주로 어떻게 정하시나요? 그리고 투자 자금이 모두 소진되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 : 추가 매수 구간별 하락률은 환율, 금리 등 거시 경제 상황을 분석해 시기별로 다르게 적용합니다. 일례로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하락장에서는 구간을 넓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의미 있는 경기 반등을 포착하기 전에는 아무래도 상승 가능성보다는 추가 하락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는 게 안전합니다. 반대로 상승장에서는 마지막 7번 계좌에 40% 이하로 하락한 종목이 담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제 추가 매수 계좌들에는 종목별로 매수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리고 저는 안전한 가치투자, 즉 잃지 않는 투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지라 현금비중이 다른 주식 투자자분들과 비교했을 때 꽤 큰 편입니다. 잃지 않는 것에만 집중해도 나중에 보면 수익이 늘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이는 제가 큰 자금이 소요되는 달러 투자를 병행하고 있는지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식 투자는 스트라이크 게임이 아니며 , 고로 현금이 가장 안전한 종목'이라는 나름의 투자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레버리지는 다소 공격적으로 활용하는데 미수나 신용 같은 단기 자금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고 신용 대출이나 건물 담보 대출 같은 거의 영구 차입이 가능한 자금만을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금이 모자란다면 추가 매수를 하지 않고 홀딩으로 장기 투자를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Q 2 : 달러 매수 시에도 주식 거래처럼 ‘7 분할 계정 매매’를 하시는지요?   

   

 A : 달러 매수는 계정을 나눌 필요까지는 없이 비교적 간단하고 수익관리도 어차피 따로 해야 하는지라 지금도 여전히 엑셀을 사용하고 있기는 합니다. 현재 외화 통장을 10개 정도 가지고 있기는 한데 그 용도는 다릅니다. 답변을 하다 보니 외화도 통장별로 관리하면 분할 계정 매매가 될 수 있겠네요.  

   다만 달러는 단 하나의 종목인 데다 1회 매수 시 금액도 큰 편인지라 머릿속으로도 대충 기억할 수 있을만한 수준입니다. 원달러 환율 변동은 일중 변동폭은 작고 움직임도 느리지만 일간 변동폭은 그에 비해 크다는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달러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처럼 전 세계적으로 24시간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가격 변동이 주식 거래 시간의 4배나 되는 시간 동안 움직입니다. 자고 나면 가격 변화가 큰 이유이기도 하지요.  


  

 Q 3 : ‘7 분할 계정 매매’를 하려면 보통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성격이 그런 편이신가요?  

 
 
A : 계정을 7개나 관리한다고 하니 저를 꼼꼼하고 체계적이고 부지런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최초 아이디어 자체도 엑셀 등으로 수익관리를 하는 게 귀찮아서 나온 거고요.  

   중요한 것은 이 매매법은 관리를 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어차피 장기 투자용 가치주로만 선별해 놓았기 때문에 매도 관리를 안 하면 그대로 모든 계정이 홀딩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매도 타이밍을 이 계정의 이 종목은 10% 상승에 터치되었을 때 해야지 하고 미리 정해 놓는 것이 아니라, 그냥 빨간색이고 마음 내키면 기분 좋게 파는 식입니다. 다만 매수 시에는 '몇 퍼센트 이하로 하락하면 산다.'라는 전략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타이밍을 놓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랜만에 HTS에 접속하면 보통 두 가지의 상황이 연출됩니다. 첫 번째는 '어? 이 종목은 5% 이상 하락하면 매수하려고 했는데 10%나 떨어져 있네? 늦게 확인하길 잘했어. 하마터면 비싸게 살 뻔했잖아?'와 두 번째는 '어? 이 종목은 오전에 10%나 하락했다가 지금은 보합이네? 다행이다.'입니다. (기 매수한 보유 물량의 손실이 없으니 다행이지요.)  

   정리하자면 매도는 관리 안 하면 그냥 홀딩이고, 매수는 전략으로 미리 정해 놓은 것보다 비쌀 때만 안 사면 되고, 오히려 그 보다 많이 하락하면 감사해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첨언드리자면 계정이 7개라고 해서 모두 꽉꽉 채울 것을 대비해 현금을 준비해 놓을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가치주를 저평가된 상태에서 매수하게 되면 실제 하락률은 그리 크지 않아서 어떤 종목은 2번 계정 까지가 마지막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고작해야 3번 계정에서 멈추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2, 3번 계정에서 수익실현과 매수가 반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정적으로 4번 계정쯤에서 자금을 다 투여했는데도 추가 하락이 있다면 그냥 홀딩입니다. 오히려 자금이 부족한 덕분에 더 커질 수도 있었던 손실을 피하게 되었다고 감사해하면서 말이지요. 계정을 7개로 나눈 것은 혹시 생길지 모르는 욕심에 대비해 종목당 총투자금을 제한하려는 목적이지 다 채우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물론 몇몇 종목은 7번 계정까지 터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흔치 않은 경우이며, 대부분 저평가 상태에서의 폭락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익 실현되어 계정에서 사라져 버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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