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에서의 도박 게임은 대부분 딜러와 플레이어의 1대 1 대결로 이루어진다. 내가 이기면 딜러가 나에게 돈을 잃게 되는 것이고 내가 지면 그 반대가 된다. 하지만 이 대결은 매우 불평등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플레이어가 돈을 잃는다는 것은 심한 경우 죽음까지도 고려해야 할 만큼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지만 딜러가 돈을 잃는다는 것은 카지노 사업주에게는 슬픈 일이 될지는 몰라도 카지노에 고용되어 월급을 받는 딜러에게는 ‘어제 오후에 아주 실력 좋은 손님을 만났어.’ 정도의 점심식사용 이야깃거리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플레이어가 딜러를 이길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누가 먼저 정신줄을 놓느냐가 게임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한 포인트라는 점에서 나는 딜러를 이기기 위한 묘안을 찾아야만 했다. 카지노에서는 딜러에게 욕을 하고 화를 내면서 심지어 카드 패를 얼굴에 집어던지는 등 이른바 ‘진상 플레이어’도 많다. 하지만 이런 매너 없는 행위들은 딜러의 맨탈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는 ‘돈을 잃고 그냥 기분 나빠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이러한 행동이 전략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카지노에서 쫓겨나거나 오히려 스스로가 더 멘탈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카지노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나는 소액 배팅을 통해 돈을 잃거나 따는 것에 대해 마음이 흔들리는 일을 최소화 하자는 계획을 세웠고 이는 과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또 다른 소득이 발견됐다. 나의 쥐꼬리만 한 소액 배팅이 딜러의 강철 멘탈을 속수무책으로 무너뜨리는 엄청난 무기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딜러에게 있어 많은 돈을 잃는 플레이어는 그 자체로서 재미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자신에게 월급을 주는 밥줄인 카지노의 수익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직장에서의 성과’라 할 수 있으며, 멘탈이 무너진 플레이어가 이성을 잃고 무리한 배팅을 연발하며 무너져 내리는 것을 구경하는 것 또한 강 건너 불구경 같은 재미일 것이다.
하지만 신중하면서도 천천히, 이성적이고도 느리게 배팅하는 나를 만난 딜러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하는 눈빛으로 ‘내가 이러려고 딜러가 되었나...’하는 자책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10만 원짜리 칩을 딜러 팁으로 서슴없이 던져 대는 흥청망청 카지노에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달랑 몇 천 원짜리 칩은 나에게도 딜러에게도 그 게임의 결과가 별로 궁금하지 않은 소소한 금액임에 틀림없다. 미니멈 배팅만을 연발하는, 도박을 전혀 도박처럼 하지 않는 나의 게임 방식에 질려 버린 딜러는 ‘이렇게 하려면 은행에 저축이나 하지 도대체 카지노에는 왜 온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려 하품을 하기도 한다. 딜러가 하품을 할 만큼 지루해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력이 떨어져 있음을 뜻하고 이는 곧 내가 돈을 따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나는 지루함과 피곤함에 지친 딜러가 자신이 이긴 게임을 내가 이긴 줄 알고 계산을 잘못해 승리 배당금을 지급해주는 실수를 하는 것을 여러 번 겪었다. 내가 그 잘못 지급된 승리 배당금을 모르는 척 그냥 받았는지는 노코멘트하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니멈 배팅이 나의 멘탈을 강하게 함과 동시에 딜러의 멘탈은 유리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부렸다는 점뿐이니 말이다.
주식 투자에 있어 플레이어는 ‘나 자신’이라는 것에 변함이 없지만 멘탈의 승부를 벌여야 하는 경쟁 상대, 즉 딜러의 역할을 하는 상대는 또 다른 플레이어들인 주식 투자자들이다. 주가는 이른바 ‘투심’과 ‘수급’에 따라서도 등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관이나 외국인이 매수하는 종목은 오르고 개인이 매수하는 종목은 하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기도 한다. 나는 또 다른 플레이어들, 즉 주식 시장의 딜러들과도 대결을 해야만 했다. 그들의 판단에 휘둘려 허망한 손절을 하거나 고의적인 물량 탈취를 당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가치 분석을 통해 다른 투자자들의 판단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확신을 가진 주식을 샀다면, (이를 테면 달러 같은) 회사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 한 주가의 등락은 투자를 철회하거나 투자금을 늘릴만한 어떠한 이유도 되지 않는다. 딜러의 행위에 따른 멘탈의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딜러의 행위를 무시하면 그만이다. 수급에 따른 주가 등락을 거래의 판단 근거와 동일시하지 않는다면 그 영향에도 무감각해질 수 있는 것이다.
매수 매도 주체, 거래량, 차트 움직임 등 거래의 주체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들은 도박판 딜러들의 현란한 손놀림처럼 플레이어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치명적이다. 이것이 바로 ‘뇌동 매매’라 불리는 호구들의 전매특허 매매법이 생긴 이유다. 외국인이 사면 따라서 매수하고 개인들이 파는 종목은 곧 오를 것이라 생각하는 맹목은 종종 투자 실패의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돈이 되는 Q&A>
Q1 : 주식 투자를 잘하려면 멘탈이 아주 강해야 하는 걸까요?
A : 저는 멘탈이 매우 약한 사람입니다.
멘탈을 지키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아니라 환경적 요인이라는 생각으로 멘탈을 지킬 수 있는 투자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제가 알리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제 경험을 하나 말씀드리면, 예전에 거래정지를 1년이나 당했던 종목을 보유한 적이 있었는데 겨우 상폐를 면하기는 했으나 매일매일을 걱정과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릴 정도입니다. 운 좋게도 거래 정지가 풀리면서 수익이 났는데도 말이지요.
하지만 제가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가치주의 경우에는 비슷한 금액을 비슷한 기간 동안 보유하고 있으면서 현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기다리는 것이 전혀 고통스럽지가 않습니다.
이는 거래정지나 당하는 잡주를 산 환경과 확신과 믿음으로 가득한 가치주를 산 환경이 다른 것이지 제 멘탈이 갑자기 강해져서는 아닐 것입니다.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