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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Jan 02. 2019

워런 버핏이 알려준 비로소 멈추어야 할 때

  ‘손절 타이밍’을 언제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주식 투자에 있어 늘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TV 증권 방송에 출연하는 자칭 주식 투자 전문가들은 ‘3만 원을 매수 타이밍으로 잡으시고, 3만 5천 원 까지를 수익 구간으로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만약 2만 5천 원 선에 터치하면 반드시 손절해야 합니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손절 가격선까지 제시해 준다. 

  그 주식이 2만 5천 원이 된 이유는 시장의 변화 때문일 수도 있고, 거짓 소문 때문일 수도 있고, 작전 세력의 농간일 수도 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2만 5천 원이 되면 손절하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리일까? 전문가의 말대로 더 이상 큰 손실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확정된 손실은 말 그대로 그것으로 끝이다. ‘몇 퍼센트 정도 하락하면 손절을 하자.’라는 식으로 손절 타이밍을 잡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를 손절을 해야 할 때로 여겨야 하는지를 고민할 무렵 워런 버핏의 그 유명한 투자 비법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저의 첫 번 째 투자 원칙은 ‘절대 잃지 않는다.’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다.’죠. 그게 다입니다. 무엇이든 그것의 가치보다 싸게 사면 돈을 잃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주식 투자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이 한 말이다. 같은 말이라 할지라도 그 나름의 해석에 따라 진의가 왜곡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제대로 산 주식이라면 손절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리세요.”     


  아주 간단하게도 ‘손절 타이밍’에 대한 고민은 워런 버핏의 조언으로 쉽게 해결이 됐다. 손절을 하지 않으면 손절 타이밍을 정해 놓지 않아도 된다는 간단한 원리였다.    

  

  나는 당시 환테크를 통해 적지 않은 수익을 챙기고 있었다. 달러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절대적으로 안전한 통화 상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달러를 매수한 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손절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오를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투자 전략을 세웠다. 달러가 휴지조각이 된다는 것은 원화 역시 휴지조각이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버티기는 전혀 공포스럽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무런 수익 없이 자산이 묶여 있는다는 것은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손실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러는 곧 돈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원화보다 강력한 현금성 자산이었다. 달러 예금은 단 이틀만 은행에 넣어 두더라도 한화로 1년 만기 정기 예금을 하는 것과 비슷한 이자율을 지급해 주었기 때문에 차익실현이 불가능한 달러는 은행에 넣어 두고 이자 수익을 기대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주식은 아쉽게도 현금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 하더라도 이른바 ‘버티는 동안’ 저축을 통해 이자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주식은 예금보다 더 강력한 수익률의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손절을 하지 않고 버티면서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 활용했다. 도박은 잃으면 그냥 잃는 것일 뿐인데 주식 투자는 잃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형태의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는 기특함을 품고 있었다.      


  손절 타이밍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한 나는 이번에는 ‘익절 타이밍’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주식은 내가 사는 그 가격이 가장 높은 가격이고, 내가 파는 그 가격이 가장 낮은 가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수 타이밍뿐만 아니라 적절한 매도 타이밍 역시 맞추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 위험한 주식 투자를 통해 손실이 나지 않고 수익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팔고 난 주식의 가격도 계속해서 쳐다보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더 높은 가격에 팔지 못한 미련에 그치는 것이라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보통 팔고 나서 더 오른 주식은 크나 큰 아쉬움에 팔았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다시 매수를 하게 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며, 결국 최초의 수익보다 더 큰 손실로 끝을 맺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경험을 안겨준 주식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투자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문제 또한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고 마음먹고는 ‘손절을 하지 않으면 손절 타이밍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은 이치로 ‘미련을 갖지 않으려면 미련을 가질 만한 일을 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통 주식을 매도하고 나면 내심 내가 판 그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실은 내 마음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5%의 차익 실현을 한 주식의 종가가 내가 판 후 10%나 더 올라 있다는 사실은 외면하기 힘든 고통이다. 여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 고통스러운 것은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녀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것'인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나 할까? 이 예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부족하다 할지라도 '어쨌든 너무 속상한 일'이라는 것임엔 틀림이 없다.   

  

  나는 정해 놓은 목표 수익률에 도달한 주식을 매도해 차익실현을 하게 된 경우, 일정 비율의 주식은 팔지 않고 남겨 놓는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이러한 경우 매도 후 주가가 하락하면 저가 매수의 타이밍으로 생각하면 되고, 반대로 오르더라도 작으나마 수익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니 미련도 크지 않게 된다. 잘 고른 주식이라면 올라도 좋고 내려도 좋은 믿기 힘든 일이 연출될 것이다. 

  이 역시 달러 투자를 통해 내가 얻은 교훈 중 하나다. 나의 미천한 능력으로는 아직 좋은 주식, 괜찮은 회사라고 확신할 만한 종목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달러를 투자 종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면 자신 있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확신은 실제로 달러의 가격이 내리거나 오르거나에 관계없이 나에게 수익과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준다. 달러의 가격이 오르면 차익실현을 하고,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매수의 기회가 되는 식이다. 오르락내리락 끊임없이 움직이는 달러 가격은 그만큼 잦은 투자 기회와 수익을 안겨 준다.     


  이제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다. 달러만큼 안전하고 가치 있는 회사의 주식을 발굴해 내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돈이 되는 Q&A>    

 

Q1 :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는 게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A :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일일수록 그것을 지키는 것은 더 가치 없게 느껴지고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믿을만한 가치 있는 종목을 샀더니 그 기본과 상식을 더 잘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투자철학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기도 한데, '나 스스로 지킬 수 없다면, 그렇게 지킬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이라는 것이 본인 스스로만 알 수 있는 것인지라 그것을 찾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가치주라고 생각했던 종목이 단기적인 주가 하락이 아닌 사업성이나 기업 가치 자체의 심각한 훼손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면, 즉 더 이상 가치주가 아닌 상황이 되었다면, 그것은 주식 투자의 '실패'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제가 '손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패' 하기 전까지의 상황에 국한됩니다.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사서 모으는 거라고 얘기하는, 그러니까 손절뿐만 아니라 익절조차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극단적인 매도 반대 주의자인 메리츠자산운용의 존 리 대표조차도 '실패'의 상황에서는 매도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말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과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비추어 보았을 때, 그 역시 손절이 아닌, 그저 투자에 실패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실패를 손절로 스스로 합리화시키거나 손절로 실패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패의 유일한 원인은 나쁜 주식을 매수해서가 아니라 좋은 주식이 나빠졌을 때의 상황이어야 하며, 이는 손절과 같은 잔기술로는 극복할 수 없는 자연재해 같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실패는 하더라도 손절은 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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