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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Dec 30. 2018

따서 집에 가느냐, 잃고 주저앉느냐

 

  도박은 인간의 욕심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쉽게 멈출 수 없기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볼 수 없게 만든다. 

  도박을 할 때 멈추어야 할 때는 딱 두 가지뿐이다. 바로 ‘땄을 때’와 ‘잃었을 때’다. 카지노의 전문용어로 ‘윈 컷’과 ‘로스 컷’이라 불리는 이 멈춰야 하는 지점을 지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면 더 따고 싶고, 잃으면 본전 생각에 멈출 수가 없는 것이 도박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고스톱을 칠 때. 무리한 욕심으로 ‘스톱’을 하지 않아 ‘고박’을 쓰는 것과 비슷한 위험이라 생각하면 된다.

  실력 좋은 도박사들은 돈을 따거나 잃음에 따라 표정조차 바뀌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멘탈을 지니고 있다. 이를 ‘포커페이스’라 하는데, ‘포커판에서 가지고 있는 카드의 좋고 나쁨을 상대편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표정을 바꾸지 않는 데서 유래 한 말’이다. 이처럼 강철 멘탈을 지닌 도박사라면 자신의 목표 수익과 손실 예상액을 미리 정해 놓고 ‘확실한 스톱’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고 손실은 최소화시키는 전략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리 멘탈을 가진 내가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었던 것은 갑자기 멘탈이 강해져서가 아니었다. 나는 ‘스톱’ 할 때를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나약한 마음을 지닌 인간임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도박사의 기본 자질인 ‘멈춰야 할 때 멈추는 일’을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내가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다면 ‘그 어떤 무엇인가’가 나 대신 나를 제어하게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내가 고안한 방법은 ‘타임 컷’이었다. 카지노의 흔한 호구들은 스스로 멈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까지는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는 ‘머니 컷’을 그 대안으로 삼는다. 카지노에 가져가는 자본금을 미리 정해 놓는 방식이다. 하지만 처음에 가져간 자본금이 바닥난다고 해서 계획대로 멈춰지는 일은 거의 없다. 카지노 내에 친절하게 비치되어 있는 ATM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기본이며, 차고 있던 시계나 타고 갔던 자동차도 배팅이 가능한 현금으로 쉬이 바뀌게 된다. 그나마 현금화가 가능한 모든 것이 바닥날 경우 ‘어쩔 수 없는 스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라 부르기에도 애매한 장점을 인정하더라도 ‘머니 컷’의 가장 큰 단점은 ‘땄을 때 멈춰야 하는 윈 컷’은 절대로 제어할 수 없다는 부분에 있다. 게임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카지노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게임의 특성상 ‘땄을 때 멈추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엔 모두 잃는다.’는 말과 ‘이음동의어’가 된다.     


  도박을 공부한 나는 호구 시절과는 다른 ‘타임 컷’을 통해 ‘땄을 때 멈추는 것’과 ‘잃었을 때 멈추는 것’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었다. 24시간 운영되는 다른 해외 카지노들과는 달리 강원랜드의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까지다. ‘타임 컷’이 아주 명확하다는 뜻이다. 그것이 카지노의 영업 종료 시간이든, 비행기 출발 시간이든, 아니면 극단적으로 내 삶이 끝나는 시간이든 관계없이 ‘시간’으로 ‘컷’을 정해 놓는다면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멈출 수 있게 된다.

  나는 물리적인 환경에 따라 정해진 시간을 ‘게임 가능한 시간’으로 정한 후, 해당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진행했을 경우의 ‘게임의 수’를 계산했다. 그리고 나의 승률을 가장 최악의 상황으로 산정하여 내가 게임당 배팅할 수 있는 최대 배팅액을 미리 계산해 보았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게임 가능한 시간 동안 한 판에 얼마 까지를 배팅 하면 최악의 승률을 기록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지’를 미리 가늠해 본 것이다. 

 이를 실전에 적용해 본 결과, 이미 ‘최악의 상황’을 산정하여 준비한 자본금이 물리적인 시간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더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점당 1원으로 고스톱을 치면 1시간 동안 잃을 수 있는 돈이 만 원을 넘기기가 힘들다. 실력 있고 운 좋은 누군가가 1시간 동안 내 돈 만 원을 따가기 위해서는 평균 5분이 소요되는 고스톱 게임이 12판 진행된 경우, 한 판에 평균 8백 점 정도의 스코어를 연속해서 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8백 점이라는 고스톱 점수는 영화 속 타짜에게나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스스로 개발해 낸 이 ‘타임 컷’은 확실히 효과가 있어서 미리 예상한 ‘최악의 상황’이 잘 일어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감당 가능한 금액’으로 설정되어 있었기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이는 위험천만 도박을 안전한 투자 상품화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비결이 되기도 했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도 역시 ‘윈 컷’과 ‘로스 컷’은 ‘익절’과 ‘손절’이라는 형태로 비슷하게 존재한다. 목표한 수익률에 이르면 매도를 해야 하고,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하락이 있을 때는 과감하게 ‘손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도박에 있어서는 ‘타임 컷’이라는 훌륭한 무기를 개발해 좋은 효과를 거두었지만 주식 투자를 할 때는 이와 유사한 또 다른 무기가 필요했다. 내가 유리 멘탈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욕심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과 손실에 대한 공포에 맞설 방도를 만들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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