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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Jan 08. 2019

시간이 흐를수록 녹아버리는 돈

  전통적인 형태의 도박은 50%의 성공 확률을 지니고 있다. 승리하면 100%의 이익을 얻게 되고, 실패하면 반대로 100%의 손실을 입게 된다. 이처럼 전통적인 도박만을 한다면 돈을 크게 잃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확률적으로 한 번 잃으면 또 한 번은 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 탐욕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카지노 안에는 전통적인 형태의 도박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홀짝 게임처럼 승리하는 경우와 실패하는 경우의 확률이 각각 50%인 경우, 카지노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하는 즉시 손실을 입게 된다. 왜냐하면 카지노 측은 건물을 짓고, 시설을 설치하고, 딜러를 고용하는 등의 막대한 비용이 그 이전에 이미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카지노 내의 모든 게임은 조금씩 카지노에게 유리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초보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룰렛 게임은 0에서 36까지의 눈금으로 37 등분된 회전 원반에 작은 구슬을 굴려서 구슬이 들어가 멈추는 지점의 결과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게임이다. 각각의 숫자들은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플레이어는 빨간색과 검은색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배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색맹이 아니라면, 자신이 선택한 색깔과 구슬이 멈추는 곳의 색깔이 일치하면 돈을 딸 수 있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으니 무척 쉬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규칙이 이처럼 단순하다 보니 많은 카지노 초보자들이 쉽사리 걸려드는 덫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빨간색과 검은색 둘 중 하나에 배팅을 하는 것이니 승률은 50%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슬이 숫자 ‘0’에 들어가는 순간 플레이어는 빨간색에 배팅했든, 검은색에 배팅했든 모두 돈을 잃게 된다. ‘0’은 빨간색도 검은색도 아닌 초록색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총 37개의 숫자 중, 돈을 딸 수 있는 색의 숫자는 18개인데 돈을 잃게 되는 색의 숫자는 19개가 된다. 이를 확률적으로 다시 계산해 보면 플레이어가 승리할 확률은 50%가 아닌 약 48.6%이며, 카지노가 승리할 확률은 50%가 아닌 51.3%다. 두 승률의 차이는 약 2.7%인데 이것이 바로 ‘하우스 에지’라 불리는 카지노의 수익률이라 할 수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와 럭셔리한 시설까지 갖춘 카지노가 2.7% 정도의 미미한 금액을 기대 수익으로 취한다고 해서 그리 짭짤한 수익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단 한 판의 게임만 하고 집에 가는 일은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백만 원을 들고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배팅한다고 가정했을 때, 첫 게임에서는 전체 자산의 2.7%인 2만 7천 원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게임에서는 남은 자산 97만 3천 원의 2.7%인 약 2만 5천 원을 잃게 될 것이고 이제 남은 자산은 94만 8천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게임이 계속해서 진행될수록 자산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결국 플레이어는 모든 돈을 잃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카지노에서 돈을 날리는 이유가 바로 도박사들만의 전문 용어로 ‘돈이 녹아든다.’라고 표현하는 이 ‘카지노 에지’ 때문이다.    

  

  주식 역시 카지노에서처럼 ‘하우스 에지’가 존재한다. 증권사의 거래 수수료와 거래세가 바로 그것이다. 거래 수수료는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0.015% 정도의 낮은 수준이거나 아예 무료인 경우도 있지만 매도 시 발생하는 거래세는 0.3% 정도다. 천만 원의 주식을 거래할 경우, 약 3만 원의 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투자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많이 하면 할수록 돈을 버는 것은 트레이더가 아닌 증권사와 정부가 된다. 주가의 변동이 없더라도 거래의 횟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승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돈이 녹아들어 가기 때문이다.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으로는 그 횟수와 주기에 따라 스캘핑, 데이트레이딩, 스윙 트레이딩, 그리고 장기 투자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른바 초단타 매매라 할 수 있는 스캘핑은 주식 보유 시간을 통상적으로 2~3분 단위로 짧게 잡아 하루에 수십 번 또는 수백 번씩 주식 거래를 하며 박리다매 식으로 매매 차익을 얻는 기법이다. 또한 데이트레이딩은 하루에 몇 번 정도만 거래를 하는 방식이며 스윙 트레이딩은 그 매매 주기가 하루에서 5일 정도이다. 장기 투자를 제외하고 이처럼 잦은 매매를 수반하는 주식 트레이딩 기법들은 주가의 변동폭이 크지 않더라도 계속되는 자본금의 손실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주가가 하락했을 때 사고, 상승했을 때 파는 귀신같은 능력이 있다면 이 매매법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세차익에 비해 수수료나 거래세가 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의 흐름이 예상했던 것과 다를 경우에는 손실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세 차손에 거래 수수료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거래 수수료가 무료인 홈트레이딩 시스템으로 주식 거래를 한다 할지라도 0.3%의 거래세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도박으로 치면 승률 49.7%의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 이미 설명했듯 계속된 거래를 통해 자산의 0.3%가 계속해서 줄어들게 된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본금은 ‘0’에 수렴된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곧 주식 거래를 도박을 하듯 배팅했을 때 그 결과도 도박의 끝과 다르지 않음을 의미한다.     


  주식이 도박과 다른 이유는 ‘하우스 에지’와 ‘거래 수수료’의 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우스 에지는 카지노가 일방적으로 정해 놓은 규칙이며 매 게임마다 이를 따르지 않고는 배팅을 할 수 없다. 또한 수수료에 해당하는 금액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내가 수많은 카지노 게임들 중에서 블랙잭 게임만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 거래 수수료, 즉 하우스 에지가 카지노 내의 게임 종목 중 가장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당신이 카지노를 운영하는 사장이라면 수익률이 높은 바카라 게임 테이블을 많이 둘 것인가? 아니면 수익률이 낮은 블랙잭 게임 테이블을 많이 들여놓을까?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대형 카지노에서는 넘쳐나는 바카라 테이블과 비교해 보면 블랙잭 테이블은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 거래의 경우에는 장기 투자 방식을 이용한다면 단 한 번의 거래세만 부담하면 되고 그 금액 역시 도박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이는 매수 매도 횟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주식 투자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잃지 않는 투자’ 즉, 손절매 대신 익절매만 하는 것도 ‘돈이 녹아 드는 것’을 방지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 가장 쉬운 방법은 주식 계좌의 비밀 번호를 잊어버리는 것이다.’라는 우스갯 소리가 만들어진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이 되는 Q&A>  

   

Q1 : 이전에 잦은 거래로 안전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잦은 거래가 돈을 녹아들게 할 수도 있다고 하니 혼란스럽습니다.   

  

A : 익절의 상황에서는 수수료나 거래세를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양도세가 무서워 시세 차익이 난 보유 부동산을 팔지 못한다면 시세 하락 반전이나 투자금이 묶이기만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처럼, 수익 상황에서는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모든 행위가 용서됩니다.

  원하시는 대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수익 실현을 위한 잦은 거래는 돈이 녹아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쌓여 가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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