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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Jan 12. 2019

같은 게임, 다른 승률

 

  도박은 비록 5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48.6%의 확률을 가지고도 운이 좋다면 돈을 따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로또 당첨 확률이 멀쩡히 길을 지나가다가 번개를 맞을 확률인 50만 분의 1보다도 더 높은 814만 분의 1의 확률임에도 매주 당첨자가 나온다는 것은 ‘운’이 ‘확률’도 이겨 낼 만큼 위대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위대한 ’운‘을 믿고 확률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카지노에 넘쳐 나는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결코 낮다고는 할 수 없는 48.6%의 확률과 운을 무기로 싸우는 사람들은 큰돈을 잃지 않거나 잃더라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카지노의 모든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48.6%의 승리 확률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룰렛 게임의 경우 ‘숫자의 색’을 맞추는 것에 배팅을 할 수도 있지만 ‘숫자’에 배팅을 하는 게임도 할 수 있다. 즉 0에서 36까지의 숫자 중 단 하나의 숫자에 배팅을 하게 되면 승률은 약 2.7% 정도로 줄어들게 되지만 승리할 경우 배팅금액의 무려 36배를 수익으로 챙길 수 있게 된다. 48.6%의 확률로 배팅액의 2배를 수익으로 추구하는 플레이어도 있지만 2.7%의 확률로 배팅액의 36배를 수익으로 추구하는 플레이어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카지노에는 이른바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래서 실제로 룰렛 테이블에 가 보면 검정색과 빨간색에 배팅을 하는 사람들은 호기심에 재미 삼아 소액을 배팅하는 관광객들뿐이다. 


  진정한 도박꾼이라면 한 방에 36배 정도는 노려야 한다. 승률이 단 2.7%도 안 되는 게임에 배팅을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도박과도 같은 위험한 행위다. 하지만 많은 도박꾼들은 확률 따위는 헌신짝 버리듯 내 팽개치고 자신의 돈과 운명을 오로지 운에 맡긴다. 로또 당첨 확률에 비하면 2.7%의 승률은 어마어마하게 높은 확률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람의 마음은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이나 주식을 하는 사람이나 매한가지다. 욕심은 끝이 없다. 일 평균 등락률이 5% 미만인 대형주보다 하한가에서 시작해 상한가까지 움직이는 등락률 85%의 소형 테마주에만 눈길이 가는 이유다. 같은 도박 게임을 하더라도 안전하게 배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험한 배팅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같은 주식 거래를 하더라도 그 위험성과 안정성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가 그 위험천만한 카지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위험성이 가장 낮은 도박, 즉 카지노 에지가 가장 낮은 게임만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하우스 에지의 개념을 몰랐거나 공부하지 않았다면 ‘도박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라고 생각하며 재미있고 짜릿하고 단순한 바카라 같은 게임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블랙잭 게임의 하우스 에지는 0.4%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역시 승률이 49.6%로 50%에 미달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룰렛의 색깔 맞추기 게임의 하우스 에지가 2.7%인 것과 비교해 보면 플레이어에게 무척 유리한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0.3%의 주식 거래세 와도 비슷하다.


  내가 블랙잭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카지노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게임은 블랙잭이다.’라는 말을 주워들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과는 너무 달랐다. 게임의 규칙이 다른 게임들에 비해 플레이어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는 게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블랙잭은 다른 카지노 게임들과는 달리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 게임 진행의 방향이 달라진다. 카드 패의 숫자 조합으로 21에 가까운 숫자를 만드는 게임인 블랙잭은 카드를 더 받을지(히트), 아니면 그냥 멈출지(스탠드), 혹은 카드를 둘로 나눌지(스플릿) 등을 플레이어가 선택하게 되어 있다. 즉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 승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무턱대고 ‘블랙잭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게임이니 블랙잭을 하면 돈을 딸 수 있을 거야.’라고만 생각한 내가 돈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다. 49.6%라는 승률은 만약 게임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을 경우 30% 혹은 10% 이하로도 낮아질 수 있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정해 보았을 때,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히트’를 선택할 경우 승률은 0%까지 낮아진다.      


  ‘주식은 도박에 비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이다.’라는 말만 듣고 아무런 연구나 노력 없이 뛰어드는 것은 규칙이나 전략도 모른 채 블랙잭 게임에 임하는 호구와 다름이 없다. 내가 블랙잭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인 게임 규칙은 물론 게임 운영 전략과 배팅 전략, 심지어 마인드 컨트롤의 영역까지도 세심하게 연구하고 대비했기 때문이었다. 


  주식 투자도 투자하기 전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도박으로 얻은 교훈 덕분이었다. 같은 블랙잭 게임을 하더라도 돈을 잃고 따는 사람들이 갈리는 것처럼, 같은 회사의 주식을 매수한 사람들이라도 어떤 사람은 수익을 내지만 또 어떤 사람은 전 재산을 날리기도 한다. 이것은 게임의 문제가 아닌 게임을 하는 방법에 관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잃지 않는 안전한 주식 투자>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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