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타야, 제품을 넘어 생활을 제안하다
거의 모든 것을 모바일로 주문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개인적으로 직접 매장에 가서 사는 것을 더 선호한다. 직접 보지 않으면 믿음이 안 가는 “옛날 사람”인데다가, 상품이 진열된 공간을 직접 접해야 비로소 사고 싶은 생각도 생기고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도 선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외출하지 않고 물건을 구매해 본 적이 별로 없으며 그렇게 하더라도 소위 ‘기분’이 나지 않는다. 모바일 쇼핑이 익숙한 사람들과는 달리 온라인으로 보는 것은 유튜브, 영화, 전자책 등에 그친다.
온라인과 조금 덜 친하지만 현실 공간엔 관심이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는 가보지 못하고 또 내 취향에 안 맞는 곳은 ‘스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새로운 혹은 이름난 공간에 대해 들으면 시간을 내서 한 번 가본다. 2년전 여의도 더 현대 서울이 오픈하던 그 혼잡한 현장도 갔었다. 행여 마케팅이나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궁금했던 것을 많이 물어보기도 한다. 요즘은 고유한 매력이 있는 소규모 개인 매장을 많이 찾아간다지만 개인적으로는 백화점이나 복합 쇼핑몰을 조금 더 선호한다. 눈이 즐겁고 몸이 편하며 결정 장애를 부를 정도로 많은 옵션들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서울의 유통 공간들은 아직 마케팅과 프로모션 그리고 판매 그 자체에 조금 더 주력하는 것 같다. 물론 좋은 제품을 깔끔하게 진열해 놓긴 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묵직하면서도 인상깊은 ‘근본’이랄까 그런 느낌은 받기 어렵다. 이 제품을 사고 이 공간에 오면 뭔지 모르게 삶이 달라질 것만 같고 단순한 소비 이상의 충만한 기쁨을 느끼는 그런 경험을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
라이프 스타일, 고객 경험, 브랜딩~~ 어감의 차이 및 세부적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소비자로 하여금 소비를 통해 ”있어보이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게 개념의 핵심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라고 해서 특별한 책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책과 고객의 실제 삶을 연결시킨 ’컨셉‘을 조금 더 잘 구현했을 뿐인데 이 점이 고객 만족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츠타야에 다녀오면 남들보다 세련된 취향이 생긴 것 같고, 삶이 더 특별해질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책도 많이 사서 독서도 꾸준히 해야겠다는 결심 아닌 결심도 한다. 결국 그래서 또 방문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공간에 ’츠며든다‘. 그저 커피잔을 들고만 있어도 폼이 나보이는 스타벅스가 서점 내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건설업과 유흥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집안에서 자란 탓에 에로틱한 상상력이 풍부하며 사고가 자유롭다고 직접 인정하지만 실상 마쓰다 무네아키는 마냥 흐트러지거나 나태하게 사고하고 생활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나름의 확실한 루틴과 정리된 세계관의 소유자이며, 사실에 기반한 빅 데이터로부터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70줄의 나이에도 항상 배움에 목마르며 부족하고 모르는 것은 직접 현장을 발로 뛰어가며 파악한다. 츠타야 성공의 특별한 비결을 그에게 묻는다 한들 특별한 ‘영업 비밀’같은 건 얻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