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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소년 May 05. 2023

한국 만두, 역사를 쓰고 출세하다

비비고의 영광이 있기까지


채널명 - 14F 일사에프

영상 주제 - 냉동만두의 역사 그리고 비비고


https://youtube.com/watch?v=H1HI7Za3Dys&feature=share



만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의 구황작물’로 불릴만큼 철저히 국내에 국한된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중 CJ에서 출시한 비비고 냉동만두는 K-만두 열풍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얼마 전 미국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는 유니폼 스폰서로 비비고를 채택하여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전까지 만두는 Dumpling으로 불리는 중국산 저질 식품의 대명사였으나 비비고는 그런 선입견을 바꿔버렸다. 당장 명칭부터가 Mandu이다.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세계를 누비는 비비고


 하지만 40년전만 해도 만두는 직접 빚어먹었던 식품이었고 지금처럼 편리하게 조리할 수 있는 냉동만두는 없었다. 1980년 천일식품에서 처음으로 냉동만두를 출시하는데 냉동식품 제조 설비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는 이점을 살려 만두 제조에 뛰어들었다. 천일식품이 앞서가는 것을 본 다른 기업들은 냉동만두의 시장성에 주목하고 곧 후발주자로 시장에 참여한다. 1980년대 후반 전국 거의 모든 가정에 냉장고가 완전 보급되면서 냉동 만두 시장은 더욱 커져갔다.


이 무렵 선두권 업체 중 하나였던 도투락은 유통망이 영남권에 한정되어 전국 규모로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전국적인 냉동 유통망을 보유한 해태제과와 업무적 제휴를 맺게 되고 해태제과는 도투락에게 만두의 위탁 생산을 맡긴다. 생산된 만두는 해태제과 브랜드로 판매되는데 이것이 바로 “만두의 클래식”으로 불리는 고향만두이다. 이후 고향만두는 25년간 업계 1위를 고수하며 만두의 표준으로 군림한다.


고향만두는 대한민국 만두의 시그니처 그 자체였다








하지만 2004년 쓰레기 만두 파동은 만두 업계 전체에 위기를 불러온다. 물론 향후 조사에서 이는 과장된 내용임이 밝혀졌지만 대중의 인식이 다시 좋아지기는 어려웠다. 만두 제조사들은 재기를 위해 품질 및 위생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고 제품을 직접 생산했으며 다양한 신제품을 새로 출시했다. 그 결과 만두 시장은 다시 융성하기 시작했다.


쓰레기 만두 파동은 왜곡된 오해가 소비자 후생에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비비고는 이러한 만두 업계의 역사와 고민, 시행착오로부터 얻은 지혜가 모두 담긴 제품이다. 그 결과 재료와 외형에서 모두 개선을 이뤄낸다. 그리고  재료를 칼로 써는 공정을 택했고 반죽 횟수도 늘리면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비비고 냉동만두는 2010년 미국에서 먼저 출시됐다. 닭고기와 고수라는 재료에서 보듯이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출시한 제품이었다. 비비고는 초반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금새 미국 만두 시장 1위에 오른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에 고무되어 2013년에 국내에도 비비고 만두를 출시하는데 금새 고향만두를 제치고 국내에서도 1위에 오른다.


비비고의 라인업은 양과 질 모두에서 흠잡을 곳이 없다.



비비고의 성공은 국내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풀무원은 얇은피 만두를 출시하며 비비고와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일본의 교자를 흉내내는 데 불과했지만 거듭된 연구 개발로 이제 한국만의 고유하고도 경쟁력있는 냉동 만두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비비고는 그러한 모든 과정과 노력의 결정체인 것이다.


건전한 경쟁은 시장의 질적 성장으로도 이어진다. 원래부터 건강 식품으로 ‘한가닥하던’ 풀무원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2000년대 후반 등장하여 국내를 제패한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 등의 아이돌 그룹들은 국내에서의 성공에 고무되어 해외로 진출한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에서는 인지도를 넓히는 데 성공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돌아오고 만다. 그때까지만 해도 빌보드 차트 진입은 서양 그것도 영어권 가수들만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방탄소년단 BTS가 등장하면서 이제껏 한국 아이돌 그룹이 직면했던 모든 한계를 한번에 극복한다. 미국과 유럽 현지 공연에서 한국어 가사를 떼창하며 따라부르는 팬들의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먼저 태어나 먼저 미국에 갔더라면 오늘날 BTS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BTS는 처음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목표로 육성된 그룹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진출했던 그룹들 덕분에 한국 아이돌의 존재가 각인될 수 있었고, 그들의 실패 사례를 거울 삼아  현지 팬들의 취향에 맞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거칠고 속된 말로 BTS는 이전 선배들의 ‘시체’를 밟고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이들이 결코 실패자가 아닌 선구자로 평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40여년에 걸쳐 수많은 업체들의 경쟁과 시도 그리고 실패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비비고라는 ‘고퀄’의 냉동식품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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