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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꼬리 Oct 07. 2023

오늘도 운양동

책방을 열며 운양동 찐 주민이 되다

  경기도 김포의 운양동으로 이사를 온 건 이름 탓도 컸다. 구름과 햇볕이 생각나는 이름, 운양. 실제 한자는 모르면서 파란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떠다니는 이미지를 좇아 운양동 주민이 되었다.


  원래는 아이가 초등학교 가기 전까지만 살다 다시 서울로 나가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어쨌거나 사람은 자라면 서울로 보내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어쩌자고 운양동에 산 지 2년 반 만에 덜컥 동네책방을 내고 말았다. 아이고야. 이제 꼼짝없이 여기에 족쇄를 물렸구먼? 내적 기쁨을 숨기고 하소연을 하는 것도 은밀한 즐거움이었다.  


  운양동에는 신도시답게 아파트도 많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타운하우스와 저마다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단독주택, 아기자기한 마당을 가꾸는 땅콩주택도 많다. 마당이 있으면 상추나 깻잎 정도 심는 텃밭이나 꾸리겠지 했는데 웬걸, 이 동네 사람들은 튤립과 작약을 심고 장미 신품종과 맨드라미 시세를 공유한다. 4월의 어느 주말에 이곳을 찾는다면 마당에 꽃나무를 심느라 온 동네가 들썩들썩 작게 요동치는 걸 느낄 수 있다. 담장 너머 서로 모종을 나누기도 한다. 날 좋은 주말저녁엔 숯불 연기가 여기저기 피어오르고 여름이면 마당에 수영장이 우후죽순 개장을 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안장 앞에 작은 아이의자를 달고 따릉따릉 소리를 내며 천천히 지나간다. 집 앞에서 우연히 만나 하릴없이 노닥거리기도 한다. 강아지 키우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강아지들끼리 먼저 친해져 주인들도 안면을 튼다. 강아지와, 가족과, 이웃과, 혹은 혼자라도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길가 끝, 인적이 드문 상가 1층에 책방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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