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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새 Oct 01. 2016

Affordance? 행동유도성..?

깁슨부터 노먼, 그 이후의 어포던스에 대하여

이번에는 '어포던스(Affordance)'라는 개념에 대해 다루어보려 합니다. 아마 UX를 공부하는 분들은 어포던스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개념을 명쾌하게 정의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있을까요?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어포던스는 무엇일까요?


Affordance는 심리학자 제임스 깁슨(James J. Gibson)이 만든 단어입니다. 하지만 현재 HCI분야에서 사용되는 어포던스란 단어는 깁슨이 설명한 것과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이 주장한 인지된 어포던스에 가깝습니다. 노먼은 본인의 저서 <디자인과 인간심리(The Psychology of Everyday Things)>에서 어포던스의 개념을 소개합니다. 이후 어포던스라는 개념이 다양한 산업 전반에 걸쳐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논쟁이 이루어집니다. 노먼이 설명하고자 했던 Affordance는 깁슨이 주장했던 것과는 명백히 달랐기 때문이죠. 이후 노먼은 이를 인정하고 자신이 설명한 Affordance를 '지각된 어포던스(Perceived Affordance)'라고 수정합니다.


과연 Affordance와 Perceived Affordance는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요?



깁슨의 Affordance

심리학에는 여러 지각 이론이 존재하지만, 크게 두 관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비(非)직접-지각' 과 '직접-지각'의 관점입니다.


전자(비직접-지각)은 전통적인 심리학적 관점으로, 사람이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았을 때 뇌에서 그에 대한 이미지를 생성하고 (왜곡된)기억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는 관점입니다.

비직접-지각 관점 (이미지 출처 : https://beyondthedream.co.uk/category/thought/)


그에 반해 후자(직접-지각)은 사람의 뇌(마음 속)에서 위와 같은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사물은 그 사물 자체로 존재하며 이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직접-지각 관점 (이미지 출처 : https://beyondthedream.co.uk/category/thought/)


여기서 깁슨은 후자의 관점으로 시지각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합니다(이 관점은 깁슨이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여러 연구 끝에 깁슨은 Affordance라는 용어를 만들게됩니다. 당시 사전에는 이런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만, 우리는 Afford 라는 동사를 통해 뜻을 어느정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영어의 문장에서는 제안(Suggest), 부여(provide), 가능성을 보이다(to make available), 이끌다(to invite)란 뜻의 동사적 서술적인 용법으로 쓰인다." -위키피디아 어포던스 설명 중


사실 깁슨은 살아있는 동안 Affordance에 대한 모든 내용을 정리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깁슨이 남긴 글 중에 어포던스에 대해 잘 정리된 내용이 있습니다.


A specific combination of the properties of its substance and its surfaces taken with reference to an animal


결국 어포던스란 특정 대상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외면적 속성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무언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무언가(어포던스)를 통해 여러가지 행동을 하게됩니다.


좀 더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이 있습니다. 우리는 공을 던질 수도 있고, 발로 찰 수도 있으며, 그것을 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행동은 결국 '공'이 우리에게 (무한한 가짓수의)행동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깁슨은 이러한 내용을 Affordance라고 정의했습니다.



노먼의 Perceived Affordance

도널드 노먼은 자신의 저서 <디자인과 인간심리(The Psychology of Everyday Things)>에서 Affordance에 대해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물의 지각된(Perceived) 특성 또는 사물이 갖고 있는 실제적 특성을 말하는 것으로, 특히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근본적 속성을 말한다. (…) 행동유도성은 사물을 어떻게 다루면 될 것인가에 관한 강력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정의를 스쳐가듯 읽으면 깁슨의 Affordance와의 차이를 잘 못느낄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도널드 노만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근본적 속성"이란 대목을 통해 사물이 '특정'한 행동을 유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디자이너가)의도했던 것과 다른 엉뚱한 행동을 하게된다면 '잘못된'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위에서 우리는 깁슨의 Affordance는 우리가 어떤 사물을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에 대한 유발 가능성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노먼은 어포던스를 특정 행동의 유발 가능성으로 이를 제한했습니다.


그렇다면 '특정' 행동은 어떻게 유발하게 되는 것일까요? 도널드 노먼은 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과거 지식과 경험이 우리 주변에 있는 사물의 지각에 적용되는 것으로 사물에 관한 정신적 해석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Affordance라는 단어의 태생은 위에서 깁슨의 '직접-지각'적 관점을 바탕으로한 것이라 설명드렸습니다. 그런데 노먼이 말하는 과거 지식과 경험은 기억의 문제이기 때문, '비직접-지각'의 관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깁슨과 노먼의 어포던스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노먼은 그의 저서 <디자인과 인간심리(POET)>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필자의 견해가 깁슨을 따르는 많은 심리학자들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는 심리학 내의 문제이지, 본 저서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제가 대단한 학자는 아니기에 감히(?) 도널드 노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위의 내용은 대답을 회피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때문에 저는 노먼의 완벽하지 않은 설명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그는 시그니파이어, 제약, 관습 등을 통해 Perceived Affordance와 관련한 설명들을 추가하지만 역시나 모호한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이후의 Affordance

도널드 노먼이 예상했던 바와 같이 심리학자들은 노먼의 '인지된 어포던스'에 관련해 많은 논쟁을 주고받습니다. 이에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합니다만, Gaver(1991)의 어포던스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Gavor는 어포던스(Affordance)지각 정보(Perceptual Information)의 유무를 바탕으로 어포던스의 영역을 나누었습니다. Gavor는 그의 논문 <Technology Affordances>에서 '어포던스는 지각되든 아니든 존재하는데 이는 그것들이 지각되어야만하는 고유의 중요한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이 꽤나 모호하지만 요는 '어포던스는 지각되었을 때 결국 (행위자에게) 의미가 있다'는 뜻으로 사료됩니다.

Gavor의 설명을 통해 노먼이 주장했던 Perceived Affordance에 대한 설명 또한 가능할 것 같습니다. (노먼의 입장에서는 False Affordance를 제공하면 잘못된 디자인이고, Perceptible Affordance를 제공하는 것이 잘된 디자인이라 보면 적당합니다)


Gaver가 제시한 Affordance의 분류


Gaver 이후에도 Hartson(2003)이라는 학자는 어포던스를 물리적(physical), 인지적(cognitive), 감각적(sensory), 기능적(functional) 4가지로 구분하는 등 다른 학자들의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의 Affordance 동향에 대해 설명하자면, 2012년 SIGCHI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현재 HCI 분야에서의 어포던스 개념은 깁슨이 처음 주장했을 때와는 다른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HCI 분야에서 어포던스라는 개념이 어떻게 발전할지 흥미진진합니다.



마치며

위에서 어포던스의 개념과 다양한 논의들을 알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어포던스의 명쾌한 정의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하게 설명하려면 행동유도성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어포던스는 너무나 방대하고 추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정리한 위의 내용들을 통해 여러분들이 Affordance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어포던스를 HCI 분야에서 조금 더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글을 써볼까합니다. 아마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지만, 어포던스에 대해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혹여나 미숙한 번역,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함께 논의하며 고쳐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1. Jones, K.S. (2003). What is an affordance? Ecological Psychology, 15(2), 107-114

2. 위키백과. "어포던스". Retrieved 2015.1.15

3. Norman, A. D. (1990).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이창우 외 2인 역, 디자인과 인간심리, 학지사)

4. Mads Soegaard. 5.Affordance, The Glossary of Human Computer Interaction, IDF

5. Gaver, W. Technology affordances. In Proc. CHI 91.ACM Press: NY (1991), 79-84.

6. Affordances in HCI: toward a mediated action persp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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