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사랑이 나를 연주하고 있었다

by 이운덕
“사랑을 연주했다고 착각했다.
사랑이 나를 연주했던 것이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내가 만들어가고 있다고 믿으면서 사랑도, 삶도, 여행도 내가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그것들이 오히려 우리를 지나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노르웨이

나는 사랑을 연주한다고 믿었지만, 사랑이라는 음악이 나라는 사람을 통해 잠시 흐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가끔 착각에 빠질 줄 알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 정확하게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면 삶은 금세 무거워지는 것처럼 손에 쥐고 있는 것의 무게를 계속 계산하다 보면 기쁨보다 계산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꽤 괜찮은 하루를 살고 있었고, 지금 이 순간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작은 착각들이 하루를 조금 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기에 가끔은 스스로에게 우리 주변의 착각을 허락해야 한다.

@남이섬

여행을 떠날 때마다 나는 그 착각의 힘을 자주 느끼게 된다. 여행지에서는 평소의 나로부터 잠시 벗어나기 때문이다.

일상의 무게, 익숙한 관계, 나를 둘러싸고 있던 보이지 않는 괄호들에서 잠시 벗어나 가벼운 깃털 하나를 달고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낯선 거리의 공기, 처음 듣는 언어, 어딘가 다른 속도로 흐르는 사람들의 하루 속에 서 있으면 나는 잠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행복한 착각을 가지게 된다. 그 착각 속에서 조금 더 단순하게 웃고,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조금 더 가볍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스페인

실제로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들은 특별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순간을 특별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게 보이게 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한 그루, 골목 끝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저녁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빛 등의 장면 속에서 잠시 행복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러한 착각은 꽤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서, 미지의 공간에 뚝 떨어진 것 같은 시간으로 보내게 하며 누구의 설명도 필요 없는 곳에서 조용히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그 순간의 나는 어쩌면 가장 자유로운 자연체로 남아있게 된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정확한 이해가 아니라 어쩌면 적당한 착각 속에서 살아가면서 세상의 부드러움을 느껴보는 것이다. 낯선 풍경 속에서 나도 모르게 조용히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여행이 가져다주는 가장 다정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익숙한 하루를 잠시 벗어나 가끔은 떠남을 찾으면서 착각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의 과정에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잠시 착각할 줄 아는 마음을 안고 하루를 스며드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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