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진 시간을 사랑하는 법
문밖이 궁금한 틀니가 흘린 말들을 집느라 골목이 몸을 튼다.
지문 닳은 페이지를 넘기면 어슴푸레 내력이 읽히는 골목은 언제부터 골목이었을까
낱장이 부욱 뜯겨도 함께 늙어가는 집들이 다시 기록을 채운다
골목 / 최연수
여행에서의 골목길은 비밀과 마법이 숨겨진 곳이다. 관광객들이 자주 찾지 않는 도시의 부분이지만 가장 흥미로운 공간이기도 하다. 현지인들도 자주가 보지 않는 곳을 따라 이방인에 의해서 새겨지는 골목길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현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로 변모하게 된다.
모로코의 파스에서 몬테네그로의 코토르, 우루과이의 콜로니아까지, 골목길은 여행에서 나 만의 조용한 시간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골목길인 모로코 페스의 골목길은 미로처럼 얽혀 있어 길을 잃기 쉽지만, 그 자체가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주는 부분이다. 몇 시간 동안 길을 잃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흥미로운 경험을 하면서 고대도시를 향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몬테네그로 코토르의 골목길은 훨씬 더 차분했다. 벽으로 둘러싸여 좁고 구불구불하며, 종종 꽃과 식물로 장식된 곳을 따라가게 되면 가파른 언덕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아드리 해안의 멋진 전망을 힘껏 즐길 수 있게 한다. 성벽에서 성안을 바라보면 중세의 낡은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정원에는 관광객들의 시선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빨래가 널려 있어 소박한 정취가 느껴진다. 골목길의 집들은 매우 가까워서 창문을 통해 이웃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심지어 사과나 토마토 같은 과일들을 주고받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바뀌는 순수함 그대로의 풍경을 보여준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루과이의 콜로니아는 타임머신을 타고 17~18세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포근하고 정겨운 건물들 사이에서 골목길이 시작한다. 라플라타 강가 근처의 하얀 등대하우스, 17세기에 세워진 성당, 조약돌 같은 코블스톤 깔린 좁은 길들 과 고풍스러운 카페에서 울려 퍼지는 미성의 목소리 등 시내 전체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인위적인 색상들의 조화로 화보 모음과 같은 도시의 매력에 이방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것,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것을 그리워하진 않는다.'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골목 같은 비밀은 있다. 그곳에서 멈춰진 시간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