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에 블라인드가 있다. 미색 블라인드. 줄무늬 천이다. 미색 천에 망사 천이 교차되어 있다. 블라인드 끈을 조절하면, 완전히 밖을 가릴 수도 있고, 보이도록 할 수도 있다. 어느 날부턴가 줄을 잡아당기면 뻑뻑했다. 분명 처음엔 부드럽게 끈이 움직였던 거 같은데 말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블라인드 설치한지 육 년이 됐다. 소모품이니까 사용하면서 그렇게 된 건가 보다 했다. 고개를 들어서 블라인드를 봤다. 천이 감기는 곳이 한쪽이 뾰쪽하게 되어있다. 마치 도화지 한 장 돌돌 말고 나면 한쪽이 뾰쪽하게 나와있어서 손바닥으로 쳐서 정렬을 맞추는 게 필요했던 모양처럼. 블라인드 천은 완전히 들어져 있었다. 정렬이 맞지 않으니 공간이 부족했고, 끈을 당기고 풀 때 뻑뻑했던 것이다.
얼마 전 책상 위치를 창 앞으로 옮겼다. 창 앞으로. 원래는 벽에 붙여뒀었다. 공간에 변화도 주고 싶었고, 책상에 앉아서 창밖도 내다보고 싶어서. 우리 집은 20층이라 창밖에 하늘이 잘 보인다. 가끔 넋 놓고 구름이 움직이는 걸 보는 게 소소한 낙이다.
책상을 옮기고 나서 보니, 아침에 책상 앞에 앉을 때면 블라인드를 쳐야 할 때가 있다. 특히, 줌 미팅을 할 때는 창에서 들어오는 해 때문에 얼굴이 어둑하게 나왔다. 블라인드를 내리면 조금 나았다.
전부터 블라인드는 이상했지만, 요즘에야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다. 며칠을 그냥 뻑뻑한 채로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새로 달아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그러기엔 찢어지거나 헤진 건 아니니 아깝기도 했다. 블라인드를 올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왠지 고칠 수 있을 거 같다고.
예전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이 집에 살기 시작할 때, 아빠가 블라인드를 설치해 줬다. 아빠는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한다. 내가 어릴 때는 새시 가게를 했었다. 아빠가 설치해 줄 때는 멀쩡한 거 같았는데. 어느 순간 블라인드가 이상했다. 블라인드 천 두 장이 붙어서 움직여야 하는데, 떨어져 움직였다. 블라인드를 쳐도 틈이 생겼다. 순간 아빠가 블라인드를 잘 못 설치했나 생각하긴 했지만. 분명 처음엔 안 그랬던 거 같아서 그러려니 하고 그냥 썼다. 크게 불편하지 않으니까. 그 얼마 후, 엄마 집에 갔다가 아빠랑 엄마가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엄마는 블라인드가 고장 났다며 아빠를 불렀고, 아빠는 와서 블라인드를 보더니 말했다. 고장 난 게 아니라고. 블라인드를 끝까지 내린 다음에 다시 블라인드를 올리고 내리면 된다는 것. 가끔 블라인드가 끝까지 풀린 상태에서 방향을 잘 못하면 두 장의 천이 붙은 게 아니라 떨어져서 틈이 생기는 거였다.
그때를 생각하며, 블라인드를 끝까지 내렸다. 부드럽게 내려가는 게 아니라 손에서 자꾸 걸렸다. 끝까지 내리고 나서 위쪽에 고정된 천을 보면서 블라인드 천 양쪽을 평평하게 잡아당겼다. 천이 조금씩 이동해서 양쪽이 딱 맞게 됐다. 블라인드 줄을 잡고 다시 당겼다. 블라인드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블라인드는 다시 잘 됐다. 허무하기도 했다. 망가진 건 줄 알았는데 정말 간단하게 고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블라인드는 망가진 게 아니었다. 정렬이 틀어졌던 것뿐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고장 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잠시 멈춰서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아주 작은 방향만 틀어도 다시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