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엉덩방아

서로의 맛을 돋우는 술과 재즈

by 조조셉
전설적인 재즈 클럽 <Village Vanguard>의 입구와 전설적인 도떼기 시장 <Blue Note> (2022, New York)

지난해 가을 미국 여행을 짧게 다녀오면서, 뉴욕의 여러 재즈 클럽을 들렀다. 클래식하고 차분한 전설의 명소부터, 라인업은 훌륭하나 빽빽하게 사람을 받아 옴싹달싹하기 어려운 곳까지 다양한 곳을 다녀왔다. 다섯 곳 정도를 다녀왔다. 어느 곳이 가장 좋았느냐 묻는다면, 무엇이 훌륭한 재즈클럽의 기준이냐를 먼저 정해야 한다. 그날 서는 뮤지션에는 변화가 있으니, (술꾼으로서) 내 나름의 기준이 있다.

'제대로 된 재즈 클럽은 술도 훌륭해야 하고, 좋은 바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굳이 진지하게 포장을 하자면, 소비자의 경험의 디테일까지 챙기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손님 입장에서 흥을 돋우는 두 가지가 한 자리에서 어우러진다면 그것보다 흥이 오르는 경험은 없을 것이다. 다른 예를 들자면, 고막이 터질 것 같은 EDM이 울려 퍼지는 클럽에서 이벤트로 입에 부어주는 이름 모를 테킬라를 마시는 것도 신나는 일이 아닌가. (아닌가?)


그런데 뉴욕에 있는 재즈 클럽 중에서 무려 외부 술 반입이 가능한 BYOB (Bring Your Own Booze/Bottle) 클럽이자 가정집을 개조한 곳이 있다고 해서 찾은 곳이 있다. 그곳은 그 무시무시한 할렘가의 초입에 위치한 <Bill's Place>

https://maps.app.goo.gl/zikMBSjnX4F1YQ4X8?g_st=ic



왕년의 빌 선생님 사진 (2022, New York)
안주없이 먹겠다 했더니 샵에서 추천해준 와인 (2022, New York)
단출한 내부, 어디에 앉건 무대와 함께 호흡하는 위치다. (2022, New York)
공연 전의 스테이지, 또는 거실 (2022, New York)


일찍 도착해 자리하니 말 그대로 스테이지 코 앞자리. 낮에 샵에서 미리 사둔 와인을 들고 자리한다. 할렘 재즈의 대부인 색소폰 노장 Bill Saxton 옹과 밴드 멤버들이 각기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주, 다른 음향장비 필요 없이 생생하게 울리는 '생 음악'이다. 가정집이라 해도 좋을 아담한 공연장에서 즐기는 큰 울림, 낯선 동네에서 낯선 이탈리아 피노누아를 마시며 즐기는 재즈 넘버들은 더 이상 신선할 수가 없다.


가정집과 같은 구조 때문에, 클럽에서 파는 맥주를 사러 오가는 사람들과 화장실을 들리는 사람들이 무대 앞을 오간다. 캐주얼한 분위기이니 거슬리지 않았는데, 흥이 최고조에 달할 무렵 한 거구의 사내가 무대 앞으로 나선다. 흥겹게 스텝을 밟더니 춤사위가 너무 길어진다. 춤꾼 아저씨, 얼큰하게 취하셨다.


잘 안보이지만, 엉덩방아를 찧는 사진. 하찮게 바라보는 빌 옹의 모습과 드러누운 사내 (2022, New York)

공연장 스태프들이 말리려 나서려던 차에"꽝!"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 와중에 민망했는지 무대 앞에 걸터앉아서는 율동으로 무리하게 실수가 아닌 척 포장한다. 의도된 재즈의 불협화음에 끼얹어진 마룻바닥 엉덩방아 퍼커션. 아, 이것까지도 재즈인가? 시끌벅적한 할렘의 밤이 저물어간다.


(2023, 조조셉)




[별책부록] 다녀온 뉴욕 재즈클럽들에 대한 짧은 소감


<Blue Note>

Christian Mcbride <Blue Note>, (2022, New York)

공연 라인업은 두말할 것 없으나... 갈망하던 크리스천 맥브라이드를 영접한 것도 좋았으나... 도떼기시장 같은 빽빽한 좌석배치와 불편한 주문 결제방식 등 단점이 너무 많은 클럽. 블루노트라는 것이 음악 용어이지만, 동명인 블루노트 레코드의 명성에 슬쩍 무임승차하는 감도 없지 않아 있어 복잡한 감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사진만 봐도 좁아 보이는 데 Comfortable Setting이 웬 말이냐 (2023, Blue Note Club homepage)


<Village Vanguard>

<Village Vanguard>에서 Bill Charlap Trio (2022, New York)

공연 중에는 촬영 불가 정책이라 모처럼 (내 것을 포함한) 스마트폰 불빛 없이 온전한 관람을 하는데 한몫했고, 기본에 충실한 칵테일과 노년 아티스트들의 원숙한 연주까지도 좋은 의미로 클래식한 좋은 경험.


<Bird Land>

Elan Mehlor(Elan Mehlor Trio), <Bird Land> (2022, New York)

역시나 전설의 클럽, <Bird Land>. 열정적인 연주와 친밀한 분위기, 지리적으로나 가격적으로나 높은 접근성. 멋스럽게 낡아가는 빌리지 뱅가드에 비해 다소 아쉬운 느낌은 있었으나 외부 공사 중이라 그랬을지도.


<Dizzy's Club>

Buster Williams Trio, <Dizzy's Club> (2022, New York)

쿨재즈를 지키는 무형문화재(?)이자 스스로 살아있는 전설인 Wynton Marsalis가 이끄는 Jazz at Linclon Center가 운영하는 <Dizzy's Club>. (당연히 Dizzy Gillespie(디지 길레스피) 콜럼버스 서클의 고층에서 내려다보이는 맨해튼 시내와 어우러지는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가격도 다소 고급...이나 자리배치도 그렇고 마실거리와 먹거리 수준도 그렇고 훌륭한 클럽이었다.


<Iridum>

Mark Lettieri, <Iridium> (2022, New York)

재즈 전용 클럽도 아니고, 심지어 본 공연도 재즈는 아니었으나 (블루스 연주는 하지만) 아주 쾌적했던 <Iridium>. Snarky Puppy로 유명한 Mark Lettieri(마크 레티어리)의 공연이 있었다. 멀리서도 잘 보이는 좋은 자리 배치와 흠잡을 데 없는 사운드. 명 아티스트들이 뉴욕 공연 장소로 선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게다가 구스아일랜드 맥주가 7달러 밖에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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