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상사 밑에서 살아남기: 워킹맘의 오피스서바이벌2

1. 첫 출근날, 10살 차이 상사와의 첫 만남

by 날라리부장

"언니, 오셨네요!"


복직 첫날 아침 9시. 1년 3개월 만에 들어선 사무실은 여전했지만, 뭔가 달랐다. 공기부터가 달랐다.

김부장 시절의 그 숨막히는 분위기가 아니라, 뭔가... 살아있는 느낌?


그런데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


"언니, 오셨네요! 진짜 오랜만이에요!"


돌아보니 키 175cm, 단정한 정장 차림의 박과장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 이 사람이 내 새로운 상사구나.

첫인상: 완전 애기 같은데? �


나이 계산하는 마흔의 뇌

박과장과 악수를 하는 순간, 내 뇌는 자동으로 계산기가 되었다.


1990년생이면... 내가 고3일 때 초등학생... 내가 대학교에서 실컷 술마실 때 아직 중학생...

내가 취업할 때 고등학생...


"언니, 괜찮으세요? 얼굴이 좀..."

"아, 네! 괜찮아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당황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대해야 하지?


편하게?

격식 있게?


TMI: 복직 전날 밤 2시까지 구글링한 것들

"어린 상사 대하는 법"

"나이 많은 부하직원 매뉴얼"

"90년생 특징" (뭐 이런 걸 왜 찾았을까... �)




달라진 팀 분위기를 감지하다


박과장이 팀원들에게 나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분이 우리 팀의 베테랑 김선배님이세요.

앞으로 많이 배우고 도움받을 예정입니다."


잠깐, 뭐라고? 배우고 도움받을 예정?


김부장이었다면: "휴직 다녀온 김xx 복귀했으니까 빨리 적응해서 일 좀 제대로 해."

이 한 마디에서 벌써 차이가 났다.


첫 업무 미팅의 컬처쇼크


오전 10시, 첫 팀 회의가 시작됐다.


박과장의 회의 진행 방식: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견 묻기)

"혹시 다른 아이디어 있으신 분?" (브레인스토밍 유도)

"선배님, 경험상 어떠셨어요?" (나에게 존중하며 질문)


김부장이었다면:

"이렇게 하는 거야." (일방적 지시)

"다른 의견 없지?" (반문금지 분위기)

"김대리, 이것도 몰라?" (공개 망신)


회의 중간에 누군가 "아, 그거 좋은 아이디어네요!"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순간 귀를 의심했다.

우리 팀에서 '좋은 아이디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


점심시간의 미묘한 줄다리기


"선배님, 점심 뭐 드실래요?"

박과장이 자연스럽게 물어봤다.

그런데 이상했다. 함께 가자는 건지, 추천해달라는 건지?


"아, 저는 뭐든 괜찮아요."

"그럼 팀원들이랑 같이 가시죠! 다들 선배님이랑 식사하고 싶어해요."


아, 이게 소위 '포용적 리더십'이란 건가?

김부장 시절엔 점심도 혼자 먹거나 동기들끼리만 먹었는데...



오후 3시, 진짜 테스트가 시작되다


"선배님, 혹시 이 프로젝트 관련해서 조언 좀 구할 수 있을까요?"


박과장이 내 자리로 왔다.

의자를 가져와서 앉더니 진짜로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내심 생각: 어? 진짜로 내 의견을 듣고 싶어하네?


"이 부분에서 고객사와 마찰이 있을 것 같은데, 선배님 경험상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이때부터 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과장은 진짜로 메모를 하고 있었다.

내 말을, 10살 어린 상사가 메모를 하고 있다고!


퇴근 전 마지막 반전


오후 6시,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선배님, 아이 픽업 시간 괜찮으세요?

혹시 급하시면 일찍 가셔도 돼요."


"아, 괜찮아요. 오늘은 시어머니가..."


"앞으로도 아이 때문에 급한 일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팀 업무보다 가족이 우선이니까요."


이 말을 듣는 순간,

1년 3개월 동안 품고 있던 복직에 대한 불안감이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첫날의 결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오늘 하루를 되돌아봤다.

예상했던 것:

어색한 분위기

나이 차이로 인한 갈등

젊은 상사의 거만함


실제로 경험한 것:

따뜻한 환영

의견을 존중받는 느낌

진짜 팀워크라는 것


물론 아직 첫날이니까 좋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김부장과는 완전히 다른 리더라는 것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남편에게 한 말:

"여보, 우리 새 팀장... 생각보다 괜찮을 것 같아."


남편: "첫날부터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좀 더 지켜봐."


맞다. 좀 더 지켜봐야겠다. 하지만 일단 오늘은... 희망적이었다. ✨


과연 이 희망적인 첫인상이 계속될까?

다음 편에서는 '언니'라고 부르는 상사와 존댓말 하는 나의 미묘한 관계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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