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언니라고 부르는 상사, 존댓말 하는 나
복직 3일차, 박과장이 또 '언니'라고 불렀다.
그것도 업무 지시를 하면서.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나보다 10살 어린 상사가 나를 '언니'라고 부르면서 업무를 시키는 이 상황이.
"네, 팀장님. 확인해보겠습니다."
박과장이 살짝 표정을 찌푸렸다.
"언니, 저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팀장님'이라고 하니까 어색해요."
어색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찬성 측: "나이가 위니까 편하게 부르자!"
반대 측: "아니야, 직급이 위인데 어떻게..."
중립 측: "그냥... 이름 부르면 안 되나?"
하지만 중립 측 의견은 바로 각하됐다.
직장에서 상사 이름을 부른다고? 그건 너무 파격적이야.
결국 타협안: "박과장님... 아니 과장님... 아니 그냥..." (결국 호칭 회피하며 대화하기)
더 헷갈리는 건 말투였다.
박과장 → 나에게:
"언니, 이 자료 언제까지 가능해요?" (친근한 반말)
"혹시 힘들면 말씀해주세요." (정중한 존댓말)
나 → 박과장에게:
"네, 알겠습니다." (꽉 막힌 존댓말)
"금요일까지 가능할 것 같아요." (어정쩡한 존댓말)
옆에서 듣던 동료가 한마디
"선배님, 너무 딱딱하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과장님 편하게 대해주신다는데."
그래, 알아. 근데 이게 쉽냐고!
목요일 오후,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준비 회의.
박과장: "언니, 이 부분 고객사 반응 어떨 것 같아요?"
나: "음... 과장님, 제 생각에는..."
박과장: "언니, 정말 '과장님' 그만해요. 그냥 편하게!"
나: "아, 네... 그럼... 음..." (3초간 정적)
결국 나: "제 생각에는 좀 더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박과장: "맞아요! 역시 경험이 다르네요."
내 속마음: 호칭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무슨 경험이야...
점심시간에 동료 최선배가 귓속말로:
"선배님, 과장님이 선배님한테만 특별히 더 친근하게 대하는 것 같아요."
"그래? 어떻게?"
"우리한테는 적당히 격식 있게 대하는데, 선배님한테는 진짜 '언니' 대하듯이 하잖아요."
음... 그게 좋은 건가 나쁜 건가?
또 다른 후배 김사원: "선배님, 부럽다. 나도 과장님이랑 그렇게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
내 마음: 편한 게 아니라 혼란스러운 거야...
금요일 오후, 박과장이 개인 면담을 제안했다.
"언니, 복직하시고 어떠세요? 불편한 점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드디어 기회가 왔다.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때!
"과장님... 아니 박과장님..."
"언니!" (단호한 목소리)
"...음... 사실 호칭이 좀 어려워요.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 직급상..."
박과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언니, 저도 처음엔 어땠을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나이로는 동생이잖아요. 회사에서도 인간적으로 지내고 싶어요. 물론 업무적으로는 제가 책임지겠지만, 평상시에는 그냥...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 대화 후, 뭔가 달라졌다.
월요일: 박과장: "언니, 주말 잘 보내셨어요?"
나: "응, 너도... 아니 과장님도 잘 보내셨어요?"
화요일: 박과장: "언니, 이거 어떻게 진행할까요?"
나: "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너... 과장님 생각은 어때?"
수요일: 박과장: "언니, 커피 마실래요?"
나: "그래, 좋지. 근데 과장님이 커피 사는 게 맞나?"
박과장: "아이고, 언니가 사주세요!" (웃으며)
어? 뭔가...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복도에서 마주친 타 부서 부장님:
"김대리, 새로운 팀장 어때? 나이도 어린데 힘들지 않아?"
"아, 아니에요. 생각보다 괜찮아요."
"젊은 애들 요즘 버릇없잖아. 나이 많은 부하직원 어떻게 대하는지 뻔하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박과장을 더 보호하고 싶어졌다. 왜일까?
2주차 어느 날, 박과장이 어려운 프로젝트를 받아왔다.
"언니, 이거 정말 어려운 건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그때 깨달았다.
이 사람이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건, 반말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의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이는 어려도, 책임은 무거운 자리에 앉아서 때로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가 있을 거다.
그리고 그 대상이 바로 나였던 것.
그날 퇴근길에 박과장이 말했다:
"언니, 고마워요. 다른 사람들은 제가 젊다고 우습게 보는데, 언니는 진짜 도움을 주시네요."
나도 대답했다:
"야, 너도 고마워. 나이 많다고 무시하지 않아서."
어? 나 방금 '야'라고 했나?
박과장이 웃었다: "이제 좀 편해지셨네요!"
나이는 어리지만 내게 의지하려는 상사, 직급은 아래지만 경험을 인정받는 나. 우리만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MZ세대 업무 스타일과 386세대 워킹맘의 clash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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