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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2024년, 마지막 두 마리 토끼

다사다난했던 나의 취업 스토리 8

by 참깨보꿈면

1. 닥치는 대로


2024년 겨울, 그러니까 12월 26일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이후에는 마냥 삼성전자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기엔 너무나 하루하루가 길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해준 금과옥조의 조언을 받들어 연구실 선배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보통의 회사들은 11월이 지나면 많이들 셔터를 내리고 쉰다. (인사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어차피 지금부터 지원서를 작성하더라도 2025 상반기 채용 시즌이 되어서야 프로세스가 돌아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했다.


삼성전자 이후 내가 처음 연락했던 회사는 ‘두산에너빌리티’다. 요즘 원자력발전 SMR 때문에 고공행진 중인 기업이다.

학생 때 나를 많이 아껴주셨던 내 2년 선배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근무 중이셔서 그 선배께 도움을 요청드리고자 했다. (마찬가지로 추천 채용 전형을 진행하고 싶었다!)


전화를 드리니 언제나처럼 반갑게 맞아주시고, 연락해 줘서 고맙다고 하셨는데.... 웬걸? 이 형님이 곧 다른 회사로 이직하신다고 하신 것이다!

요즘 방산산업 중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K-9 자주포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그러면서 한화에어로에 있는 다른 선배에게 연락해서 그 회사의 추천 채용 전형을 진행해 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나랑 같이 일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그 말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선배의 조언을 받아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른 선배에게 연락을 했다.

한화 선배도 두산 선배가 미리 말해주었다면서 내 입사를 위해 도움을 주시겠다고 해주셨고, 입사지원을 위한 서류를 메일로 보내 주셨다.

한화.PNG 선배로부터의 연락. 회사 메일이라 좀 딱딱했다.


그러던 와중... 정말 우연히도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바로 두산에너빌리티의 특정 직무에 추천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두산jd.PNG


정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랑 두산에너빌리티 직무가 정말 비슷해서, 일석 이조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상황이었다.


2024년 처음 채용 프로세스를 시작했던 때에는 여러 추천 채용 프로세스를 함께 진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여러 개의 프로세스를 진행하게 되었다가 혹시나 다 붙으면 나중에 서로 민망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싫었다.

정말 배부른 소리다. 누가 다 붙여준대?


이때부터는 내가 얻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활용해서 취업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공채며 추천이며 닥치는 대로 쓰기 시작했다.

물론 1월부터의 이야기 기는 하지만.... 마음을 먹은 때는 이때 즘이었다.




2. 헤드헌터와 추천 채용 두 마리 토끼


‘두 마리 토끼를 잡다’라는 속담이 있다. 모두들 잘 아는 속담일 텐데, 실제로 이 두 마리 토끼 속담의 원래 의미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하나도 못 잡는다는 부정적 의미라고 한다. (복선일까?)

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기왕이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보자는 마음을 갖고 두산에너빌리티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원서 작성을 시작했다.


추천 채용 과정에 대해서는 다음 화에서 이야기해 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두산에너빌리티 헤드헌터와 이야기했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두산에너빌리티 헤드헌터는 삼성전기 헤드헌터가 안내해 준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

지난 삼성전기(제2화를 참고하셔라) 때에는, 내가 먼저 지원서를 작성하고 내 이력서와 지원서를 검토하여 원하는 부서에서 회신을 주는 형태로 진행이 되었는데,

이번 두산에너빌리티는 나에게 맞는 JD(Job Description; 직무기술서)를 보내주시고 이 직무기술서를 보고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잘 맞는 직무를 선택해서 지원를 쓰도록 안내받았다.

두산jd.PNG 간략한 JD가 오고, 하나를 선택하면 이에 대한 상세 JD도 보내주었다.


이런 차이뿐만이 아니라, 헤드헌터의 차이 또한 있었다.

지난 삼성전기 헤드헌터는 굉장히 친절하셨다. 전부 다 나열하기에는 좀 많아서 큼지막한 이유들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전화로 먼저 연락을 주신 이후에 메일과 문자로 내용을 요약하여 정리해 주셨다.

2) 인사팀과 직접 소통하시면서 내가 직접 물어보기 어려운 여러 주제들(연봉, 복지 등)을 먼저 안내해 주셨다.

3)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해주셨다. 채용 과정 중간에도, 그리고 불합격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사팀과 접촉하시면서 면접 가능 여부를 팔로우해주셨다.


반면에 두산에너빌리티 헤드헌터님은 좀 더 차가우신 분이었다.

1) 통화를 몇 번 나누지 못했다. 문자와 메일로 대부분의 연락을 하셨다.

2) 전화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기분 나빴던 일이 몇 번 있었다. (내 마음이 여린 걸지도?)

3) 사후 관리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혼이 나버렸다.


아마 회사 업황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더 잘 나가는 두산이기 때문일까? (전적으로 내 추측이다!)

여하튼간에, 나는 우여곡절 끝에 두산에너빌리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 먼저 지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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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24년을 돌아보면 2~6화에 이르기까지 총 5개의 회사에 지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1월에 지원했다!)

LG전자, 삼성전기,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DS부문 TSP총괄부서,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가 그것이다.

모두 다 서류탈락이었고, 그나마 면접 아닌 면접을 본 곳이 삼성전기의 프리인터뷰 정도랄까... 사실 그 인터뷰도 내가 다 망쳐놨기 때문에 할 말은 없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불합격을 이렇게나 많이 본 적도 없고, 나 혼자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아내와 함께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이라 두 배, 세 배로 마음이 복잡했다.

이 이후로 2024년 12월 31일까지는 공채가 더 이상 뜨지 않았다. 물론 2025년 1월 중순까지도 아무 회사도 안 뜨긴 했지만.


그동안 나는 나름대로 간절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아내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LG전자는 미루고 미루다 선배한테 느지막이 연락했고, 삼성전기는 인터뷰 전략도 안 세우고 접근하고, 삼성전자도 미리미리 선배한테 연락하지 못했고 거만하게 굴고.

두산에너빌리티 지원서를 쓰는 데 대충 휘갈겨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열심히 쓰겠다고 했으면서도 귀찮음에 거의 2주가 넘게 걸렸다.

이런 나를 반성하고 취업 궤도에 올리게 된 것은, 2025년 1월의 포르투갈-스페인 여행이었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LG에너지설루션 이야기 때 풀어보도록 하자.


긍정적으로 살펴보자면, 나는 2024년 9월에서 12월까지 이런 성과를 달성했다.


1) 내 실적을 정리해서 이력서를 작성했다. 프로젝트, 역량과 기술, 논문, 특허에 대해 상세하게 정리한 이력서를 만들었다.

2) 이력서를 바탕으로 링크드인, 사람인 등 채용 플랫폼에 가입해서 기회를 얻었다. (2회!)

3) 연구실 여러 선배들에게 안부 겸 인사를 돌렸다. 선배들에게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이자, 나도 ‘인맥 관리’라는 것을 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다졌다.

4) 정량적인 영어 점수를 만들었다.(그것도 단 한 번에!)

5) 5번의 자기소개서와 경험기술서를 작성했다. 수정에 수정을 거쳐 점차 나은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6) 연구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내가 한 과제, 내 학위연구, 그리고 내 저널 논문들의 내용을 표현하는 글과 그림을 작성했다.



2024년도의 자기소개서를 돌아보니 부족한 점이 참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내가 쓴 최선의 자소서라고 생각하면서 원서들을 제출했던 것 같다.

최종 제출 전까지 제한된 시간 안에 최고의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단순히 간절함을 표현하는 것보단 내 역량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글을 쓰도록 연습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2025년 다시 한번, 두 마리 토끼 사냥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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