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기억
삶과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따뜻한 존재,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며
가장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저에게는 한 사람이 있어요.
소설 창작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강을 알리는 문자가 오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한 건
배운 사람은 다르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이론 수업을 듣는다면,
최소한 내가 제대로 쓰고 있는지 아닌지 정도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수업이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났을까.
올 것이 너무 빨리 오고야 말았다.
작가님이 과제를 내주신 것이다.
'나의 최초의 기억'에 대해 글을 써오라고 하신다.
주제를 듣자마자,
내 기억 속에 또렷하게 각인된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앳된 엄마의 얼굴이었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내가 처음으로 기억하는 장면은
언제나 '엄마'였으니까.
세상에 태어나 처음 누군가의 얼굴을 인식하게 된 순간,
그 기억의 끝에는 늘 엄마가 있었다.
몇 살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나를 내려다보던 모습으로 보아
두 살, 아니면 세 살 무렵일까.
나는 아기였고,
엄마는 나를 어르고 계셨던 것 같다.
갸름한 얼굴에 주근깨가 드문드문 박혀 있고,
도톰한 눈두덩에, 살짝 올라간 입꼬리.
특히 주근깨가 강렬하게 남았다.
'엄마'라는 존재를 처음 인식한 그 순간,
나는 마음속 깊이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이 사람이 내 엄마구나.'
물론 그때는
'갸름하다', 눈두덩', '입꼬리' 같은 표현은 몰랐다.
하지만 소중한 사진을 지갑에 넣어 매일 들여다보듯,
그 기억은 마치 선명한 사진처럼 또렷하게 남아 있었고,
나는 사진을 꺼내보듯,
늘 엄마 얼굴을 떠올리고 묘사하곤 했다.
몇 해 뒤,
아마 다섯 살이나 여섯 살쯤이었을까.
엄마와 얼굴에 대해 나눈 짧은 대화도 기억난다.
그 시절 '일일공부'라는 학습지를 매일 기다렸다.
할 일이 없던 나는 학습지를 받자마자 금세 끝내버렸고,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예쁘게 여겨,
간식으로 내가 좋아하던 식빵을 준비해 주곤 하셨다.
우리 딸, 쌍꺼풀 좀 봐.
이렇게 예쁜 거 누가 만들어줬어?
엄마, 아빠가.
나 엄마 처음 봤을 때 기억나.
그때, 엄마 얼굴에 주근깨가 있네!라고 생각했어.
세상에, 그게 기억나? 주근깨도 알아?
응, 주근깨가 제일 생각나.
식빵 가장자리를 뜯어 본인 입에 넣고,
뽀얀 속살은 설탕을 살짝 찍어
내 입에 쏙 넣어주시던 그때도
엄마는 주근깨가 드러나는 얼굴로 웃고 계셨다.
입꼬리는 여전히 살짝 올라간 채로.
그 후로도 수많은 엄마의 얼굴을 보며 살았다.
세월이 흐르며, 앳된 얼굴은 점점 변해갔다.
깨알 같은 주근깨는 어느새 까뭇한 기미로 바뀌었고,
도톰하던 눈두덩은 살이 빠지며 쌍꺼풀이 더 깊어졌다.
한 줄, 두 줄..
주름도 차곡차곡 늘어갔다.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품어낸 얼굴,
그리고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평온해진 그 얼굴까지.
그러나 여전히 '엄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내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던 그 앳된 얼굴이다.
주근깨가 박혀 있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모습.
이제는 오직 기억으로만 남은 얼굴이다.
단 한 번만이라도,
그 얼굴을 다시 만져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