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그 해,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by 보라

2000년 어느 가을밤,

상영관의 어둠 속에서

가만히 숨을 죽였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의 떨림,

붙잡을 수 없어 더 선명해지는 뒷모습,

말하지 못해 고여버린 침묵의 무게들.


영화 '화양연화' 이야기예요.


'화양연화'는

서로의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남녀가

상처와 고독 속에서

조용히 서로에게 기울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고,

말해서도 안 되었고,

그래서 더 깊어진 마음.


결국 그들은 함께하지 못하고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가지만,

말하지 못한 마음은

앙코르와트의 돌틈 속에

속삭이듯 봉인됩니다.

그저 묻어두고, 막아두고,

그래야만 살아낼 수 있었으니까.


여러분의 마음에도

그런 봉인된 돌틈이 하나쯤 있겠지요.


시간이 가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빛이 스며들고,

언젠가 먼 훗날

누군가 손끝으로 쓰다듬을 수 있을 만큼

따뜻해질 자리 말이에요.


갑자기 '화양연화'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특별판이 12월 31일 개봉한다고 해요.

오직 극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라고 합니다.


화양연화를 사랑하셨던 분이라면,

이번만큼은 놓치지 마세요.

반드시 극장에서,

그 시간을 다시 품어보시길.




영화 '화양연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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