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버리고 떠날 용기가 있어야 진실을 만난다'는 말이 있다.
이 문장은 멋지긴 하지만,
너무 과감해서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떠올리며
이 문장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영화에서 떠남은 결심이라기보다 반응에 가깝다.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않겠다는,
늦게 도착한 정직함 같은 것.
리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오래 붙잡고 있던 것들에서
한 걸음 떨어지기 위해 움직인다.
완벽해 보였던 삶이
어느 날 갑자기 낯설어졌을 뿐이다.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삶일까?"
이 질문은 영화 내내 반복되지만
쉽게 답을 내리지 않는다.
리즈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일단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그 선택이 용기였는지 도피였는지는
영화도 끝내 단정하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 리즈는
아무것도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먹는다.
파스타와 피자를 마음껏 즐기며
배부른 상태를 죄책감 없이 받아들인다.
먹는 행위는 쾌락이 아니라
오래 비워두었던 감각을
다시 채우는 시간처럼 보인다.
인도에서의 시간은
영화의 중심에 가깝다.
기도는 해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리즈는 계속 흔들린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하루를 통과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발리에서 리즈는
완전히 회복된 모습도,
완전히 단단해진 모습도 아니다.
이곳에서 그녀는
사랑을 찾기보다
사랑이 머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멘토의 말이 오래 남는다.
"때론 사랑하다가 균형을 잃지만
그래야 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거야."
균형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깨지고 다시 맞추는 과정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영화의 마지막,
펠리프는 리즈에게 메모 한 장을 남긴다.
"해질 때 부두에서 다시 만나."
그리고 리즈는
아트라베시아모(Attraversiamo)라는
주제어를 정한다.
"같이 건너 보자"
이 말은 누군가에 대한 고백이라기보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약속,
서로의 삶을 앞질러 가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새로운 삶을 찾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삶을
조금 다른 자세로 건너가 보자고 권한다.
혼자든, 누군가와 함께든.
급하지 않게, 과장하지 않게.
균형을 잃을까 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신
건너는 중임을 인정하며.
그래서 이 영화는
아련하게 남는다.
이미 많은 것을 건넌 사람에게도,
지금 건너고 있는 사람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