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 비치

서쪽 해안의 끝, 자연이 빚어낸 루비빛 비치

by 보라
올림픽 국립공원 서쪽 해안,
석양이 타는 모습이
붉은색 루비만큼이나 아름다운 루비 비치.
그곳에서의 단상들



시애틀 서쪽,

산과 호수, 바다와 온천, 빙하까지,

수많은 지형이 한데 어우러진 땅.


그 안에 수천만 년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저물어가는 하루 속으로 스며든다.

점점 낮아지는 태양은
햇볕에 달궈진 산봉우리 뒤로 천천히 가라앉고,


사랑스럽게 흘러가는 강물 위로
느릿느릿 떠내려온 오래된 나무들이
내 앞을 지나간다.







루비빛을 닮은 비치.


불규칙하게 휙 불어왔다 사라지는 바람,
공기 속에 스며든 서늘한 냉기.


주섬주섬 옷을 꺼내 입고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붉은 태양이 남기고 간
은은한 황혼 아래,
희뿌옇게 빛나던 그의 얼굴이 있다.







바닷물이 실어온 세월의 흔적만큼
묵묵히 버티는 고목들,
땅과 물과 하늘,
쑥쑥 솟아오른 바위섬의 기세.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시시때때로 변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흘러가고
변해가는 순간들을
나의 뇌와 심장이 부지런히 담아내려 애쓴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빛처럼,
연신 불어대는 바닷바람처럼,
나는 그저 움직일 뿐.







지구의 시간도,
오전과 오후의 하늘도,
방향을 알 수 없는 바람도,
지금 이 순간도,


그저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