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by 보라
삶의 결을 닮은 한 가닥의 가늘고 여린 선.
따뜻함과 외로움이 동시에 스며 있는 국수 이야기.



톡 건드리기만 해도 부러지는
뻣뻣한 몸짓,

살짝 스치기만 해도 상처 입는
가녀린 성질.

하얗고 빼빼한 무리들 속에
예민한 성격으로 서 있던 녀석.

곧게 뻗어 버텨내야 했던
오랜 시간을 지나왔다.

창백한 그에게
부드러운 세상을 알려줄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며드는
맑은 세상 한 냄비,

까칠한 성격을 풀어낼
사랑의 촉매제 한 움큼,

그리고 마음을 달래 줄
흐르는 시간 10분.

째깍, 째깍, 째깍

활활 끓어오르는 열정 속에
녀석을 푹 잠기게 한다.

1초, 2초, 3초...

뻣뻣하던 몸은 부드럽게 구부러지고,
마른 거죽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
허연 얼굴은 뽀얗게 변하고,
예민한 성격은 둥글둥글 풀려간다.

마침내 고운 똬리를 틀며
고상한 자태로 다시 태어난다.

부드럽게 가는 거야.
그게 좋잖아.







종종 국수를 끓여 먹는다.
펄펄 끓는 물에 딱딱한 가닥들이 들어가면
순식간에 부드러워진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나도 혹시, 내 세상에만 갇혀
뻣뻣하게 굳어 있는 건 아닐까.

아침 커피 한 잔 곁에 두고,
오늘은 마음의 국수를
조금 더 부드럽게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