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내고, 다시 바라보다

by 보라

얼마 전 「스위스를 떠나며」라는 글을

브런치에 발행했습니다.


스위스의 풍경과 향기를

가슴에 담아낸 회고록이었는데,

글을 읽으신 다른 브런치 작가님께서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약 보름 후, 저도 그곳에 가 있을 것 같아요."


고마운 마음에 그분의 스토리에 방문했습니다.


이미 800명이 넘는 구독자를 지닌,

에세이 분야의 크리에이터셨습니다.


작가 소개란 첫 문장이 눈을 멈추게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빈자리에서,

기억과 그리움, 작고도 소중한 마음의 움직임을

글로 옮깁니다.

삶은 여전히 계속되기에,

서툴지만 매일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입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먹먹함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밤새 이 분의 글을 읽었습니다.


2011년 11월, 아내의 혈액암 투병을 시작으로

2024년 11월, 아내를 떠나보내기까지,

13년에 걸친 사랑과 이별, 그리움의 시간을

기록한 글이었습니다.


이 분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먹먹하다, 가슴 아프다"라는 표현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이

제 안을 묵직하게 짓눌렀습니다.





이날은 마침

제가 읽고 있던 소설의 마지막 책장을 닫는 날이었습니다.



나, 그들을 만나 불행했다.
그리고 그 불행으로 그 시절을 견뎠다.
신경숙 『깊은 슬픔』



이 글귀가 그분의 기록과 만나면서

새로운 의미로 울렸습니다.


불행과 고통조차 결국은

시간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고,

사랑은 떠남 이후에도

여전히 삶을 흔들며 남는다는 것.


문득 제 곁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기록 속에서,

아직 제게 허락된 삶과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오늘 내 앞에 놓인 하루,

사랑하는 이와 함께 나눌 작은 순간들을 더욱 아끼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값진 선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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