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시원하게 내린다. 먼지도 꽃가루도 다 쓸어버린다.
화사하게 꽃이 피는 4월. 내 딸에게는 가장 잔인한 계절이다.
아름다운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잠시, 꽃가루는 내 딸의 몸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비염은 더 심해져 밤잠을 설치고, 눈은 충혈되고 따가워서 안경도 못 쓸만큼 아프다.
올해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아이는 마음껏 아프지도 못한다.
하루 살만해서 달리면 다음날 눈도 못 뜨게 아파서 주저앉는다.
"컨디션 관리하면서 해. 좀 좋아졌다고 무리하면 탈 나."
이런 입바른 소리를 하면서 내 마음은 '그렇게 낳아줘서 미안해'라고 말한다.
아이가 아프면 다 내 탓이 된다. 이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면 눈물부터 나올까 봐 애써 삼킨다.
미안하고 안쓰러운 눈빛을 딸에게 보낸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딸내미는 애써 웃어준다.
붓고 충혈된 눈으로 웃어주는 아이의 모습에 더 짠해진다.
매년 이맘때 겪는 일이니까 알잖아.
이때만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거.
다만 올해는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몇 배 더 힘들 거야.
누구에게나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은 더 두려운 법이니까.
너의 아픔, 불안. 엄마가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항상 함께 할게.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 했다는 거
너 자신이 알고, 엄마가 알고 있으니 괜찮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너는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이긴 거야.
이번주 금요일 시험이 끝난 후에 느낄 해방감도 너의 첫 경험이 되겠지.
그때 마음껏 누릴 너의 모습을 상상하며
엄마도 다시 일어설게.
늦은 밤까지 공부한 딸내미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