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016 SOCAP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a Dec 23. 2016

[두 번째 글] 발명 대신 발견으로 혁신하다

본 매거진의 글은 PUBLY와 함께 진행한 [자본과 의미가 만나는 곳, SOCAP] 프로젝트와 관련한 콘텐츠입니다. SOCAP (Social Capital Markets)은 임팩트 투자와 관련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년 열리는 컨퍼런스입니다. 2016년 SOCAP 및 임팩트 투자와 관련한 디지털 레포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곳'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자본과 의미가 만나는 곳, SOCAP] 프로젝트의 두 번째 미리보기 글입니다. (PUBLY 원문)



SOCAP(Social Capital Markets) 주최 측이 올해 선발한 Social Entrepreneur 명단을 보면서 개별적으로 기업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없을까 기대했습니다. SOCAP 측은 기업가를 선발해 무료 초청 티켓을 보내고 숙박비를 지원해주며 Impact Accelerator@SOCAP이라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피칭 세션, 멘토링 등의 기회를 연결하는 등 Scholarship Program을 제공합니다. 임팩트 창출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기업가들은 SOCAP의 미래이므로 투자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SOCAP16 - Dream Meetings'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Village Capital의 Global Manger of Partnerships인 Dustin Shay가 보낸 메일로, 매년 SOCAP에 참석하는 기업가와 투자자를 연결하여 30분의 미팅을 주선한다고 밝혔습니다. 제목 그대로 제가 소망하던 꿈같은 미팅의 기회였습니다. 


Village Capital은 글로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가를 발굴, 교육, 그리고 투자까지 진행하는 기관입니다. 투자처를 선정할 때 육성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한 동료 기업가들의 평가와 추천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들은 헬스케어, 교육, 재무/금융 등 중요한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지역 내에 접근성을 높이는 비즈니스와 에너지 및 농업 같이 지속 가능한 자원을 찾고 공급하는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참고 Village Capital의 Method: Peer-selected Investment)


Village Capital은 저에게 산업, 지리적 위치, 비즈니스 단계 등 만나고 싶은 기업에 대해 선호하는 요건을 간단히 알려주기를 요청했습니다. 저는 '개발도상국', '헬스케어/교육 분야의 테크놀로지 스타트업'이라는 간단한 키워드를 적어 회신했고 그에 맞는 4개 기업을 따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9월 15일-16일에 걸쳐 임팩트 허브의 팝업 공간에서 3명의 기업가를 만났고, 다른 1명의 기업가는 SOCAP 종료 후 따로 통화 시간을 잡아 유선으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이 편하게 회의 및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메인 행사장 내에 마련된 임팩트 허브의 팝업 공간 ⓒ강보라


1. Jeeon - 프랜차이즈 동네 진료소


Jeeon의 창업자인 방글라데시의 Rubayat Kahn은 병원이 없는 지역에서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거의 죽을 뻔한 경험을 하고 난 뒤,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 감사함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이번 하루가 삶과 죽음의 기로를 경험하게 한 시간이었지만, 진료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낙후된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매일매일의 일상이 삶과 죽음을 오고 가는 위험한 시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Jeeon을 창업하게 됩니다.  


Jeeon은 이미 각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합니다. 약사들에게 태블릿 PC 장비와 간단한 교육을 제공한 후 의사와 환자 사이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부여합니다. 화상 통화를 통해 실시간 진료를 진행, 약사는 의사의 진료 소견을 환자에게 쉬운 말로 설명해주고, 간단한 진찰 결과와 환자의 상태를 데이터로 저장하여 의사에게 전달합니다. 이후 의사의 처방에 따라 환자에게 약을 지어줍니다.


Jeeon 약사와 지역 주민이 진료하는 모습 ⓒJeeon


Jeeon은 약사의 경력, 태블릿 PC 장비 및 Jeeon이 제공하는 기술에 대한 친숙도, 약국의 위치 등을 고려해 약사를 선정합니다. 환자들은 전혀 모르는 의사와 온라인 진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같은 동네에서 서로를 잘 알고 관계를 쌓아온 지역 약사를 통해 편안한 환경에서 진찰을 받을 수 있습니다.


Jeeon 운영 모델 ⓒJeeon


현재까지 본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들은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피드백을 주고 있지만, 장기적인 진료보다는 바로 진통을 완화해 주는 약을 사 먹을 수 있었던 예전 방식이 더 좋다고 느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합니다.


과거 일시적인 통증 완화로 인해 심리적으로 더 빨리 자신의 병이 나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문 의사의 체계적인 진료와 장기적인 관리를 통해 근본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이 건강에 훨씬 좋다는 것을 알리고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Jeeon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 Jeeon의 창업자, Rubayat Kahn


더불어 Jeeon은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적용 가능한 프랜차이즈 모델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동네 진료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에 소외됨 없이, 원하는 때에,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2. Tembo Education - 15분 교육자


Tembo Education은 나이지리아 내 슬럼 지역의 부모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이들은 0-6세 아이의 두뇌발달을 위해 유아기 교육과 이에 대한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큰 영향을 끼치지만, 슬럼지역에서는 이 두 가지 부분이 부족하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관련 팀 전체는 슬럼 지역에 거주하며 그 지역 사람들의 상황을 같이 경험하고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으면서 사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Tembo Education에 가입한 나이지리아의 학부모는 매일 SMS로 그 날의 교육 커리큘럼을 안내받습니다. 커리큘럼은 15분 정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수행할 수 있는 활동으로 구성되며, 가정 방문 선생님 (Home Educator)이 방문하여 그 날의 수업 내용을  부모에게 교육합니다. 이후 부모는 SMS와 Home Educator로부터 안내받은 커리큘럼을 아이에게 가르칩니다.


(슬럼지역에서 생활하는 0-6세 아동의 숫자가 가장 많은 Sub-Saharan Africa 지역. 특히 나이지리아는 엄마 1인당 5.5명의 아이들을 키웁니다. 하지만 모바일 폰 시장에 있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기도 하여 Tembo Education은 나이지리아를 첫 번째 시장으로 선정했습니다. ⓒTembo Education)


Tembo Education의 서비스는 다른 교육 서비스와 비교할 때 세 가지 측면에서 독특합니다. 먼저 이들이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의 질(Quality)은 우수합니다. 이들은 Harvard Center for Developing ChildPBSLego FoundationPearson Education 등의 리서치를 토대로 개발된 내용을 커리큘럼으로 활용했습니다.  


두 번째는 서비스 접근성(Accessibility)입니다. Sub-Saharan Africa 지역에서 가장 큰 모바일 폰 시장인 나이지리아의 특성과 모바일 사용 행태를 고려하여 SMS를 커리큘럼 배포의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부모가 그 날의 커리큘럼을 끝까지 수행하면 휴대전화 사용 시간 (Airtime: SMS 텍스트 숫자와 통화량)을 대가로 받게 됩니다. 모바일 플랜이 비싼 개발도상국 부모들에게는 아이들 교육도 하면서 동시에 휴대전화 사용 시간도 늘릴 수 있는 1석 2조의 프로그램인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가격(Affordability) 측면입니다. Tembo Education의 한 달 서비스 이용료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부모 월 수입의 평균 10%도 안 되는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Home Educator에게 월급을 주는 방식도 독특합니다. Tembo Education는 텔레콤 회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Home Educator의 월급을 Airtime으로 주기도 합니다. 텔레콤 회사도 기업 입장에서 이득이 됩니다. 별도의 마케팅 없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기존 고객을 유지할 수 있고 슬럼 지역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사회적 의미도 갖게 됩니다.

Tembo Education의 Home Educators ⓒTemboEducation


슬럼 지역 가정의 경우 아이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부모가 대부분 맞벌이하거나,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Tembo Education가 제안하는 15분이라는 짧은 교육 시간은 맞벌이 부부에게 퇴근 후 부담 없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또한 Home Educator의 도움을 받으면 더 쉽게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Tembo Education 측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명령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더 나아가 학교 생활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좋은 교육 컨텐츠, 그리고 그 나라에 맞는 배포 및 마케팅 수단, 적절한 동기 부여책 등이 어우러지면서 슬럼 지역의 아이들이 더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3. TruClinic - 화상 진료 서비스


TruClinic은 병원 진료 프로세스를 온라인으로 옮겨 시간적, 금전적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환자가 받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회사입니다.


TruClinic이 제공하는 서비스 영역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의료진과 환자 및 가족들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화상 진료입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화상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대해 의사, 간호사, 가족, 환자 본인 모두가 동시에 함께 이야기 나누고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환자 입장에서는 통원 시간, 대기 시간이 줄어들고 병원보다 익숙하고 편한 환경에서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의사나 병원 입장에서도 조금 더 유연하게 일정 관리를 할 수 있고 더 많은 환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영역은 환자 기록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환자의 진료, 처방 기록을 온라인화하고, 저장, 보관,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여러 진료과가 모여 있는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데이터를 공유하며 협업 진료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각 의료진이 필요한 정보를 적합한 때에 공유할 수 있다면 진료의 질은 더 올라가겠지요. 


마지막으로 일정 관리, 메일, 진료 기록 양식, 결제 등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여 병원 업무와 관련된 프로세스를 효율화합니다.


대면 진료보다 화상 진료가 정말 효율적인지에 대한 의문에 창업자 Justin Kahn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화상 진료는 기존의 진료 방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겁니다.


전체 의료진과 환자가 화상 진료를 통해 동일한 이해 수준을 가질 수 있다면 불필요한 방문 진료를 줄일 수 있습니다. 더 정확한 진료가 필요한 경우 대면 진료 일정을 편하게 조율할 수 있다면, 창업자의 대답과 같이 진료의 질은 그 방법의 확장을 통해 더욱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더불어 병원 시스템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의 사람들도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의사를 만날 수 있게 되구요.


** 참고 영상: What if you could see your doctor without going to the doctor? | Justin Kahn | TEDxSaltLakeCity


4. Labor X - Linked Out을 위한 LinkedIn


Labor X는 4년제 학위는 없지만 커뮤니티 칼리지나 직업훈련소, 부트캠프 등의 트레이닝 코스를 통해서 업무 스킬을 갖춘 사람들이 채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구직자와 채용 담당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입니다. 비즈니스 전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과 비슷하지만, 학교 및 직장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자본을 보유하지 못한, 사회적 연결고리가 없는(Linked Out)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입니다.


창업자 Yiscaira Jimenez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그녀는 4년제 대학 학위가 없던 큰 오빠가 좋은 직업을 찾지 못하는 모습, 그리고 큰 오빠와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을 튜터링 하면서 비슷한 문제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교육을 받지 못해 좋은 직업까지 얻지 못하게 된다면 경제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가 어렵지요. 대학 졸업 후 취업이라는 진로를 밟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인 길을 제시하는 교육과 노동 시장의 시스템. 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Labor X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만, 이렇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70%가 실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구직자는 Labor X와 파트너십을 맺은 기관에서 훈련을 받은 뒤 자신의 스킬 등 능력 중심의 영상 이력서를 Labor X에 등록해 둘 수 있고, 각 회사의 채용 담당자는 Labor X를 통해 후보를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구직자에게는 학위와 인맥에 상관없이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이며 채용 담당자에게는 수 백, 수 천 개의 이력서 안에서 진주를 찾느라 보내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줄여주는 수단이 됩니다. 


Yiscaira Jimenez는 레스토랑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면서 직업을 찾고 있던 한 학생이 Labor X를 통해 IT회사의 인턴 자리를 얻게 되었고, 이 인턴십 기회를 발판 삼아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는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Labor X가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하는 성공적인 스토리였습니다. 


Jeeon, Tembo Education, TruClinic, Labor X의 공통점


4명의 기업가를 만나면서 이들의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이들은 현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언가, 새롭고 희귀한 것을 발명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그 문제를 야기한 '기존의 시스템' 그리고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해결책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Jeeon의 약사들은 원래 시골 지역에서 의사를 대신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Jeeon은 그들의 네트워크에 테크놀로지와 교육을 얹어 의사와 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매개체를 만들었습니다. Tembo Eduction은 좋은 교육 컨텐츠를 슬럼 지역 부모들에게 매력적인 모바일 SMS를 활용하여 배포하고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TruClinic 역시 병원 방문에서 등록, 대기, 진료, 처방 등 의사와 환자가 병원에서 항상 경험해 오던 업무 프로세스를 온라인화하여 조금 더 편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Labor X는 LinkedIn이라는 기존 서비스의 고객군을 바꾸고, 그들에게 적합한 채용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회문제 해결이라고 하면 무척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야기하는 '구멍'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구멍의 원인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아주 작은 관심에서부터 '혁신'은 시작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 번째 글] 외로운 임팩트 투자의 길, 동료를 찾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