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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래원 May 20. 2024

순식간 날아 들어 약동하는 새봄을 간구하는 마음

<3월>  이재무


 어제, 5월 18일은 충북 옥천에서는 그 지역 출신인 정지용 시인을 기리는 지용제의 이틀째 날이었다. 올해의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는 수상작 시 <3월>을 쓴 이재무 시인.  나는 시인이 가르치는 문학 수업을 듣고 있다. 봄이 한껏 무르익은 봄날 문우들은 옥천까지 내려가서 선생님의 수상을 축하하고 여러 행사를 즐기고 돌아왔다. 문우들이 보내준 선생님의 수상 소감 영상과 흥성스러운 지용제 현장 사진들을 보니, 함께 하지 못해서 선생님과 문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3월>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저마다 맘에 드는 시는 다르다지만 저명한 시인인 심사위원들이 높게 산 탁월성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3월



못자리 볍씨들 파랗게 눈뜨리


풀풀 흙먼지 날리고


돌멩이처럼 순식간에 날아든


꽁지 짧은 새 


숲 흔들어 연초록 파문 일이키리


이마에 뿔 솟는 아이


간지러워 이마 문지르리



 3월. 아직 겨울의 꽁무니가 앞산 둔덕에 걸쳐있고 어설픈 온기가 멀리서나 서성이는 계절.  부지런한 농부는 못자리에 볍씨가 눈이 뜨면 봄을 왔음을 알아챌 것이다. 싹이 움트지 않은 들판은 마른 흙이 풀풀 날리지만 꽁지 짧은 새가 제일 먼저 새 기운을 느끼고 약동을 시작한다.  봄은 그 작은 새처럼 순식간에 나타나 하루가 다르게 푸르름을 펼친다. 그러면 마음이 설레고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의 마음에 용기가 불쑥 자랄 것이다.   


 문장 사이마다 한 줄씩 띄어 남긴 여백은 신록을 기다리는 너른 들판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다. 빈 공간에 갑자기 휙 날아든 새와 가만히 서서 뭔지 모를 간지러움으로 이마를 문지르는 아이는 텅 빈 공간에 갑자기 도래하는 봄의 또 다른 상징들이다.


시 속의 단어들, 문장들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보면 실은 봄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인은 '눈뜨리', '일으키리', '문지르리', 이 동사들에 모두 '~리라'라는 화자의 강한 추측을 나타나내는 어미를 사용했다. 강한 추측은 곧 확신의 뉘앙스를 갖고 믿음은 곧 간절한 소망을 나타낸다. 목전에 있는 것은 알지만 보이지는 않는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속도감 있는 어휘와 문장으로 노래했다. 독해하듯 읽지 않고 휘리릭 한 번에 시를 읽고 나면 뇌리에 남는 이미지는 놀랍게도 새의 꽁지가 팅커벨의 요술봉처럼 들판을 툭 건드리자 연초록 물결이 파도처럼 펼쳐진 모습이었다. 3월. 봄이라고는 하나 정작 봄이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시기, 그래서 더욱 완연한 봄을 간구하는 때이다. 시인 자신은 봄을 기다리고 있으면서도 읽는 이의 마음에는 벌써 봄기운에 생동하는 생명들과 푸르게 파문하는 녹음을 마법처럼 그려 놓았다.  


 이 일곱 줄짜리 짧은 시에서 나는 다른 어떤 시에서보다 생명의 계절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과  새봄의 이미지 자체인 솟구치는 생명력을 인상 깊게 느꼈다. <3월>이 정지용 문학상을 받은 이유 중의 하나가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목 배경 이미지 출처 https://shorturl.at/iNq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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