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할 걱정을 선생님이 대신 걱정해주다니!
3월 2일은 어린이집을 처음으로 등원하는 날이었다. 만1세반. 이런 애를 어린이집 보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작고 미숙한 12월생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겠다고 마음 먹고 엄마아빠가 함께 출동한 첫 날, 나는 적지않은 충격에 휩싸여 집에 돌아왔고. 함께 어린이집 등하원을 하였던 남편을 출근시킨 후 곧장 우리집으로 출근하신 돌봄샘과 이야기하면서 참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눈물을 후드티 소매로 꾹꾹 눌러가며 하소연을 했다. 남편에게는 돌봄샘과 대화를 마친 후에야 '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며 뒤늦게 전화로 상황을 털어놨었다.
어린이집에는 먼저 도착한 다른 쌍둥이 아들들이 와 있었다. 이미 그 어머니와 어린이집 OT 때 대화를 나눴던터라 간단히 인사를 하고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자리를 잡았다. 역시나 우리 아가들은 공간에 도착하자마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엄마아빠 주변에서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공간은 어떤 모양인지를 보면서 조금씩 적응하려고 했다.
여러가지 사유로 우리 아기들은 같은 월령인 아기들보다 좀 더 많이 작은 편이다. 원래 1월 말에 태어났어야 하는 아이들이지만 쌍둥이라서 1월 초에 제왕절개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임신중독증으로 12월에 태어나버렸고 임신 기간 막판에 내가 혈압이 조절이 되지 않았던 터라 아이들도 그 기간 동안 몸무게가 크게 늘지 않으며 성장지연이 일어나 갓 태어났을 때도 동일 재태주수의 아이들보다 작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 아이들이 쓰는 교실에 10명의 아이들 중 7명의 아이가 모두 1~5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여러모로 발달이나 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4살처럼 보일 만큼 거대했다. 모든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보다 머리통 하나 크기만큼은 더 컸지만 사실 그건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게 하루 이틀인가? 내가 안달복달한다고 커지나? 하며 아이들이 이 어린이집과 어떤 관계를 맺어가는지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교실에서 못 걷는 아이는 우리 후둥이 뿐이었지만, 아이가 요즘 걷는 연습도 열심히 하고 후도 즐거워하기에 그게 크게 마음에 걸리진 않았다.
우리 아이들은 장난감으로 노는 시간은 짧았고 다른 아이들과 섞여 놀기 보다는 구석에 있는 책장에서 책을 꺼내 읽는 아이들이었다. 혼자서 페이지를 넘기고, 조작북을 또각또각 만져대면서 본인만의 방식으로 이 공간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조금씩 거리를 둬볼까 하는 마음에 나만 약간 떨어진 곳으로 가서 아이들을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이내 후가 자신의 사진을 찍는 나를 발견하고는 배시시한 웃음을 띠며 엉금엉금 기어왔다. 너무 예쁜 우리 후, 아이를 한 번 꽈악 안아주고 우리 옆 벽에 있던 자석을 가지고 후와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슬그머니 후의 담임 선생님이 우리 옆에 오셨다. 우리 아이의 성향을 관찰하러 왔겠지 하고 나는 양후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내게 무어라 말을 하였는데 잘 듣지 못해서 "엇 잘 못들었어요. 뭐라고 하셨죠?"하고 되물으니 "후는 앉아서만 노나요?" 라고 재차 물으시기에 "서서 잡고 놀기도 하고 의자 밀며 놀기도 하고 밖에 나가면 한 손만 잡고 산책도 잘 한다" 하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본인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라면서,
"아무래도 후한테 손이 더 많이 가겠네요. 아이가 잘 적응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애를 무슨 모자란 애 취급 하기에
"우리 후 대근육만 좀 느리지 소근육, 언어, 인지, 사회성 다 괜찮고 오히려 동일 월령보다 빠르다. 이른둥이로 태어났는데 이정도면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애들은 다 크는 중이니 더 나아질 일 밖에 없는데 이게 선생님이 보는 마지막 모습은 아닐거 아니겠냐" 라고 맞받아쳤다.
그 선생님이 한다는 대답이
"그렇겠죠....?" 이러고 있다. 너무 어이가 없....
우리 애가 무슨 발달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세브란스 교수님께서 이제는 걸어야된다고 엄명을 내리긴 했지만) 애기 오늘 처음 봐 놓고서 엄마한테 그딴 말이 나오나? 우리애가 얼마나 스스로 할 줄 아는게 많은데. 엄마아빠는 물론이고 맘마, 바나나, 야옹, 음메, 어흥, 멍멍, 악어도 말 할 줄 알고, 빠이빠이곤지곤지잼잼도리도리끄덕끄덕사랑해요저요주세요 다 할 줄 알고, 인지하는 단어가 적어도 100개는 족히 되고, 자기주도 이유식도 하지, 애저녁에 분리수면도 할 줄 알고. 딸기먹고 싶다고 딸기 그림카드도 들고오는 앤데. 1년 겨우 산 애한테, 뭐? 우려가 돼?
내가 퉁명스럽게 대하니까 오늘은 적응기간이라 곧 하원시간이라고, 가셔도 된다고 하기에 후 겉옷을 주섬주섬 찾아 입히는데 단전에서부터 차오르는 분노 때문에 눈물이 나오려던걸 심호흡 하며 참아냈다. 우리 아기 말 다 알아듣는데 애 앞에서 그런 소릴 하다니. 남편에게 이 사실을 얼른 말하고 싶었지만 뒷자리에 앉은 하와 후가 다 들을 것 같아 참고참다 남편이 출근한 후 한참 뒤에나 전화로 상황을 공유했다.
남편이 퇴근하고 아이들을 함께 씻기고 재웠다. 남편은 안방에 놓여져 있는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그 선생이 뭐라고 했다고?" 라고 물었다. 나는 혹시 몰라 내 발언을 녹음해야겠다며 녹음기를 켜놓고 남편에게 이실직고를 했다. 남편은 나보다 더 분노하며, "그런 선생이 우리가 있는데서도 그런 말을 하는데 나중에 우리가 없는 자리에서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아이들 적응기간 동안 등하원을 함께 하면서 그 선생님의 행동패턴을 더 지켜보기로 하였고 그 다음 날 등원이 오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