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도 벼락치기 Ep. 5 - 12월생 아이 3편

follower에서 leader가 되는 운명

by 양벼락

작가명이 양벼락인 것은 두가지 의미가 있다. 짧은 시간에 몰아쳐서 해야할 일을 마친다, 그러기 위해(?) 평소에는 일을 미룬다. 약 한 달 만에 들어온 브런치.... 매번 오랜만인 브런치... 그래도 일도, 육아도, 운동도, 영어공부도 하는 삶을 살면서 오늘 브런치앱까지 오픈한 나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는 것으로 글을 시작해야겠다. 물론 얼마전 발가락 골절로 운동은 약 6주 간 강제 휴업을 하게 되었지만 흑.


그동안 미뤄두었던 12월생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하고 싶어졌다. 남편과 아이들과 바닥을 뒹굴며 책도 읽고 노래도 부르면서 보내는 토요일 오전, '아들내미가 이젠 걸을 때가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달 뒤면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조오금 더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우리 딸은 동일 월령에 비하면 모든 발달이 빠른데, 아들은 동일 월령들의 평균과 비슷한 발달을 보이고 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는 말이다. 교정일로 따지면 빠르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젠 건강도 발달도 굳이 교정일로 따지지 않아도 되는 때가 되었다. 자, 이 상태로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상상을 하다보니 또 12월생인 것이 걸리적거린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쓰지 않던 동안에도 늘 고민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12월에, 그것도 이른둥이로 태어났기 때문에 같은 나이인 아이들보다는 느린 것이 당연하고, 내가 그것을 신경쓰고 있는 한 스트레스는 계속 될 것 같다.



우연치 않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우리 아이들과 생일이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정용진 부회장의 남매쌍둥이도 12월생이고, 우리 아이들보다 더 저체중으로 태어난 이른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와, 재벌은 12월생을 낳아도 별 고민 없었을까? 아니 서민오브서민인 내가 왜 재벌 입장을 생각하고 있니!' 잡념이 여기로 갔다 저기로 갔다 하던 찰나, 재벌의 자손이든 아니든 인간이 이 땅에 태어난 이상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극복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은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생 뿐만 아니고 9월생도, 6월생도, 3월생도 항시 무언가를 극복하며 살아야한다. 특히 아기들은 극복할 것이 많다. 중력을 거슬러 일어나야하고, 없는 균형감각을 영끌하여 걸어야하고, 밥을 스스로 떠먹어야하고, 온갖 지능을 동원하여 언어를 배워야한다. 인간으로서 삶을 살기 위해 수행하기 위한 것을 배우는 것부터 해야할 일들이 많은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큰 문제가 없는 한 아이들은 어떻게든 그것을 해낸다. 아이들은 본인이 12월생인지, 1월생인지 고민하지 않고 그 일을 묵묵히 수행한다. 남들과의 경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극복하면서 터득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아이들만 봐도 그렇다. 서로 발달을 경쟁하면서 쟁취하지 않는다. 그냥 본인의 성미와 타이밍과 신체발달 상황에 맞추어 하나씩 하나씩 해나간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경쟁이 시작되는 때는 언제일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나는 월령차이가 어느 정도 사라지는 9세 정도에, 아이들이 의미있는 경쟁을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일 것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달리기 시합도 하고,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치면서 사회가 제시하는 테스트를 통해 내가 이 그룹 안에서 위치하는 수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의 경쟁은 사실 대소변을 가릴 줄 안다, 모른다. 문장을 구사할 줄 안다, 모른다. 그림을 그릴 줄 안다, 모른다 등 아기 스스로가 훈련을 통해 체득해나갈 문제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키나 몸무게는 예외일지도.)


그렇다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기 전에 아기가 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경쟁에 이길 수 있는 상태로 자신의 스펙을 끌어올린다!도 일견 즉각적인 답이 될 수 있겠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경쟁상황에 처하더라도 경쟁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경쟁에서 이겨나갈 수 있는 소양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대면해야 하는 경쟁은 더 진득해진다. 많은 경우, 그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우수한 조건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라 경쟁상황보다 더 진득한 성미를 가진 사람들이다. '존버는 승리한다'라는 격언(?)이 있듯이 우리는 기본적으로 포기하지 않아야 성공하는 인생의 굴레에 빠져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여러 소양들 중에서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여유를 갖되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끈기가 아닐까. 내 아이가 천재가 아니라면, 내가 재벌이 아니라면, 우리 가족이 그냥 평범한 수준의 가정이라면 기본적으로 끈기를 장착해야만 경쟁에 밀리든 앞서나가든 그 라운드를 포기하지 않고 성공에 가까워지는 테크를 탈 수 있다. 원래 잘 하는 사람이 끈기까지 가지면 참 좋을 것이고, 못하는 사람은 잘 하는 사람만큼에 도달할 때까지 버틸 수 있어야 반이라도 간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다. 그 사람과 경쟁을 안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겠지만, 사실 경쟁을 해봐야 그 사람이 나보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이미 잘 하는 사람을 만난 이상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달려가서 종국에는 앞지르는 경험을 해야 앞으로 만날 새로운 경쟁에서도 이기는 경험을 복기할 수 있다. 이것은 애초에 남들보다 잘 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기는 사람과는 다른 성미를 갖게 한다.


나에게 큰 고민을 가지게 했던 책 중 하나는 "연초에 태어난 아이들이 승리하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많이 습득하고, 동일 연령대의 다른 친구들보다 어릴 때부터 우수하기 때문에 더 눈에 띄어서 매사에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로 요약된다. 아주 말이 되는 이야기다. 승리의 경험이 쌓이면 쌓일 수록 승리가 당연한 것이 되고, 나 자신을 믿어주는 효과가 발생하면서 그 다음 승리도 비교적 쉽게 쟁취하는 것이다. 그렇게 매번 승리를 얻다가 follower 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본인을 추월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책의 논리에 따르면 연말에 태어난 아이들은 뒤처지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많이 습득할 것이고 그래서 당연히 나는 뒤처지는 것이다라는 부정적 경험이 강화될 것이다. 이 악마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목표를 설정하고 끈기있게 실행하는 따라잡기 훈련을 다양하게 제공하여 우리 아이들이 follower에서 leader가 되는 성취감을 스스로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아이들은 나중에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침착하게 전략을 세우고 계획을 실행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와, 그렇다면 12월생들에게는 하나의 유리한 지점이 생긴다. 우리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같은 나이의 아이들보다 당연히 느리고 작기 때문에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쨌거나 따라잡기를 해야하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좋은가? 어차피 신체적/정신적 성장은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하기 전에 어느 정도는 따라잡을테니 말이다. (물론 유전이나 기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한 따라잡기 실패는 제외.) 그렇다면 아이들은 내가 영원한 follower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고, 어느 분야에서는 leader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을 본의아니게 체험한다. 이 얼마나 감사한 구조인가? 아이들의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나의 성품을 여유롭고 끈기있는 성격으로 바꾸어 아이를 양육할 때 반영해야 오래고 고된 육아의 길을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된다. 오은영 박사님이 그토록 말하는 '기다려줄 줄 아는 부모'가 되는 것이다. 12월생을 가진 가족들에게는 하늘로부터 새로운 숙제를 할당받은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목표를 세우고, 끈기 있게 추진하여, 종국에는 성취할 줄 아는 가족이 되라는 숙제.



처음에는 12월생인 것을 부정하고 싶었고, 중간 즈음에는 왜 조산을 해서 이 고민을 해야하나 싶었고, 어린이집 입학이 다가올 때 즈음에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12월생 아이 시리즈를 적다보니 이런 마음이 든다.


1. 걱정하는 것은 아이가 아니고 나다. 내가 걱정하면 아이도 초조해지므로, 내가 의연해져야 아이도 의연해진다.

2. 경쟁은 나쁜 것이 아니고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아이의 경쟁이 시작한다 할지라도 부모는 아이가 전략적으로 승리할 방법을 모색하고 끈기있게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3. 12월생은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해야하는 운명에 처해있고, 그래서 2번의 훈련이 거듭될 수록 누구보다도 더 강한 멘탈의 아이로 자랄 것이다.

4. 사람들은 일부러라도 어려운 환경에 아이를 내몰기도 한다. 어려운거 시키기 싫으면 생면부지의 나라에 유학은 왜 보내겠는가?



처음 쓸 때는 굳이 12월생인 것을 복기해야하나 싶었는데 쓰고나니 자신감이 생기면서도, 양벼락이라는 작가명에 누가 되는(?) 육아 방식을 택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으름 피우는 나에게 브런치 앱이 매번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이 될 수 있어요" 라는 식의 메세지를 날리곤 하는데... 양벼락이 아니고 양꾸준이 되어야하는 것인가....... 아 갑자기 머리가 다시 아파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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