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보내려다보니 다시 시작된 고민
12월생 아이 1편을 쓰고나니 나 스스로도 12월생 아이는 운동도 못하고, 공부도 딸리고, 노동시장에서도 뒤처지는 존재가 되어 평생 루저의 인생을 살 것이라는 헛소리 평균의 오류에서 다시 한 번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글을 쓰면서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 아직도 지속되는 이 찝찝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이의 연령이 낮으면 낮을 수록 월령차이는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다. 나이가 들 수록 그 차이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본인의 DNA와 후천적 환경 등으로 본인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라고 아무리 생각을 해도 1월생과 12월생을 비교하면 이제 막 돌이 되어 걸어다니려고 하는 아기와 지금 갓 태어난 아기가 같은 나이로 묶이게 된다는 게 억울하다. 그런데 그게 왜 그렇게 나에게 민감하게 다가왔는지를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자의80프로 타의20프로로 우리 아이들이 15개월이 되었을 때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의80프로에는 엄마아빠가 육아에 들이는 시간을 점차 줄이고 각자의 회사를 더 살뜰히 보살펴야 한다는 생존과 자아실현의 욕구가 포함된다. 타의20프로는, 원하긴 했지만 안될 줄 알았던 시립어린이집에 우리 아이들이 둘 다 입소가 가능해져버린 상황을 뜻한다.
시립어린이집은 여러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듯하다. 나는 부모들이 아이를 시립어린이집에 맡기면 하원 시간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높이 샀다. 나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는 타입의 사람이라 우리 아이들을 낳자마자 거의 한 달 만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나는 역시 일을 해야 숨이 쉬어진다!'라고 느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병원에서 1차 퇴원을 한 후(출산도 벼락치기 시리즈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출산 후 퇴원을 3번했다) 조리원에 가자마자 한 것은 어린이집 대기 신청이었다. 당연히 세 가지 옵션 모두 시립어린이집만 골라 넣었다.
넣으면서도 내가 원하던 2023년 3월 신학기 입소는 당연히 안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경쟁률이 높은 시립어린이집이니까. 특히나 아이 둘이 동시에 같은 원에 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다. 우리 시에는 나름 신혼부부들이 많이 살고 비교적 출산하는 가구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 아이들이 쌍둥이인 덕에 본의 아니게 아이가 둘 이상인 집에 속하고 나와 남편이 모두 일하는 맞벌이 가정에 속하여 나름 높은 입소 점수를 갖고 있었지만 아이 셋 있는 집은 이기지 못한다는 국룰이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같은 저출생 시대에 아이 셋인 집이 얼마나 많겠나 싶지만 또 지나가다보면 심심찮게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 나는 아이돌봄서비스를 통해 친정엄마보다 더 의지가 되고 믿음직한 돌봄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우리 돌봄샘이 얼마나 좋은지 심지어는 어린이집 입소에 실패했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다. 선생님을 설득해서 만약 어린이집에 떨어지게 되면 더 오래 우리 아이들과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도 했고 오케이도 받아냈다. 그만큼 우리 돌봄선생님이 좋았다. 어느 날 덜커덕 온 문자 때문에 나는 행복한 상상에서 강제로 퇴출되게 되었으며, 어린이집이냐 돌봄선생님이냐를 선택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다.
당장 2개월 뒤인 올해 3월에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생각만해도 스트레스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만삭 출산으로 1월에 태어난 일반 단태아 엄마들도 갓 만 1세가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결정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만큼 만 1세는 아직도 너무 작고 애기애기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조산으로 12월에 태어났고, 태어날 당시에도 1.7키로에 키 42센치, 1.8키로에 키 43.5센치로 태어났으니 얼마나 미숙한 채로 세상에 나왔겠는가. 12월인 것만으로도 또래들보다 발달 상황이 후달리는데 태어나자마자 호흡기 달고 온갖 바늘은 다 꽂고 있던 우리 아가들. 이건 정말 비빌 언덕도 없이 월령차이를 정통으로 얻어맞아야 하는 조건임이 분명하다. 현재까지 몸무게는 영유아발달표에 의하면 평균이거나 평균을 상회하는 아이들이지만 키는 하위 25프로 정도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애초에 시작이 그래프에 닿지도 못하는 땅바닥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이제 겨우 발달을 따라잡고 있는 중인데 우리 아이들보다 11개월이나 먼저 태어난 아이들과 같은 반에 우리 아이들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임신중독증 고위험군이었던 고혈압 환자였던 나를 원망해야하는지, 늦은 나이에 임신한 것이 잘못인지, 임신기간 내내 살 찌는 것에나 스트레스 받고 아가들이 잘 자라고 만삭으로 태어나는 것은 그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오만함이 심판을 받는 것인지, 응급제왕을 하던 날 입원치료를 먼저 받아보고 싶다고 말이라도 했어야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잡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다시 스스로를 다독이다보면 어느새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를 반복한다.
쓰고보니 그렇다.
이 모든 고민은 어린이집을, 일찍 보내게 된 이 상황 때문에 내 머릿속을 지겹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키워서 4살 정도, 그러니까 약 40개월 정도에 어린이집을 간다면 아무리 빨라도 51개월 정도의 아이와 한 반이 될 것이고 월령차이가 덜 나게 되겠지만, 지금 보내면 15개월 아가와 26개월 아가가 함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니까. 평균이 어떻고, 표준분포가 어떻고 하는 소리는 그냥 내 머릿 속 뇌피셜일 뿐일 수도 있지만 실제 차이나는 월령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말도 잘하고 뛰어다니고 좋아요 싫어요 다 할 줄 아는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같은 반이 된다..? 나도 여느 사례들처럼 '치이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나는 매우 색다르게 생각하기를 시작했고, 점점 그 생각에 정당성을 부여해보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