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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람 Dec 25. 2021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

이번 달 글쓰기 모임 공통 글쓰기 주제를 받고 한참을 생각한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귀하고 중요한 것.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


나는 글을 쓸 때 막히면 단어의 뜻을 찾아보곤 하는데 그 재미가 참 좋다.

단어 하나를 찾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한 단어들을 찾다 보면 평소 알고 있었던 단어라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단어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게 참 매력적이다.

한글의 매력이랄까.

소중하다는 게 어떤 걸까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이렇게 찾아보니 또 새롭게 다가온다.


나에게 소중한 것이라 생각했을 때는  막연했는데, 나에게  필요하고 귀하고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니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나의 소중한 것 1순위는 언제나 가족이다.


사실 어릴 땐 가족이 늘 함께 있는 게 당연하다 여기고 있을 때 고마운 줄, 소중한 줄 몰랐다.

내가 뭘 해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고 지켜줄 거라 믿었으니까.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제일 소중한 것, 있을 때 잘하고 지켜내야 하는 게 가족이란 걸 깨닫는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눈앞에 닥친 오늘을 살아내느라 주변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달려가고 있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뭐하나 제대로 이뤄낸 것 없이 시간만 가는 거 같아 조바심이 드는데 어느새 내 나이 30대 중반.


늘 건강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실 것 같았던 부모님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고 뭐든지 척척 해내던 부모님인데 "자꾸 예전 같지 않네"라는 말씀을 하시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게 될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너무도 커 보이던 부모님들인데 내 아이들보다 더 걱정스러운 날이 다가오는 것 같아 함께할 수 있는 하루하루 아쉽고 소중하다.

막상 표현도 잘 못하고 나의 일상이 먼저라 잘 챙기지도 못하는 딸, 며느리이지만 그래도 늘 내 안정적 생활의 근원이 되는 부모님들. 고맙고 미안합니다. 앞으로 더 잘할게요?^^


그리고 내 뱃속에서 나온 쪼꼬미 둘도 어느새 훌쩍 커 초등학교,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요즘은 정말 그 입학이 뭐 별거라고 이렇게 걱정인지 하루 종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나를 돌아보며 우습기 짝이 없다.

매일 조금씩 나의 손을 덜 필요로 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볼 때도 홀가분함보다 아쉬움이 앞서고, 조금이라도 더 뭐라도 더 많이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고 싶은 욕심은 줄지 않는다.

내가 좀 힘들어도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늘 나의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나 보다.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닐 사소한 이벤트가 눈앞에선 너무 커 보여서 안달하는 나에게 조금 더 천천히 더 여유롭게 하자며 주문을 걸어본다.


어느덧 커버린 내 동생들도 이젠 자기 앞가림을 하고 각자의 인생을 잘 살아간다.

만나면 싸우고 지지고 볶던 어린날의 추억이 안주거리가 되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지금이 참 고맙고 즐겁다.

형제, 자매라는 게 이런 거구나. 어릴 땐 그저 나이차 많은 동생들이 애 같고 챙겨줘야 해서 귀찮을 때도 많았는데, 막상 지금 보니 내가 더 많은 챙김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동생들이라 여러모로 신경도 많이 써주고, 무엇보다 가족의 대소사를 함께 의논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어 참 든든하다.

매번 툴툴거리는 언니, 누나지만 늘 고맙고 미안해 내착한 동생들. 많이 애정 한다!!!


마지막으로 내 사랑. 내 남편.

늘 사랑과 배려로 가족을, 나를 대하는 남편을 보면 참 고맙고 존경스럽다.

결혼 전 나의 배우자 기도 리스트에 있던 존경할 수 있는 남편을 제대로 만난 것 같다.

함께 살아온 7년이란 시간 동안 정말 바르고 곧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멋진 남자.

내가 정말 남편 하나는 잘 골랐지!!!!!!!

함께할수록 우리는 정말 서로 많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느끼지만, 그럼에도 늘 대화로 배려로 서로에게 행복을 전해줄 수 있는 존재를 만나게 됨에 감사한다.

그리고 늘 행복하진 않지만 대체로 행복한, 악착같지 않은 삶을 살게 해주는 그대에게 늘 고맙고 정말 많이 많이 사랑한다. 호호. 정말이야^^

앞으로 남은 인생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고, 내일의 우리를 상상하며 웃게 되는 거 보면 나 정말 당신이 좋은가 봐. 히히.

우리 더 신나게 싸우고 멋지게 사랑하며 함께 늙어갑시다.

그러니까 우리 건강하게 웃으며 삽시다.


늘 말로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나야. 내가 제일 중요해'라고 입버릇처럼 되뇌지만 돌아보면 나는 참 가족 안에서 가장 온전한 안정감을 얻는다.

늘 혼자 있는 게 참 좋다고 말하고 가장 편안하다고 말하지만 저녁이면 돌아올 가족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 시간이 편하고 좋은 거였구나 싶다.


늘 말로는 '적당히 잘 살아야지' 말하고 나도 모르게 늘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

매일 최선을 다해도 지나간 어제는 아쉽고 지나가는 오늘이 즐거웠으면 좋겠고 다가올 내일이 기대된다.


내게 가장 소중한 가족.

난 정말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좋고 늘 아쉽지만 또 그다음을 기약하며 기대를 품고 살 수 있어 행복하다.

가족 안에서 행복하고 가장 평온한 나.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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