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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람 Nov 08. 2023

엄마, 사랑해요!

‘아.. 난 오늘 정말 저녁 안 먹어도 될 거 같은데, 애들 저녁은 또 뭘 해주지? ‘

눈만 마주치면 “엄마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예요?”라고 묻는 딸과  “엄마 배고파”를 외치는 아들의 밥투정에 진저리를 치며

 “글쎄~? 할머니한테 전화해 볼까? 오늘 할머니집 저녁메뉴는 뭘까?” 하며 핸드폰을 들었는데 전화가 왔다.

“딸~ 저녁 먹으러 올래?” 엄마의 반가운 전화에 부리나케 친정으로 달려갔다.


현관에 들어서기 전부터 풍기는 맛있는 된장국 냄새에 취해 “우와~ 맛있는 냄새!!!”라며 주방으로 달려가는 아이들.

배추된장국에 갈치구이, 계란말이, 소고기야채볶음, 참치김치볶음, 김구이 등 한정식집도 울고 갈 맛도리 저녁식탁이 펼쳐졌다.

‘오늘 저녁은 꼭 굶어야지’ 마음먹은 딸내미의 굳은 다짐을 무색하게 만드는 비주얼이었다.


“엄마, 나 밥 조금만~”이라고 말해도 엄마의 조금은 나의 조금과 양이 달랐다.

매일 조금만 먹겠다고 다짐해도 결국 밥을 더 퍼다 먹을 수밖에 없는 엄마밥의 힘이란…

장염을 앓고 2kg이나 줄었던 손자의 몸무게를 이틀 만에 다시 찌울 수 있는 힘이랄까.

그런 엄마밥의 위엄을 말해 무엇^^


오늘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저녁을 해치우고 살포시 설거지통에 그릇을 옮겨담으니 “얼른 집에 가서 애들 씻기고 쉬어” 라며 설거지까지 엄마가 해주신다.

아… 역시 엄마밖에 없다. 사랑해 엄마… 하트하트하트


9첩 반상을 차려놓고 “엄마 저녁 드시러 오세요~” 해도 모자랄 판에,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예요?”하고 물으며 혼자도 아닌, 애를 둘이나 데리고 와서 밥만 먹고 쏙 내빼는 서른일곱의 낯짝 두꺼운 딸이라니.

어우~ 내 딸이면 정말 싫을 것 같은데, 그런 나에게 “김서방 저녁 먹을 건 있고? 밥이랑 반찬 좀 싸줄 테니 김서방 오면 데워서 줘~”하면서 사위 저녁까지 챙겨주는 게  우리 엄마다.

자꾸 엄마한테 기대면 안 되는데, 엄마한테 잘해야 되는데 늘 받기만 해서 어떡하지? 싶다가도

어릴 때부터 매 끼니 육해공을 넘나드는 고급진 할미밥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엄마밥보다 더 맛있다며 아침마다 “할머니 오늘도 저녁 먹으러 와도 돼요?”하고 물어보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수~없~이~ 친정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수밖에.


늘 고맙고 미안한 우리 엄마.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요~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해요.


그리고, 애들이 물어보네요.. “할머니, 내일도 아침 먹으러 가도 돼요?” 키키키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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