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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람 Jul 26. 2024

Everything is under control.


벌써 방학한 지 사흘이 지났다.


여름방학이 왜 한 달 밖에 되지 않느냐며, 여름방학은 적어도 한 달 반, 두 달은 돼야 되는 거 아니냐고 투덜댔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중에서도 사면이 바다인 제주에 살면서, 여름방학이 고작 4주밖에 안된다니, 말이 되느냔 말이다.


방학하면 첫 주는 개학 중 고단함을 털어내기 바쁘고, 둘째 주부터 방학 루틴을 좀 잡아볼까 싶으면,

어느새 마음만 급해지고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셋째 주. 돌아서면 개학준비로 바빠지는 넷째 주가 될 텐데!?


그럼 대체 언제 놀라는 거야?

자고로 방학은  지난 학기를 돌아보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시간이라 쓰고,

놀고먹고 자고 쉬기에도 바쁜 시간이라 읽어야 맞는 거 아냐? 응? 나만 그런 거야?


올해는 유독 비도 많이 오고, 한 달 가까이 습한 기운을 떨치지 못하며  종일 제습기를 돌려도 눅눅하다 못해 온몸에 곰팡이가 자라는 것 같은 7월을 보내느라,

우리 아이들은 아직 제대로 된 해수욕을 한 번도 못 가봤는데…

(평소 같았으면 열두 번도 더 다녀와야 했을 해수욕, 수영장이 아니었던가..)


남들 다 오는 여름방학 성수기 기간이 되기 전에 애들이랑 물놀이 열두 번은 더 다녀왔어야 했는데, 어느새 성수기가 되어버렸다.

어차피 늦은 거, 남들 놀 때 우리도 놀지 뭐? 하고 항공권을 검색하니 너무 비싸고, 제주에서라도 놀아보자 싶어 숙소를 알아보니 배보다 배꼽이었다. 휴.


그래도 뭐라도 해야지 싶어, 아이들에게 방학동안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에 대해 적어보랬더니,

첫째는 스페인 여행이 가고 싶고, 둘째는 아마존에 희귀 생물 채집하러 가고 싶단다. 하하하하.

해외는커녕 국내도, 아마존은커녕 곶자왈 탐방 예약도 못하게 생겼다.


우리 아이들의 스케일이 이토록 세계적일 줄 알았다면, 적느라고 나 하지 말걸.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방학계획을 운운하며 큰 꿈을 고이 접어야 할 줄이야…


남들은 해외로 한달살이를 가네, 여행을 가네, 방학 특강을 하네, 마네 일정이 차고 넘치는데,

게을러터진 엄마 때문에 방학 내내 집에만 있을 애들을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포스트코로나 제주를 너무 우습게 생각했던 나를 탓해도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람.


울며 겨자 먹기로 도내에서 할만한 프로그램을 찾아 부리나케 예약했다.


이번주는 천문과학관, 다음 주는 생태체험공원 야간채집, 다다음주는 미술관, 축구캠프를 다녀오고,

중간중간 바다나 수영장카페를 넘나들며 짧고 굵게 즐겨야겠다.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지나가겠지. 방학 4주.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엄청난 이벤트가 아니라, 그저 가족과 함께하는 즐겁고 자유로운 시간이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건 엄마뿐이라던데… 과연 ㅋㅋㅋㅋ)


결국, Everything is under control. 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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